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3일 월요일

[바이오] CJ는 삼성, Ajinomoto가 되지 못했나 - 3편(종결)

Disclaimers | 본 분석은 공개된 자료에 기반한 개인적 의견입니다.


삼성그룹은 1938년 삼성상회로 시작하여 무역과 유통업으로 초기 사업을 일궈오다가, 1953년 삼성 그룹 내 최초의 제조업인 설탕회사 제일제당을 설립했다. 이것이 CJ 그룹의 전신이다. 이후 밀가루, 전분당까지 확대하다, 1960년대에 MSG를 생산하기 시작하였고(화학공정), 1970년 전후로 미생물 발효를 통한 바이오 공법으로 MSG와 다른 아미노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게 현재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의 전신이다. 이후 CJ는 1993년 삼성에서 계열 분리하고, 영화/방송 등으로 진출하며 생활문화 기업으로 방향을 잡는다. 

CJ 그룹 내 R&D를 하는 곳이 곳곳에  포진해있으나, 단연 그 중심에는 광교 Blossom Park, 즉 CJ제일제당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이오연구소에만 유독 '기술'을 걸어 바이오기술연구소라 불리웠다. 그만큼 그룹 내에서 독보적 기술 기반 사업으로 명성이 높았다. MSG에 뿌리를 두며, 미생물 발효를 통해 탄생한 바이오 기술 사업.

Ajinomoto가 아미노산에 집중했다면 CJ는 바이오에 집중했다. 여기서 바이오는 미생물이라는 '생명체(bio)'를 통해서 아미노산과 같은 소재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생산방법이 바이오, 즉 협의의 정의는 바이오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거다. 광의의 정의로는 최초의 소재가 바이오 '원료'라는 뜻도 포함한다. 즉 석유로부터 나오는 플라스틱처럼, CJ가 만드는 소재들은 옥수수, 사탕수수와 같은 생명체(bio)의 당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당을 미생물에게 먹이면 발효를 통해 아미노산을 만들어낸다. 바이오 원료(bio-based, bio-derived)를 사용하기 때문에 바이오 사업이라는 것도 말이 된다. 녹말 이쑤시개와 같은 거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 CJ 바이오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HA 사업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생(bio)분해된다는 의미의 바이오도 정의에 넣을 수 있다. 즉, CJ의 바이오는 바이오 프로세스, 바이오 원료, 바이오 분해성에서 오는 바이오다.

바이오 프로세스의 중심에는 미생물 균주 개발이 있다. 목표 시장은 사료첨가제, 식품첨가제와 같은 원가경쟁력이 최우선인 사업군이었으므로 바이오 공법으로 제품을 싸게 만들어야 한다. 싸게 만든다는 말은 미생물에게 최소의 먹이를 먹이고, 최대의 아미노산을 만들어낸다는 말인데, 이 개념이 수율(yield)이다. 즉, 당 1g을 먹일 때 생산되는 아미노산의 g, 혹은 당 1mol을 먹일 때 생산되는 아미노산의 mol을 수율이라고 한다. 미생물도 사람처럼 음식을 먹으면 대사과정을 거쳐 아미노산과 같은 대사물질을 내놓는다. 이 대사과정이 발효(fermentation)다. 유전공학으로 대사경로를 조절하여 당을 먹었을 때 다른 기능으로 사용되는 걸 최대한 억제하고 목표한 물질이 많이 나오게 하는 기술을 대사공학(metabolic engineering)이라고 한다. CJ 바이오 기술 역량의 핵심은 바로 균주 대사공학이다. 

똘똘한 균주를 만들어 내면 이제 이를 대량으로 배양(액상 발효)하면서 아미노산을 양산해야 한다. 스케일업은 어느 분야에서나 힘들지만, 생물을 배양하는 분야는 수 없이 많은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힘들다. 실험실에서 몇 리터 수준의 플라스크에서 키우다가, 초가집 한채 정도 돼보이는 3KL, 그리고 작은 건물 하나 정도는 돼보이는 500KL까지 스케일을 올리면 미생물에 전달되는 영양분, 산소, 온도 등의 조건이 변하며 유체역학까지 고려하는 지경이다. 이 스케일업 발효공정은 CJ가 축적해온 역량의 역사이며 이게 다시 균주 개발로 피드백이 되면서 형성된 연구개발 루프는 가히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0년대 미국에서 Ginkgo Bioworks, Zymergen과 같은 AI/ML과 합성생물학을 키워드로 등장하여 SoftBank 등으로부터 거대한 투자를 받은 미생물 회사들이 있지만, 이들은 스케일업 설비와 경험이 없어 AI로 균주개발을 한다고 한들 대형 발효공정에서 오는 피드백 없이 개발해야 하는 반쪽짜리이며, 결국 지금까지 이들이 미생물 발효로 성공시킨 사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발효를 마치면 미생물 배양액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아미노산만 꺼내야 한다. 정제공정이다. 발효와 정제를 합쳐 downstream process (DSP)라고 부른다. 이 균주, 발효, 정제가 CJ, Ajinomoto 등 대형 미생물 발효 사업 업체의 핵심역량이라고 볼 수 있고, 아미노산 생산 경쟁에서 이들 기술력으로 CJ는 Aji를 제쳤다.

CJ의 바이오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미노산을 넘어 화학소재들을 석유가 아닌 바이오 유래로 만들고자 했다. 즉, 아미노산을 끝까지 팠던 Aji와 달리, CJ는 바이오 공법을 이용해서 제품을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석유 유래를 바이오 유래로 대체하는 산업을 미국에서는 산업바이오(industrial bio), 한국에서는 화이트바이오(white bio)라고 부른다. 이게 가능하다면 몇 조원 단위의 아미노산이 아닌 5천조원 이상의 화학소재 시장을 넘볼 수 있는 것이다. 가히 도전해볼 만 했다. CJ 같은 바이오 회사뿐 아니라, DuPont과 같은 전통 화학 회사들도 이를 기회라고 여기고 바이오 기술에 투자했으니 탐스러운 시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쉽게 열리지 않았다. 문제는 원가였다. 바이오 공법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석유화학 공법의 원가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바이오 원가의 가장 큰 비중은 바로 당 가격이다. 옥수수, 사탕수수로부터 나오는 당을 싸게 구매하여 사용하고자 CJ는 전 세계의 옥수수, 사탕수수 생산지에 아미노산 생산거점을 두었고, 정제한 당을 받으면 비싸지므로 원당을 그대로 써서, 이를 잘 사용하는 균주를 개발해왔다. 나아가 2세대 당인 목재당(셀룰로스) 바이오매스 기술개발에도 상당 기간 투자를 진행했다. 균주, 발효, 정제의 3단계에 더해 upstream의 원료까지 수직계열화 시키고자 했던 전략은 매우 스마트한 그것이었다. 다만 CJ뿐 아니라 전세계의 바이오 업계에서 이 원가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미국 에너지부처에서도 자체적으로 많은 투자를 단행했으나 결국 이루지 못했다. CJ의 화이트바이오 사업은 업계와 함께 저물어야 했다. 이는 전략의 실패가 아닌, 현 인류 기술의 한계를 인류가 스스로 자각해가는, 거쳐야만 했던 선택이었던 것이다. 

이후 CJ는 2016년 미국 Metabolix사의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인 PHA의 기술자산을 인수하면서, 화이트바이오의 불씨를 살리려고 하고 있다. 아미노산을 넘은 바이오 소재 다각화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아미노산으로 시작한 Aji와 바이오 공법으로 시작한 CJ는 그 시작점을 각각 사업확장의 철학으로 삼았다. 한때 사료용 아미노산 사업의 접점에서 경쟁구도를 펼쳤던 이들의 종목은, 사실 한때 우연히 한 경기장에 섰던 이종격투기였던 것이다.

CJ가 Aji처럼 아미노산만 파지는 못했을 것이다. Aji는 식품회사지만 축적되어 온 화학역량 또한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아미노산이라는 화학물질을 화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CJ는 바이오 회사로서 균주개발과 발효공정 개발 역량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철학과 성격의 개성이 달라, 돌아간다 해도 Aji의 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서 Aji의 반도체 소재 독점까지 이야기를 했지만, 그에 비해 CJ는 제일제당을 넘어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설국열차, 기생충 등으로 이름을 날리고, 어딜가든 관광객으로 가득한 올리브영 점포는1,000개가 넘었으며, 르브론제임스는 유니폼에 비비고를 달고 뛴다. 2018년 Fortune Global 500에 처음 진입했으며 그룹 매출은 40조원이 훌쩍 넘었다. 한국 그룹사들의 다각화 전략을 CJ는 자기만의 분야에서 잘 펼친 것이고, Aji는 의도적으로 본인들의 분야에 집중하며 고도화시켜 나간 것이다. CJ가 Aji가 되지 못한 이유. 되지 않은 것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일각에서 Aji가 CJ가 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해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과학 전공자로서 Aji가 부러운 건 사실이다.


바이오 기술을 팠던 CJ. 여기서 아쉬운 점이 있다. 바이오로 잘 나가는 삼성이다.


삼성은 예전부터 종기원에서 바이오 씨드를 키우고는 있었으나, 2011년경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가 등장한 것은 다소 뜬금없긴 했다. 삼성이 정의한 바이오는 의약품 위탁생산이었고 즉 장치산업이었다. 반도체에서 축적한 대규모 제조 역량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여겼다. 결과적으로 매우 뛰어난 선택이었으나 그러한 전략적 판단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무리 CAPEX 기반의 장치산업이라 한들, 그 안에 들어가는 요소기술은 너무 다른 영역이었다.

그 요소기술은 사실, CJ 바이오가 지녔던 역량들과는 근접한 것이다. 물론 의약품을 생산하는 '동물세포'와 CJ가 사용하는 '미생물'은 또 다른 영역의 것들이긴 하지만, 반도체만큼 달랐을까. 균주 개발과 셀라인 개발, 미생물 액상 배양(발효)와 동물세포 액상 배양, 이들의 스케일업. 모두 평행선상에 있다.

CAPEX가 허들이었을까. 미생물 최강자라는 정의에 스스로 갇혀있었을까. 오너의 의지 차이였을까. 참모들의 역량 차이였을까. 역시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삼성, 셀트리온, 롯데보다 세포 개발과 배양에 강점을 지닌 CJ의 무작위가 못내 아쉽다. 그 길을 선택했으면 지금 그룹 내 바이오의 위상은 어땠을까. 아니 CJ라는 그룹의 국내 재계 위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윤 대표의 기사를 보며 스쳐갔던 애정어린 소회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