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J제일제당이 '25년 순이익 적자라는 사업 실적을 공시함과 동시에 윤석환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파괴적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좋은 CEO가 되기보다 회사를 살리는 이기는 CEO가 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하고 기사화 됐다. 블라인드도 뜨거웠다는 후문.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과 바이오사업으로 구분된다. 식품은 식품을 만드는 사업인데, 바이오는 바이오를 만드는 사업인가? CJ의 바이오는 바이오 프로세스를 활용해서 소재를 만드는 사업이므로 바이오라 부른다. CJ 바이오가 만드는 소재는 아미노산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뒤에 다룬다), 이 아미노산은 MSG와 같은 식품첨가제나 사료첨가제로 사용된다. 주요 시장은 후자로, 즉, CJ 바이오의 핵심사업은 사료첨가제 사업이다.
내가 업계로 나오던 2013년에는 국내 그룹사 중에서 '바이오' 사업하는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즉, 바이오전공자들은 학계에 남거나 국책연구소로 빠지는 경우가 흔했고, 업계로의 기회는 녹록지 않았다. 삼성종기원 정도? 그나마 종기원도 선행연구를 하던 곳으로, 기업보다는 학교에 가까운 운영으로 바이오 전공 박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많은 프로젝트가 사라졌지만, 일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전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LG나 SK에 제약사업이 있었으나 당시는 바이오의약품 보다는 저분자화합물 중심, 특히 한국 제약사들은 제네릭 의약품의 영업 중심으로 구도가 형성되어 있어 바이오 박사들이 많이 취직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컨대 보스턴에서 바이오 박사들이 글로벌 제약사들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편차가 있었다. LG나 GS에서도 바이오화학 사업을 위한 씨드를 키우고 있었으나 1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제대로 사업화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와중에 CJ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았으나(나도 몰랐으니), '바이오기술연구소'라는, 간판에 무려 바이오를 내건 R&D 인프라와 함께 매출 2조원 규모의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대표 제품인 라이신이라는 사료첨가용 아미노산을 선봉으로. 제약 사업이 아닌 산업용 소재를 바이오 프로세스로 만드는 사업은, 일부 바이오 전공자들에겐 이런 사업도 가능하다는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CJ 그룹 내에서 바이오는 에이스 사업부였다. 연구소장 출신으로 CEO가 된 당시 대표의 리더십 하에, 원가절감은 이론을 뛰어 넘었고,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률은 함께 성장해갔다. 인센티브에 대한 그룹 내 위상은, 믿거나 말거나 지금 SK그룹 내 하이닉스의 위상에 비견한다.
그러던 CJ 바이오는, '24년 11월 18일 한경의 단독기사와 함께 매각 추진 소식을 알려온다. 심지어 바이오 사업 매각 소식과 함께 제당 주가는 5% 상승했다. 매각은 MBK와 썰들이 오가다 결국 철회됐지만, 이번 주 윤 대표 메시지에 직시된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라는 미명 아래 수익성이 보이지 않는 사업까지 안고 있었다"의 목적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어쩌다 CJ 바이오는 이런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을까.
나는 CJ 바이오가 삼성전자를 잇는 S그룹의 신성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일본 굴지의 식품기업이지만 최근 반도체 일부 소재까지 글로벌 독점 생산하고 있는 Ajinomoto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왜 CJ는 삼성이나 AJinomoto가 되지 못했나. 이에 대한 가볍지만 오랜 기간 생각해 온 소회를, 윤 대표 기사에 의해 촉발되어, 남겨보고자 간만에 블로그를 열었다.
반도체 소재를 독점해버린, 조미료 식품회사 Ajinomoto
요즘 반도체 업계에서 Ajinomoto (이하 Aji)가 핫하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대형 마트에 가면 아시아 식품 코너에 Aji의 제품들이 한가득인데, 이런 회사가 반도체 업계에서 명성이 높다니 의외라면 의외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 CJ 바이오 최대의 경쟁사이자 목표는 일본 Aji였다. 세계 MSG의 선두주자였던 Aji와 한국 MSG의 조상격인 CJ는 역사의 행보가 겹치는 부분이 많다. Aji는 잘 알려져 있듯, 1908년 도쿄제국대학(현 도쿄대) 교수였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다시마에서 감칠맛의 성분인 글루탐산(glutamate)이라는 아미노산을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1909년 설립한 회사다. 세계 최초로 우마미를 제창한 것이다. 이어 이 글루탐산을 추출할 뿐 아니라 결정화를 통해 조미료로 만든 것이 MSG (monosodium glutamate)다. 이렇게 추출, 결정화라는 화학 공법을 통해 생산되던 MSG는 1960년 경부터 미생물 발효 공정으로 생산되기 시작했고, Aji라는 회사가 '바이오'라는 타이틀을 걸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이는 CJ 바이오가 바이오인 정확히 같은 이유이지만, 그 이후 양사의 행보는 전략적 차이를 보인다.
바이오를 전면에 내세운 CJ와 그렇지 않은 Ajinomoto의 이야기다.
[2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