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보스턴 시내에서 학회 참석 후 귀가길이었다. Prudential Center를 지나 Storrow Dr (찰스강 남단의 왕복 4차선)로 진입하는 고가도로가 있다. 퇴근길 정체로 브레이크를 밟을 무렵 본능적으로 미러를 봤는데 뒤의 육중한 GMC 속도가 심상치 않다. 곧 1/2mv2을 몸으로 느끼고 순간 멍. Got rear-ended (후방추돌 당했다).
덩치있는 흑인청년이 내리더니 미안하다며 횡설수설 한다. 그러고는 일단 Storrow Dr에 자기가 아는 곳이 있느니 차끌고 자기 차를 따라오라고 한다. 사고 현장에 남아서 처리하는 게 정석이지만, 정신이 없었고, 퇴근길 우리 때문에 정체된 고가도로의 보스턴 차량들을 보니 멘탈이 붕괴되어 일단 내려가기로 했다.
이상하다. 계속 간다. 곧 이건 아니다 싶어 앞질러 갓길(shoulder)에 그 차를 세웠다.
내 미국 첫 차였던 스바루 아웃백. 프레임이 탄탄하기로 유명하다.오히려 더 찌그러진(dented) Yukon.
또 내리더니 횡설수설 한다. 보험증부터 보여달라고 하니, 있어보라면서 어디 전화 좀 하겠다며 사진의 육교쪽으로 가더니 사라진다. 차는 덩그러니. 그렇게 몇 분 기다려도 오지 않고 쎄하다. 미국 생활 내 폰에서 결코 보기 싫었던 9-1-1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눌러봤다. 하-아. 경찰을 기다리며 길에 혼자서서 눈에 들어오는 퇴근길 차들이 몹시 부럽다. 그냥 집에 가서 돌도 안된 우리 첫째를 너무 보고 싶었다.
한참 뒤에 경찰 도착.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30분~1시간 사이에 도착한 것 같다. 도중에도 몇 번 전화해서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느라 고생했던 기억도 있다. 도착해서 차량을 수색하는 경찰.
차에서 등록증과 보험증을 찾아서 조회한 것 같다. 그러고는 차주인 사진을 단말기로 띄워서 내게 보여주는데 그 청년이 아니다. 아니라고 했더니, 바로 엄중한 톤으로 바뀌어 criminal 사건이라고 한다. 이런. 심상치 않더니만.
나는 사건에 대한 리포트를 그자리에서 작성해서 경찰에게 건내고, 경찰은 차를 픽업해서 조사해보겠다고 한다. 이 모든 게 귀찮고 그냥 집에 가고 싶다.
며칠 뒤 연락온 경찰은 그 청년은 소유자의 아들이었고, 출소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젠장. 그러고보니 그날 횡설수설 하던 게 사고차량 운전자 이상의 그것이었던 것 같아, DUI (driving under the influence), 그중에서도 of drug이 아니었다 싶다.
회사에서 동료들에 말했더니 보스턴 토종인 Steve 아저씨는 예전에 시내에서 T-boned (측면충돌) 당했던 이야기도 해준다. 덕분에 괴기향 나는 표현도 배웠다.
회사 사고 신고 절차 밟고, 보험 처리하고, 병원(경미) 가고, 카이로프랙틱 다녔던 몇 주간도 인생의 큰 레슨이었지만 매우 귀찮았다. 무엇보다 크게 안다친 것에 감사하며, 기회되면 나중에 블로그에서 관련 영어 표현들도 기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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