2026년 7월 26일 일요일

[프로젝트 장동팔경] 들어가며

한국으로 귀임한지 2년 반이 넘었다. 미국 나가기 전에는 사대문 안의 서울, 즉 한양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놀러가면 여느 서울과는 다른 맛이 있는 곳 정도로 인식한 것이 고작. 귀임 후 사대문의 정중앙에 위치한 오피스 덕에 한양, 경성의 흔적을 새롭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예기치 못하게 관련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했으며, 출퇴근길에 책을 잡는 습관도 들어버렸다. 

2024년 가을 귀임 후 처음에는 한국사회만이 가지는 특성이나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덜 행복한 이유에 관련된 책을 주로 찾아 읽다가(이 또한 글로 남기고자 했으나 보류), 곧 관심은 서울이라는 오래된, 한편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도시로 옮겨갔다. 이때 읽은 서울에 관련된 책만 늘어놓아도 다음과 같다: 

서울선언, 양천동네이야기, 갈등도시, 대서울의길(절반정도), 한국도시의미래(관심챕터만), 손정목이 쓴 한국 근대화 100년, 이야기가있는서울길, 서울은기억이다, 장소로 보다 근현대사, 아빠와딸DMZ를걷다, 서울시대, 골목길역사산책(서울편), 서울감성여행2-경제성장기, 오래된서울, 세한도의수수께끼, 옛그림으로본서울, 서울감성여행1-일제감정기, 서울감성여행3-개항이후, 서촌을걷는다, 서울감성여행2(2회차), 익선동이야기, 정동이야기, 서촌이야기, 한양도성(서울을흐르다), 간첩시대, 서울택리지, 오래된서울(2회차)

지금봐도 낯설다. 살아오면서 한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지금과 가까운 서울, 즉 현재와 근현대의 서울로 시작했다. 근현대의 서울은 삼프로로 익숙한 김시덕 박사의 책들로 시작했다가, 이 분야의 기라성인 손정목 교수의 책까지 읽게 되었다. 그러다 조금씩 거슬러 올라갔고, 여러 좋은 책들을 접하다 결국 여러 작가들에 의해 인용된 최종현 교수(김창희 공저)의 『오래된 서울』과 조우하게 된다. 이제 나의 바이블이다.

앞서 서울이 오래된, 한편으로는 오래되지 않은 도시라고 했다. 오래된 서울』에서 정확하게 짚어준다. 골자는 600년 서울이냐, 2000년 서울이냐 이며 나는 여기에 1000년 서울도 추가한다(물론 오래된 서울의 내용에서 알게된 사실을 바탕으로). 600년 서울은 이성계의 한양 천도인 1394년을 기준으로 한다. 1000년 서울은 서울이 중세시대에 고려 남경으로서 무대에 등장한 1067년을 기준으로 해본다. 2000년 서울은 주몽의 아들 중 하나인 온조가 위례에 터를 잡고 세운 백제의 시작점을 기준으로 한다. 풍납토성이 위치한 하남위례 부근은 분명 서울 근방이지만 사대문이 위치한 한양과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다. 이런 기준에 따라 서울의 연식이 달라지지만, 아무래도 조선에 이르러서의 흔적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남긴 서울이라는 도시의 인상이 아닐까 한다.

서울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뭘까. 서울은 순우리말로, 신라시대의 수도 명칭인 서라벌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고려, 조선 때도 '수도'라는 뜻으로 '서울'을 썼다고는 한다. 조선시대 공식 명칭은 한양 또는 한성(수도로서 공식 명칭)이었고, 서울은 일반명사로 쓰였다고 한다. 일제시대에는 경성이었고, 해방 후 미군정 때 서울이 비로소 서울이 된다. 일반명사의 고유명사 전환이다. 미국의 수도 명칭을 Capital로 짓는 겪이다.  

아무튼, 읽은 책들 중 유독 서촌에 대한 내용이 자주 겹쳤고, 한편으로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겸재 덕에 곧내 인왕산의 매력에 빠져버린다. 인왕산기슭에 자리잡은 서촌은, 조선시대 들어서 왕의 친족, 사대부, 그리고 중인들의 지성과 낭만을 충족시켜주는 곳으로 자리잡았고, 조선 말 흥선대원군을 거쳐, 일제시대 이완용과 윤덕영의 친일의 흔적도 새겨져있는 곳이다. 

서촌과 인왕산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답사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먼저 아이들과 통인시장을 다녀왔지만, 아무래도 가족들과 함께 하기에 서촌의 가파름은 제한 연령을 조금 더 높이는 듯하다. 그러다 오늘, 모처럼 혼자의 시간이 주어져 설레는 마음으로 서촌으로 향했다. 인왕 초보자로서 먼저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나온 장소(중 가능한 곳을 중심으로)를 둘러보리라 다짐하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수성동 계곡을 향해 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장동은 장의동의 준말로, 장의동은 서촌 북부 일대를 가리키던 조선시대의 지명이다. 오늘 둘러본 몇 군데를 시작으로, 장동의 명경을 하나씩 기록해보고자 한다. 프로젝트 장동팔경.

하오나, 장동팔경의 정확한 목록을 은근 찾기 힘들다. 여덟 장소를 적확하게 나열하고 싶으나, 왠지 참고자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웬걸 ChatGPT와 Gemini에 물어보니, 정선이 같은 주제를 여러 차례 그리면서 화첩마다 구성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겸재여. 국립중앙박물관본과 간송미술관본이 대표적인데, 구성이 다음과 같다. 총 11곳이다.

출처: ChatGPT

이 장소들의 위치를 표기한 그림이 은근 없다. 하여 AI와 함께 직접 표기해봤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자하문 남측, 그리고 청와대 외부의 접근 가능한 곳이다. 출발하자.

출처: Gemini 제공 지도 위 일부 필자가 화첩 제목 표기(초록색). 총 11개의 장소

덧.

장동팔경첩도 좋지만 그래도 인왕산의 증명사진은 인왕제색도가 아니겠는가.




위에서부터 정선의 인왕제색도(1751년; 국보 216호), 강희언의 인왕산도(18세기), 그리고 내가 촬영한 2026년 7월의 인왕산이다. 최열 작가의 『옛 그림으로 본 서울』에서 처음 접한 인왕산도는 정선으로부터 그림을 배웠다는 강희언의 작품인데 꽤나 멋스러웠다. 학창 시절 저렇게 산을 스케치 했던 친구 녀석이 오랜만에 떠올랐다(내가 종종 그리는 산맥도 그 친구 화풍이다). 하지만 역시 인왕산은 인왕제색도가 진경을 보여준다. 서촌에서 인왕산을 바라보면 아래 사진처럼 바위산의 위엄과 풍채가 당당하며, 바위의 빗금은 마치 물이 흘러내리는 듯하다. 정선은 붓과 먹으로 그 느낌을 실감나게 담아내었다. 한편 난 풍경 사진을 찍을 때 푸른 하늘을 좋아하지만 이번만큼은 구름낀 하늘이 좋았다. 제색(霽色), 즉 비온 뒤 개기 시작하는 인왕제색도의 하늘처럼 느껴지니까. 마침 2026년의 장마가 그친 다음 날의 하늘이니 말그대로 제색천이다. 이 하늘만이 절친 이병연이 세상을 뜨기 4일 전, 그의 쾌유를 바라며 거칠게 붓을 든 겸재의 마음을 비출 수 있을 것 같다.  

2026년 7월 18일 토요일

[English] 주재원/오피스 영어, A4 용지

주재원 초반, 오피스 세팅 이것저것 할 때. 일단 사무용품이 뭔지 영어로 몰랐다. Office supplies. 의외로 쉽지만 한국인들은 별로 익숙치 않은 용어다. 주방용품kitchen supplies, 학용품school supplies라고 하면 간단하다. 

사무용품을 파는 가게를 찾았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Staples, 거기에 맞먹는 곳은 Office Depot /디포우/. Depot는 물류 창고, 집하장 같이 물건을 모아두는 곳을 의미하는데, 위의 supply와 이 depot를 합치니 테란의 근간, supply depot가 된다.  



회사 근처에는 Office Depot이 있어 그리로 갔다. 이것저것 장만하면서 당연히 오피스에 구비해 둘 A4지도 사려고 했다. 종이코너를 뒤져도 보이지 않자, 담당 알바에게 물었더니, A4가 뭐냐고 한다. 그때 처음 알았다. 미국은 A4 용지를 쓰지 않는다. 

그렇게 알게된 레터지(letter). 미국은 표준 규격으로 letter지를 쓴다. A4지와 크기가 거의 유사한데, 살짝 짧고 뚱뚱하다. 그래서 한국 본사와 작업하던 문서를 출력하면 잘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찾아보니 A4는 1920년대 독일 규격 협회가 채택한 표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면적 1m²인 기준 용지(A0)를 반씩 네 번 잘라 만들며, 종이를 반으로 접어도 원래의 비율이 유지되는 특징이 있는 꽤나 수학적인 규격이다. 미국은 그 전에 쓰던 독자적 규격을 고수했다고 한다.

거리, 무게와 같은 단위도 세계 표준을 따르지 않지만, 종이마저 그럴 줄은 몰랐다. 

2026년 7월 11일 토요일

[English] Pandemic English - 긴급재난지원금, Stimulus Check

코로나 시기, 그나마 힘이 나는 소식은 미국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이었다. 코로나 발발 약 3개월 후, 미정부는 CARES Act (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이라는 팬데믹 초기 미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대규모 경기부양 법안을 제정하여 시행하였다. 법률act라고 하고, 고유명사로 쓸 때는 Act로, a를 대문자로 쓴다.

나는 E2 비자로 머무는 외노자였고, 이민법상으로는 거주자(resident)가 아닌 비이민(non-immigrant) 임시 체류자였다. 다만 세법상으로는 매년 대부분의 기간을 미국에서 체류하는 Resident Alien으로 분류되어, 지원금의 적격대상이 되었다. 결국 취지는 미국 내 소비 증진, 즉, 미국에 체류하는 사람이 미국에서 돈쓰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말이 된다. 

이 지원금의 공식 명칭은 Economic Impact Payment (EIP) 였고, 통상적으로는 Stimulus Check이라 불렀다. 한국 긴급재난지원금의 미국 버전이다.



2020년 6월 미국 국세청(IRS)에서 위와 같은 레터가 왔고, 무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떡. 스페인어 버전도 동봉되어 있었다. 이게 1차 지원금이었고, 약 $2,400불을 지원 받았다. 지금 찾아보니 성인 1인당 $1,200, 17세 미만 자녀당 $500이라고 하는데, 당시 세 가족이었던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좋아라 했던 기억이다. 

저 레터를 받기 약 2주 전이었던 5월 말, 지원금이 먼저 왔다. Stimulus Check인 이유는 수표(check)의 형태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참 미국스럽다. 물론 계좌 입금(direct deposit)으로 받은 사람들도 있다. 지급 방식이 왜 차이났던 건진 모르겠다.



수표라는 형식이 참 옛스러우나, 익숙해지면 그러려니 하고 쓴다. 저렇게 오면 뒷면에 서명하고, 은행앱으로 카메라 스캔해서 입력하면 며칠 뒤에 입금이 완료된다. 어르신들은 수표들고 은행으로 직접 가서 입금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지원금보다 편했다. 귀임 후 2025년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원금을 받았는데 날짜별 신청과 카드로 지급되는 방식이 체계화, 정교화 측면에서 돋보였으나, 받는 입장에서는 그냥 투박하게 지급하고 사용처를 따지지 않는 미국 방식이 손쉬웠다. 사람이 이렇다. 준다는데도 따지고 있다. 고마운 마음으로만 살자.   

2026년 7월 3일 금요일

[English] 엘레베이터에서, 몇층 가세요?

미국에서는 대부분 엘레베이터를 타면 버튼 앞에 있는 사람이 나머지 탑승인원의 층을 눌러준다. 물론 뉴욕이나 보스턴 직장 밀집 지역의 시크한 그들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많이 타도, 웬만하면 꾸역꾸역 팔을 비집고 본인이 누른다.

몇층 가세요? 를 영어로 뭐라고 할까. 출력의 문제다. 
나도 그랬지만,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which로 시작한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what을 쓴다. What floor? (뒤에 are you going to 생략)

5층 갈 경우, "Five, thank you."라고 하면 된다. 한국인들은 층을 말할 땐 서수에 익숙해져 있어 fifth로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five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5층 눌러주세요 라고 부탁할 상황도 있다. 그럴 땐 동사를 뭘 쓸까? 역시 출력의 문제다.
Could you press five? Could you hit five? Press나 hit을 쓴다. 쉬운 단어지만 익숙치 않으면 안나온다. 

주거지에서는 엘베 안 스몰톡이 많다. 특히 간난 아기나 강아지가 있을 경우, 가장 흔한 질문은 "Boy or girl?" 혹은 "A boy or a girl?". 

헤어질 때 가장 흔한 표현은 "Have a good one" 이다. 한국에서 배운 적 없었지만 가장 쉽게 익혀진 표현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주 쓰는 인사는 "Take care"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