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1일 화요일

[프로젝트 장동팔경] ① 수성동

인왕산, 인왕산 노래를 불렀으나 정작 주변만 맴돌고 글로만 접했던 것이 낯부끄러웠다. 그러던 7월,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이 나서 주저없이 향한 곳은 서촌이었다. 장동팔경을 답사하리라 마음 먹고, 나름 코스를 이래저래 구상해봤지만, 동선보다 앞서는 마음의 행로는 역시 가장 염원했었던 수성동이었다. 수성동 계곡의 기린교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미스터선샤인 애기씨가 건너며 훈련한 곳이기도 하지만, 겸재 장동팔경첩 중 수성동 그림에 나온 다리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경이감이 있었다. 

사직터널을 지나 필운대로 맞이해 주는 인왕산이 새삼 다르게 느껴진 7월의 여름날, 경복궁역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며 설렜던 마음이 생생하다. 네이버지도로 확인한 수성동계곡까지의 거리는 1.4km, 약 25분길이었다. 

출처: 네이버지도

불과 20여분만 걸으면 화첩 속의 그곳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참 좋다. 또한 불과 1.4km의 길이지만, 다섯 개의 법정동, 즉, 내자동, 체부동, 통인동, 누하동, 옥인동을 거친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행정동으로는 사직동과 청운효자동, 이렇게 두 개의 동에 속한다). 네이버지도의 기능을 몰라서인지, 법정동 표시는 카카오맵이 잘 되어 있어서 가져왔다.

출처: 카카오맵

체부동의 서촌 중앙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이상의 집이 위치한 자하문로 7길에 들어서면 북서쪽 정면으로 인왕산이 넉넉히 보이기 시작한다. 

통인동 자하문로7길(1110a). 서촌 어디서든 인왕산의 시선을 느낀다.

그러다 자하문로 9길을 잠깐 거쳐 필운대로에 이른다. 북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이내 다시 서쪽으로 난 옥인길에 들어선다. 한걸음 한걸음이 점층이다. 

옥인동 옥인길(1115a). 인왕산이 한층 다가온다.

그렇게 5분 되지 않는 길을 걸으면 마침내 옥인제일교회를 우측에 두고 수성동 계곡이 보일 듯 하며, 338m의 인왕산은 전병관과도 같은 기개를 드러낸다. 

마침내 수성동 계곡 초입(1118a)

수성(水聲), 즉, 물의 소리가 동의 이름이 된 곳이다. 물 흐르는 소리만 고요하게 들리는 그 시절 그 곳을 상상해본다. 인왕산자락에 누워 푸른 산과 파란 하늘을 보며 물소리를 듣고 있자니 속세의 근심을 흘려버리는 느낌이었을 테다.

이 계곡에서 안평대군을 빼면 안된다. 세종의 18명의 아들, 4명의 딸 중, 그나마 익숙한 이는 문종, 수양대군(세조), 안평대군 정도이지만, 이 셋 중 취향이나 이상향을 미루어 보면 난 늘 안평대군의 삶을 염원하고 있었다. 그의 꿈으로부터 그려진 안견의 몽유도원도 또한 이곳 서촌에서 느껴진다. 꿈에서 본 무릉도원, 즉 몽유도원도의 모티브가 된 그곳을 인왕산에서 발견하고, 그 한 가운데 지은 별서인 무계정사(무릉도원이 있는 계곡의 정사)도 현재 부암동 부근에 위치했다. 수성동 계곡에는 정확한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안평대군이 거처하며 시문, 서예, 그림을 즐기던 문화적 공간인 비해당이 있었다. 안평(安平)이라는 군호 자체로 인해 행여 게을러질까 염려한 아버지 세종은 비해(匪懈), 즉,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뜻의 호를 내려주었다. 지금 비해당은 찾아볼 수 없으나, 수성동 계곡 어딘가 있었다고 하니, 안평은 이곳에서 얼마나 기쁜 시간을 보냈을까 웃음이 나면서도, 결국 수양대군의 사약을 받아야만 했던 그 운명 또한 스쳐가 왠지 울적함도 든다.



그 울적함은 사진 속 옥인시범아파트의 역사와 중첩된다. 중앙선데이의 글을 옮긴다.

"한국전쟁 후 재건의 역사 속에 시민(시범)아파트가 있다. 1950~60년대 서울의 인구 수가 급증하면서 무허가 건물이 넘쳐나게 된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판잣집을 철거하면서 시민아파트를 곳곳에 짓는다. 옥인시범아파트도 그중 하나였다. 수성동 계곡 바로 옆, 인왕산 자락을 타고 9개동(308세대)이 71년 지어졌다. 누군가의 삶터로, 이 기이한 장소에서 수십 년을 버텨온 옥인시범아파트는 수성동 계곡 살리기의 일환으로 2011년 철거됐다."

동아일보의 글도 옮긴다.

"인왕산 계곡엔 아파트가 있었다. 1971년 건축된 옥인동 시범아파트. 모두 9동 308가구였다. 아파트 초창기인 데다 물 좋고 산 좋은 인왕산 계곡이었기에 이 아파트는 당시 장안의 화제였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옥인시범아파트가 인왕산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곡을 콘크리트로 덮었고 건물들이 인왕산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곳을 원래 모습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7년 공원화가 결정되었고, 2008년 아파트 철거를 시작해 2012년 마무리됐다."

아래 사진을 보면 정말 인왕산과 아파트가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읽은 서적들에서도 인왕산 한 가운데 아파트가 들어서야 했던 근현대사를 안타깝게 다루었고, 나 역시 많은 공감이 되었다. 그러던 중, 조금은 새로운 시각의 옥곡재 작가님의 브런치 글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실로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주민의 이야기, 귀하다.

왠지 느껴버린 울적함을 뒤로 하고,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기린교를 찾아 발걸음을 뗀다. 찾는다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지척이다. 울창한 숲속에 있었을 것만 같은 그 다리는 도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 점이 왠지 서운했다. 하지만 장동팔경첩 속의 기린교를, 그토록 보고 싶던 그 돌다리를 눈앞에서 마주하니 실로 매우 반가운 건 사실이다.

이제 겸재의 그림과 비교를 해본다. 다리는 틀림없는 그것인데, 다리가 걸쳐진 계곡바위의 굴곡이 그림과 다른 듯하다. 한참을 비교했다. 기린교를 중심으로 내가 서있는 곳과 대척점으로 가면 계곡 모양이 그림과 얼추 비슷할 것 같다. 하지만 그림에서는 분명 큰 산이 뒤에 있는 바, 내가 서있는 방향이 맞을 것이다. 그러면 두 가지 가설이다. 하나는 옥인아파트를 부수고 계곡을 재건하면서 원래 모습과 달라졌을 가능성. 하지만 앞서 본 옥곡재 작가님 글을 보면 아파트가 있을 적에도 기린교는 건재했다고 하니 그를 지탱했던 계곡 바위도 변했을 것 같진 않다. 다른 가설은 겸재가 사실과 다르게 묘사했을 가능성. 국보 217호인 금강전도 또한 겸재가 금강산에서 그린 것이 아니라, 금강산을 다녀온 후 기억으로 재구성하여 그렸다고 한다. 수성동은 겸재의 거주지 반경이라 굳이 재구성할 것까지는 없었겠으나, 겸재가 진경산수화를 남길 때 실사에 집착하지 않았을 가능성, 회화적 재구성에 관대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식이 얕은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2026년 7월, 내 시야의 기린교와 그림 속의 기린교

이날 촬영한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31호인 기린교. 이런 소중한 안내판의 맞춤법이 아쉽다.

발 담그고 시간 보내기 좋은 수성동 계곡

그렇게 기린교 감상을 마치고, 크지 않은 수성동 계곡 일대를 둘러봤다. 아이들을 동반한 몇몇 가족이 물에 발을 담그고 놀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장마가 끝난 바로 다음 날임에도 불구, 수량이 많지 않아서, 평소에 오면 물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계곡을 한 바퀴 돌자 진경산수화길이라는 안내판이 기다린다. 하긴,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수 없이 많았겠지. 


수성동 계곡을 뒤로 하고, 이제 다음 목표인 청휘각 터로 향한다. 

2026년 8월 9일 일요일

[English] 주재원/오피스 영어, Two Cents, Two Minutes

주재원 초반, 상대 이메일에서 재미있는 표현을 봤다. 본인 의견을 말한 뒤 말미에 붙은 my two cents 였다. 이는 “내 의견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몇 푼어치라도 보태자면" 정도로, 겸손하게 의견 제시하는 뉘앙스다. 19세기 미국 시절,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가치인 2센트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One보다 two가 가지는 느낌이 있다. 유사한 사례로, two minutes도 있다. 

오피스에서 일하다 보면 "(Do you have) two minutes?"라고 물어오는 경우가 꽤 많았다. 이는 "Do you have a minute?" "Do you have a second?"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다. A minute, a second가 1분, 1초를 말하는 것이 아니듯, two minutes도 2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 좀 있어?"다. 

재미있는 것은, five minutes 부터는 진짜 5분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의미하는 느낌이다. 물론 5분보다 길어질 수 있으나, 정말 5분, 300초 정도의 시간을 예상하고 제시한 숫자다. Two minutes는 2분의 시간이 아닌, 앞뒤를 정해놓지 않은 상대방과의 소통이며, 뭔가 진지하게 얘기할 것이 있다는 암시다. 

2026년 7월 26일 일요일

[프로젝트 장동팔경] 들어가며

한국으로 귀임한지 2년 반이 넘었다. 미국 나가기 전에는 사대문 안의 서울, 즉 한양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놀러가면 여느 서울과는 다른 맛이 있는 곳 정도로 인식한 것이 고작. 귀임 후 사대문의 정중앙에 위치한 오피스 덕에 한양, 경성의 흔적을 새롭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예기치 못하게 관련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했으며, 출퇴근길에 책을 잡는 습관도 들어버렸다. 

2024년 가을 귀임 후 처음에는 한국사회만이 가지는 특성이나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덜 행복한 이유에 관련된 책을 주로 찾아 읽다가(이 또한 글로 남기고자 했으나 보류), 곧 관심은 서울이라는 오래된, 한편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도시로 옮겨갔다. 이때 읽은 서울에 관련된 책만 늘어놓아도 다음과 같다: 

서울선언, 양천동네이야기, 갈등도시, 대서울의길(절반정도), 한국도시의미래(관심챕터만), 손정목이 쓴 한국 근대화 100년, 이야기가있는서울길, 서울은기억이다, 장소로 보다 근현대사, 아빠와딸DMZ를걷다, 서울시대, 골목길역사산책(서울편), 서울감성여행2-경제성장기, 오래된서울, 세한도의수수께끼, 옛그림으로본서울, 서울감성여행1-일제감정기, 서울감성여행3-개항이후, 서촌을걷는다, 서울감성여행2(2회차), 익선동이야기, 정동이야기, 서촌이야기, 한양도성(서울을흐르다), 간첩시대, 서울택리지, 오래된서울(2회차)

지금봐도 낯설다. 살아오면서 한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지금과 가까운 서울, 즉 현재와 근현대의 서울로 시작했다. 근현대의 서울은 삼프로로 익숙한 김시덕 박사의 책들로 시작했다가, 이 분야의 기라성인 손정목 교수의 책까지 읽게 되었다. 그러다 조금씩 거슬러 올라갔고, 여러 좋은 책들을 접하다 결국 여러 작가들에 의해 인용된 최종현 교수(김창희 공저)의 [오래된 서울]과 조우하게 된다. 이제 나의 바이블이다.

앞서 서울이 오래된, 한편으로는 오래되지 않은 도시라고 했다. [오래된 서울]에서 정확하게 짚어준다. 골자는 600년 서울이냐, 2000년 서울이냐 이며 나는 여기에 1000년 서울도 추가한다(물론 오래된 서울의 내용에서 알게된 사실을 바탕으로). 600년 서울은 이성계의 한양 천도인 1394년을 기준으로 한다. 1000년 서울은 서울이 중세시대에 고려 남경으로서 무대에 등장한 1067년을 기준으로 해본다. 2000년 서울은 주몽의 아들 중 하나인 온조가 위례에 터를 잡고 세운 백제의 시작점을 기준으로 한다. 풍납토성이 위치한 하남위례 부근은 분명 서울 근방이지만 사대문이 위치한 한양과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다. 이런 기준에 따라 서울의 연식이 달라지지만, 아무래도 조선에 이르러서의 흔적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남긴 서울이라는 도시의 인상이 아닐까 한다.

서울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뭘까. 서울은 순우리말로, 신라시대의 수도 명칭인 서라벌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고려, 조선 때도 '수도'라는 뜻으로 '서울'을 썼다고는 한다. 조선시대 공식 명칭은 한양 또는 한성(수도로서 공식 명칭)이었고, 서울은 일반명사로 쓰였다고 한다. 일제시대에는 경성이었고, 해방 후 미군정 때 서울이 비로소 서울이 된다. 일반명사의 고유명사 전환이다. 미국의 수도 명칭을 Capital로 짓는 겪이다.  

아무튼, 읽은 책들 중 유독 서촌에 대한 내용이 자주 겹쳤고, 한편으로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겸재 덕에 곧내 인왕산의 매력에 빠져버린다. 인왕산기슭에 자리잡은 서촌은, 조선시대 들어서 왕의 친족, 사대부, 그리고 중인들의 지성과 낭만을 충족시켜주는 곳으로 자리잡았고, 조선 말 흥선대원군을 거쳐, 일제시대 이완용과 윤덕영의 친일의 흔적도 새겨져있는 곳이다. 

서촌과 인왕산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답사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먼저 아이들과 통인시장을 다녀왔지만, 아무래도 가족들과 함께 하기에 서촌의 가파름은 제한 연령을 조금 더 높이는 듯하다. 그러다 오늘, 모처럼 혼자의 시간이 주어져 설레는 마음으로 서촌으로 향했다. 인왕 초보자로서 먼저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나온 장소(중 가능한 곳을 중심으로)를 둘러보리라 다짐하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수성동 계곡을 향해 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장동은 장의동의 준말로, 장의동은 서촌 북부 일대를 가리키던 조선시대의 지명이다. 오늘 둘러본 몇 군데를 시작으로, 장동의 명경을 하나씩 기록해보고자 한다. 프로젝트 장동팔경.

하오나, 장동팔경의 정확한 목록을 은근 찾기 힘들다. 여덟 장소를 적확하게 나열하고 싶으나, 왠지 참고자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웬걸 ChatGPT와 Gemini에 물어보니, 정선이 같은 주제를 여러 차례 그리면서 화첩마다 구성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겸재여. 국립중앙박물관본과 간송미술관본이 대표적인데, 구성이 다음과 같다. 총 11곳이다.

출처: ChatGPT

이 장소들의 위치를 표기한 그림이 은근 없다. 하여 AI와 함께 직접 표기해봤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자하문 남측, 그리고 청와대 외부의 접근 가능한 곳이다. 출발하자.

출처: Gemini 제공 지도 위 일부 필자가 화첩 제목 표기(초록색). 총 11개의 장소

덧.

장동팔경첩도 좋지만 그래도 인왕산의 증명사진은 인왕제색도가 아니겠는가.




위에서부터 정선의 인왕제색도(1751년; 국보 216호), 강희언의 인왕산도(18세기), 그리고 내가 촬영한 2026년 7월의 인왕산이다. 최열 작가의 [옛 그림으로 본 서울]에서 처음 접한 인왕산도는 정선으로부터 그림을 배웠다는 강희언의 작품인데 꽤나 멋스러웠다. 학창 시절 저렇게 산을 스케치 했던 친구 녀석이 오랜만에 떠올랐다(내가 종종 그리는 산맥도 그 친구 화풍이다). 하지만 역시 인왕산은 인왕제색도가 진경을 보여준다. 서촌에서 인왕산을 바라보면 아래 사진처럼 바위산의 위엄과 풍채가 당당하며, 바위의 빗금은 마치 물이 흘러내리는 듯하다. 정선은 붓과 먹으로 그 느낌을 실감나게 담아내었다. 한편 난 풍경 사진을 찍을 때 푸른 하늘을 좋아하지만 이번만큼은 구름낀 하늘이 좋았다. 제색(霽色), 즉 비온 뒤 개기 시작하는 인왕제색도의 하늘처럼 느껴지니까. 마침 2026년의 장마가 그친 다음 날의 하늘이니 말그대로 제색천이다. 이 하늘만이 절친 이병연이 세상을 뜨기 4일 전, 그의 쾌유를 바라며 거칠게 붓을 든 겸재의 마음을 비출 수 있을 것 같다.  

2026년 7월 18일 토요일

[English] 주재원/오피스 영어, A4 용지

주재원 초반, 오피스 세팅 이것저것 할 때. 일단 사무용품이 뭔지 영어로 몰랐다. Office supplies. 의외로 쉽지만 한국인들은 별로 익숙치 않은 용어다. 주방용품kitchen supplies, 학용품school supplies라고 하면 간단하다. 

사무용품을 파는 가게를 찾았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Staples, 거기에 맞먹는 곳은 Office Depot /디포우/. Depot는 물류 창고, 집하장 같이 물건을 모아두는 곳을 의미하는데, 위의 supply와 이 depot를 합치니 테란의 근간, supply depot가 된다.  



회사 근처에는 Office Depot이 있어 그리로 갔다. 이것저것 장만하면서 당연히 오피스에 구비해 둘 A4지도 사려고 했다. 종이코너를 뒤져도 보이지 않자, 담당 알바에게 물었더니, A4가 뭐냐고 한다. 그때 처음 알았다. 미국은 A4 용지를 쓰지 않는다. 

그렇게 알게된 레터지(letter). 미국은 표준 규격으로 letter지를 쓴다. A4지와 크기가 거의 유사한데, 살짝 짧고 뚱뚱하다. 그래서 한국 본사와 작업하던 문서를 출력하면 잘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찾아보니 A4는 1920년대 독일 규격 협회가 채택한 표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면적 1m²인 기준 용지(A0)를 반씩 네 번 잘라 만들며, 종이를 반으로 접어도 원래의 비율이 유지되는 특징이 있는 꽤나 수학적인 규격이다. 미국은 그 전에 쓰던 독자적 규격을 고수했다고 한다.

거리, 무게와 같은 단위도 세계 표준을 따르지 않지만, 종이마저 그럴 줄은 몰랐다. 

2026년 7월 11일 토요일

[English] Pandemic English - 긴급재난지원금, Stimulus Check

코로나 시기, 그나마 힘이 나는 소식은 미국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이었다. 코로나 발발 약 3개월 후, 미정부는 CARES Act (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이라는 팬데믹 초기 미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대규모 경기부양 법안을 제정하여 시행하였다. 법률act라고 하고, 고유명사로 쓸 때는 Act로, a를 대문자로 쓴다.

나는 E2 비자로 머무는 외노자였고, 이민법상으로는 거주자(resident)가 아닌 비이민(non-immigrant) 임시 체류자였다. 다만 세법상으로는 매년 대부분의 기간을 미국에서 체류하는 Resident Alien으로 분류되어, 지원금의 적격대상이 되었다. 결국 취지는 미국 내 소비 증진, 즉, 미국에 체류하는 사람이 미국에서 돈쓰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말이 된다. 

이 지원금의 공식 명칭은 Economic Impact Payment (EIP) 였고, 통상적으로는 Stimulus Check이라 불렀다. 한국 긴급재난지원금의 미국 버전이다.



2020년 6월 미국 국세청(IRS)에서 위와 같은 레터가 왔고, 무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떡. 스페인어 버전도 동봉되어 있었다. 이게 1차 지원금이었고, 약 $2,400불을 지원 받았다. 지금 찾아보니 성인 1인당 $1,200, 17세 미만 자녀당 $500이라고 하는데, 당시 세 가족이었던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좋아라 했던 기억이다. 

저 레터를 받기 약 2주 전이었던 5월 말, 지원금이 먼저 왔다. Stimulus Check인 이유는 수표(check)의 형태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참 미국스럽다. 물론 계좌 입금(direct deposit)으로 받은 사람들도 있다. 지급 방식이 왜 차이났던 건진 모르겠다.



수표라는 형식이 참 옛스러우나, 익숙해지면 그러려니 하고 쓴다. 저렇게 오면 뒷면에 서명하고, 은행앱으로 카메라 스캔해서 입력하면 며칠 뒤에 입금이 완료된다. 어르신들은 수표들고 은행으로 직접 가서 입금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지원금보다 편했다. 귀임 후 2025년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원금을 받았는데 날짜별 신청과 카드로 지급되는 방식이 체계화, 정교화 측면에서 돋보였으나, 받는 입장에서는 그냥 투박하게 지급하고 사용처를 따지지 않는 미국 방식이 손쉬웠다. 사람이 이렇다. 준다는데도 따지고 있다. 고마운 마음으로만 살자.   

2026년 7월 3일 금요일

[English] 엘레베이터에서, 몇층 가세요?

미국에서는 대부분 엘레베이터를 타면 버튼 앞에 있는 사람이 나머지 탑승인원의 층을 눌러준다. 물론 뉴욕이나 보스턴 직장 밀집 지역의 시크한 그들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많이 타도, 웬만하면 꾸역꾸역 팔을 비집고 본인이 누른다.

몇층 가세요? 를 영어로 뭐라고 할까. 출력의 문제다. 
나도 그랬지만,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which로 시작한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what을 쓴다. What floor? (뒤에 are you going to 생략)

5층 갈 경우, "Five, thank you."라고 하면 된다. 한국인들은 층을 말할 땐 서수에 익숙해져 있어 fifth로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five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5층 눌러주세요 라고 부탁할 상황도 있다. 그럴 땐 동사를 뭘 쓸까? 역시 출력의 문제다.
Could you press five? Could you hit five? Press나 hit을 쓴다. 쉬운 단어지만 익숙치 않으면 안나온다. 

주거지에서는 엘베 안 스몰톡이 많다. 특히 간난 아기나 강아지가 있을 경우, 가장 흔한 질문은 "Boy or girl?" 혹은 "A boy or a girl?". 

헤어질 때 가장 흔한 표현은 "Have a good one" 이다. 한국에서 배운 적 없었지만 가장 쉽게 익혀진 표현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주 쓰는 인사는 "Take care" 이다. 

2026년 6월 27일 토요일

[English] 주재원/오피스 영어, 아첨꾼

주재원 생활을 하며 현지 직원들과 문화적 이질감으로 때론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직원들이 자주 했던 말은, 한국 회사는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없다, 유치원에 다니는 기분이다 등이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크게 와닿지 않았다. 본사에서는 당연했던 사내 규율들이 그곳 직원들의 눈에는 생소하게, 그것도 상당히, 보였던 것이다. 

당시 한국에서 임원들이 나오면, 나는 의전을 책임져야 했다. 공항부터 회사, 간담회 자리배치, 회사 주변 식당 동선, 외부 미팅 동선, 숙소, 일정 후 다시 공항 등 일일이 챙기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모습이었나 보다. 물론 미국도 의전(protocol)이라는 문화가 있으나, 민간기업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상황은 꽤나 어색하게 보였나 보다. 

그때 가장 친했던 현지 직원은 "brown-noser"라며 비아냥 거렸다. 친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처음 그 뜻을 알았을 때 '아, 그렇게 보이는구나'라는 인식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Brown-noser. 코를 윗사람의 엉덩이에 들이밀어 똥이 묻을 정도로 아첨을 부리는 사람, 아첨꾼

일 못하는 주재원은 살아 남아도, 의전 못하는 주재원은 살아남지 못한다.

처음 미국 나왔을 때 다른 지역의 주재원 선임이 내게 했던 말이다. 그래, 의전은 정말 잘 해봐야지, 라는 생각은 무슨. 업무 성과로 증명하겠다는 생각만 강화했던, 대기업에 어울리지 않은 DNA였지만, 현지인들의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던 것이다. 

2026년 6월 26일 금요일

[English] 배심원 소환, 종종 당한다

보스턴 나간 지 2년이 되지 않은 시점, 아래와 같은 우편을 받았다.

앞면의 제목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Official Summons for Juror Service. 배심원 소환장. Summon (소환)이라는 단어는 게임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그것인데, 직접 이렇게 물리적 실체로 다가오니 쫄리는 마음부터 들었다. 


왼편에 대응하는 방법 안내가 있고, 우측은 참석 재판 일정이다. 11월 사건인데 7월에 우편을 받았다. 우측 아래에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 거부 시 최대 $2,000의 벌금이 부여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역시 배심원 재판의 국가. 

언어, 문화, 경험, 모든 것이 부족했던 나는 상당한 부담과 함께 안내된 MAjury.gov에 접속했다(MA는 보스턴이 있는 Massachusetts 주의 약어다). 무엇보다 의아했던 건 난 영주권(소위 Green Card) 보유자도 아닌 비자 거주인이었다는, 그래서 자격 미달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접속했더니 역시 자격 요건 검토를 위한 질문이 나오며, 신분을 묻는 항목에서 자격 미달로 판명이 났다. 휴. 자격은 영주권도 아니고 시민권자(citizen)에게만 주어진다.

이후에도 다른 건으로 몇 차례 더 받은 기억이 있다. 계속 비자로 거주 중이었는데, 이민국과 사법부의 정보 연동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은 듯하다.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 SSN) 등록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으나, 알아보니 주로 운전면허 DB를 사용해서 무작위로 선정한다고 한다. 참고로 SSN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하지만, 전체 행정 전반에 적용되는 민번과는 달리, 세금, 연금, 고용, 사회보장의 목적으로 등록하며, 또한 민번과 달리 신분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신분은 주로 운전면허로). 나 같은 외노자도 가자마자 신청해서 부여받았다.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출생 후 바로 부여됐다. 

돌이켜보면 한번 쯤 체험해봤으면 큰 경험이었겠다 싶으나, 늘 그렇듯, 닥치면 매우 귀찮다.

2026년 6월 13일 토요일

[English] At The End Of The Day, 하루의 끝자락에?

비즈니스 영어에서 매우 자주 쓰이는 표현 at the end of the day. 결국, 궁극적으로라는 뜻이다. 

사례를 보자. 

At the end of the day, profit matters. 

결국 이익이 중요하다

많이 들었고, 또 입에 잘 붙어 유용하게 자주 쓴 표현, at the end of the day. 

[English] 봄, 가을 체험, Berry Picking, Pumpkin Patch

다음 주에 첫째 친구네랑 김포의 농촌 체험을 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시즌이면 보스턴에서도 과수원 체험이 많았다. 6월이 되면 비로소 봄이라고 느껴지는 동부에서는, 이때가 딸기철이다. 

2022년 6월, 당시 첫째 친구네와 함께 Northborough의 Tougas Family Farm에서 첫 딸기따기 체험을 했다. Strawberry picking. 늘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미루다 7년차가 되어서야 그분들 덕에 처음으로 몸을 움직였다. 


처음에 보스턴 나갔을 때 주변에서 cherry picking 가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는데, 그 당시 내 머리속에 picking이라는 단어는 나무에서 따는 것보다 땅에서 줍는 이미지가 강했나 보다. 그래서 땅에 떨어진 과실을 줍는 체험이라고 생각했었다. 땡. 요즘엔 한국에서도 XX피킹 이라고 흔히 쓰는 것 같다.

첫째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간 적도 있었다. 이건 가을 시즌이었고, 종목은 사과. 9월의 Apple Picking.



인당 12불에 사과, 동물농장, 1/4 peck bag of apples 등이 포함이다. 1 peck = 8 dry quarts ≈ 8.8 L 이라고 하니 1/4 peck은 2kg 정도로 아래 사진이 그 백이다.




그것보다 더욱 생소한 문화체험이 있다. 가을, 할로윈 시절에 하는 pumpkin patch. 이른바 호박밭 체험이다. 단어도 생소하고, 체험도 생소하다. Patch는 작은 밭이라는 뜻이다. 


코로나 시기에 찾은 Andover의 호박 농장. 수확한 호박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고, 할로윈을 위해 구매할 사람은 들고가서 계산하면 된다. 우리는 사진만 찍고 왔다.


보스턴 떠나기 일주일 전, 판매용 할로윈 호박 더미 앞의 둘째. 보스턴은 미국 마녀재판(witch trial)이 일어났던 Salem이 근교에 있어, 나름 미국 내에선 할로윈 본토 소울이 있다.   

2026년 6월 6일 토요일

[English] Pandemic English - Holding It Down!

2018년 part-time으로 시작한 MBA도 유래없던 역병의 직격탄을 맞았고, 학교는 원격(remote) 체제로 돌입했다. 참고로 재택 근무remote work 혹은 더 자주 쓰는 표현으로 work from home이라고 한다. 처음에 work at home으로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코로나 초반에 hybrid 체제로 Zoom과 대면(in-person)을 선택할 수 있었고, 대부분, 아니 교수를 제외하고는 나가는 학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 한 수업에서 우리 동기 그룹(cohort)의 친구 한명이 교실에 등장한 것이 아닌가. 그러자 동기들이 채팅방에서 빵 터졌고, 걔중에 한 친구는 "Holding it down!"이라고 남겼다.

난 저 표현을 해석할 수 없어서 기록만 해두었고, 조심히 행동하라는 뜻인가, 나대지말고 낮춰라 정도로 유추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웬걸 전혀 다른 뜻이었다.

Holding it down! 잘 버티고 있네! 

Hold it down은 "자리를 잘 지키다, 책임을 다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역시 쉬운 조합의 어구가 가장 어렵다. 

상황에 따라서는 "Hold it down!"이 "조용히 해! 진정해!" 뜻도 있다. 

그리고 "hold down"이 소화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토하는 것을 억누르다(hold down), 즉 음식이 위장에서 올라오지 않고 머물러 있다라는 뜻이다. 

I can't hold down any food. 음식을 전혀 소화하지 못하겠어. 먹기만 하면 토해. 

2026년 6월 5일 금요일

[English] Pandemic English - I Got Vaccinated!

코로나 시리즈 이어간다(Pandemic English - The Beginning, Pandemic English - Positive, Negative). 2020년 1월 첫 발생이후 창궐해가던 바이러스에 대적하여 인간은 빠른 속도로 대응책을 마련해 갔다. 백신. 글로벌 바이오의 중심, 보스턴에 있었던 덕분에 이러한 일련의 개발 과정을 목도할 수 있었고, 혼란에 빠진 사람들 속에서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1년 후, 2021년 4월, 나에게도 첫 접종 차례가 왔다. 장소는 보스턴 시내 한 가운데 Hynes Convention Center. 두 번에 걸쳐서 맞아야 하는 화이자(Pfizer) 백신이 접종되고 있었다. 당시의 기록이다.



이 상징적인 건물이, 학회 때나 한 번씩 들렀던 이 장소가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안내문 영어를 살펴보자.

Practice social distancing by staying 6 feet apart. 2m 사회적 거리두기 지켜주세요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동사로 practice를 쓰는 것이 쉽지 않다).

Keep your mask on at all times. 항상 마스크 착용하세요 (at all times는 전치사 at부터 복수형 times까지 완벽하게 구사하기 쉽지 않다).

Contact a staff member if you are not feeling well.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직원에게 연락하세요 (이건 잘 알려졌지만 contact 다음에 to를 쓰지 않는다, 즉 타동사다).


이렇게 군복 입은 사람들이 접종을 해줬다. 당시 군 의료 역량까지 총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접종 후에는 면역 반응 관측을 위해 15분 간 대기해야 한다. 대기(관측)장소Observation Area라고 하며 위 사진의 주황색 안내문에 적혀있다. 


안내를 따라 걸어가면 위와 같이 파란색 구획으로 15분 대기 의자가 있다. 


그렇게 얻은 첫 백신 카드. 1st Dose1차 접종이라는 뜻인데, dose가 보통 복용량으로 많이 쓰이지만 복용/투여 자체로도 쓰인다. 그리고 날짜가 04/3/21로 기재되어 있는데, 미국은 월/일/년 순이다. 유럽이 일/월/년 으로 쓰는 것과 다르다. 


그리고 받은 백신 접종 배지. I got vaccinated! 

참고로 저런 핀이 달린 배지를 미국에서는 button이라고 흔히 부르고, pin button 이라고도 한다. Badge라고 부르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Badge는 영국에서 더 흔히 쓴다고 한다.

3주 뒤 2nd dose도 같은 장소에서 접종했다. 

그리고 8개월 후. 

이번에는 찰스강 북편 Cambridge의 한 쇼핑몰에서 시즌 접종을 했고, 이때는 Moderna였다. 



이때쯤이면 의료진이나 맞는 사람이나 한결 엄숙이 덜한 분위기다. 

그리고 또 1년 후, 2022년 11월, 어느덧 창궐 후 만 3년이 다 되어가던 시점 내 기억으로는 마지막 샷을 맞았고, 역시 모더나였다. 

모더나는 보스턴/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바이오텍으로, 내 오피스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아는 분들도 몇 있어서 꽤나 친근한 회사였다. 한국 손님들을 맞을 때면 팬데믹 덕분에 유명세를 탄(동시에 경비가 삼엄해진) 이 회사를 보여주기 위해, 맞은 편 식당 창가에 종종 자리잡곤 했다. 관광코스.




음.

쨌든 그렇게 내 백신카드는 완성(?)됐다.


카드가 완성되는 동안 21세기의 첫 역병은 저물어 가고 있었고, 내 가족구성, 직장, 삶도 다음 챕터를 맞이해갔다.

[English] Pandemic English - Positive, Negative

I'm Down 편에서 단어의 느낌이 주는 착각에 대해 알아봤다. 
코로나 시국 때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아래 첫째 아이 어린이집(daycare)에서 온 메일을 보자.


제목이 "COVID Positive Cases"다. Positive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긍정이다. 이 때문에 처음 저 표현을 봤을 때 해석을 거꾸로 할 뻔 했다. Positive case양성이라는 뜻이다. 음과 달리 양은 밝은 쪽에 있지만, 감염이나 질병에서는 이 글자가 가리키는 방향이 부정적이듯, 영어에서도 평소의 쓰임새와 달리 질환에서의 positive는 반대편에 있다. 난 바이오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단어의 느낌에 매몰되어 해석을 그르칠 뻔했다.

그리하여 아래는 반가운 결과지였다. 

맨 위에 떡하니 NEGATIVE! 이 단어도 이렇게 반가울 수 있다.

참고로 가장 아래 provider는 healthcare provider의 준말로 의료기관, 의료인, 주치의 등을 의미하고, 대척점에는 patient (환자)가 물론 있으나, 또 다른 대척점으로 payer, 즉, 보험사가 있다. 미국 의료 시스템을 처음 접하면 복잡한 것이 많지만, 민영 보험제도에서 provider와 payer의 단어 뜻을 알면 어느 정도 감이 온다. 의료서비스 제공자(의료기관, provider)와 비용지불자(보험사, payer)의 관계. 둘 간 썩 친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