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를 전면에 내세운 CJ와 그렇지 않은 Ajinomoto의 이야기.
Ajinomoto의 중심에는 항상 바이오 대신 아미노산이 있었다. Aji는 아미노산 회사다. 일본스럽게도 그 테마를 끝까지 팠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아지노모토 그룹은 100년 전 창립 이래로 아미노산을 연구해 왔습니다. 우리는 "AminoScience"라고 불리는 독특한 과학적 접근 방식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추구합니다."라고 버젓이 적혀있다. 매출 15조원 규모의 회사가 스스로 '오타쿠'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 노력은 안팎에서 진행되었다. 내부에서 아미노산을 어떻게 응용할까를 끊임없이 연구해왔고, 외부 연구도 지원하며 아이디어를 모집해왔다. 후자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추진했으며,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3ARP (Ajinomoto Amino Acid Research Program)라는 프로그램을, 2013년부터 2019년까지는 AIAP (Ajinomoto Innovation Alliance Program)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각지의 혁신 아이디어 기술 공모하고 연구를 지원했다. Aji의 특허를 검색해보면 아미노산 관련 연구가 어마어마하며, 이는 여느 대학 수준에 견줄만 하다.
Aji의 연구는 '제품'연구이자 '응용'연구다. 즉, 아미노산이라는 제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물리적, 화학적으로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그렇게 하여 개발한 제품군은 아래와 같다.
CJ의 연구는 '생산' 연구다. 물론 Aji도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건 맞고, 바로 이 지점이 CJ 바이오와의 접점이다. Aji가 1960년 전후로 미생물 발효를 활용하여 아미노산 생산을 시작한 이후, 한국의 CJ, 대상, 그리고 중국 업체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Aji는 아미노산의 저렴한 생산을 위해 화학 대신 바이오 공법을 택했고, 이는 후발주자들의 사업에 '바이오'라는 타이틀을 건내준 격이 되었다. 아미노산 생산 물량이 가장 크게 나오는, 즉 시장이 가장 큰 사업영역은 바로 사료첨가제 였고, 식품첨가제가 뒤를 이었다. 가격이 낮고 마진이 낮은 분야라 어떻게든 원가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미생물 발효 공법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글로벌 아미노산 치킨게임의 중심에는 바로 이런 회사들이 있었다. 2010년대로 넘어가면서 Aji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CJ는 주력 제품인 라이신의 점유율에서 Aji를 제치고 쾌재를 부른다. 물론 중국업체들과의 피터지는 치킨게임은 계속 됐지만. 여튼 Aji의 추락은 정말 추락이었을까. 이때 Aji는 공식적으로 사료사업을 점차 줄여가겠다는 발표를 한다(2018년 연차보고서 등). 당시 한국과 중국의 피터지는 치킨게임에서 판가가 원가보다 높다고 누가 말할 수 있었을까. 팔 수록 손해보는 장사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Aji의 추락은 정말 추락이었을까.
Aji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미 훨씬 전부터 아미노산을 활용한 고부가 소재, 즉 화장품과 전자소재 같은 제품에 관심을 가져왔다. 화장품은 지금 찾아볼 수 없으나, 전자소재는 반도체 독점 소재로 발전해버린다.
반도체는 업사이클 속에 현시점 다시 너무 핫하다. 마치 10년 전에 그랬듯 최근 많은 개미들의 지갑을 두둑하게 해주고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파생산업들도 핫하다. 소부장이라고 불리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이다. 이중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는 소재시장은 '24년 기준 약 $110B 규모다. $70B 규모의 장비, $34B 규모의 부품에 비해 크다. 이 $110B의 소재시장 중 반도체를 직접 구성하는 필수 원재료인 직접소재가 약 $85B, 공정 전후 처리 소모성 화합물인 간접소재는 약 $25B이다. 전자인 직접소재 중 웨이퍼를 제외하고 칩 접착, 금속 연결, 성형 등 반도체를 보호해주는 포장 역할을 하는 후공정 소재들이 $30B 이상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후공정 직접소재 시장 규모를 ChatGPT로 그려봤다.
2025: ████████████ (총 46B)- 기판 ▓▓▓▓▓▓▓▓▓▓▓▓ 35% (≈16B)- 절연필름 ▓▓▓▓▓ 13% (≈6B)- 다이 본딩 ▓▓▓ 9% (≈4B)- 본딩 와이어 ▓▓▓▓▓ 15% (≈7B)- 리드프레임 ▓▓▓▓ 11% (≈5B)- 봉지재 ▓▓▓▓▓▓ 17% (≈8B)2030: █████████████████ (총 76B)- 기판 ▓▓▓▓▓▓▓▓▓▓▓▓▓▓ 37% (≈28B)- 절연필름 ▓▓▓▓▓ 13% (≈10B)- 다이 본딩 ▓▓▓▓ 9% (≈7B)- 본딩 와이어 ▓▓▓▓▓▓ 16% (≈12B)- 리드프레임 ▓▓▓▓▓ 11% (≈8B)- 봉지재 ▓▓▓▓▓ 14% (≈11B)
원그래프로 그려달라고 했는데. 숫자들은 다른 곳에서 찾아본 숫자들가 소폭 차이는 있으나 엄청 다르지는 않다. 이 각각의 소재는 대부분 Top 5 업체가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쟁취하고 있다. 이중 100%인 소재가 있으니 바로 절연필름. 이는 Top 5도 아닌 Top 2 회사가 독점하고 있고 Top 1 회사가 95%를 먹고 있다. 이 회사가 바로 Ajinomoto다.
참고로 Aji의 '24년 연차보고서를 찾아보면 이 분야 매출이 수 천 억원 정도인 걸로 봐서 위 그래프의 절연필름 시장은 '25년 $1B, '30년은 (다른 시장 보고서에 의하면) $5B 정도로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 같다.
여튼 이 절연필름은 Build-up Film이라 불리며, Aji는 자사 제품을 ABF (Ajinomoto Build-up Film)라 명명했다. Qualcomm 등에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Aji 홈페이지에 소개된 ABF 개발 스토리 일부다.
Insulation material shifts from liquid to film based on amino acid technology
The Ajinomoto Group began basic research on applications of amino acid chemistry to epoxy resins and their composites in the 1970s. This ultimately led to the development of advanced insulators for CPU substrates. As a late entrant to this field, the Ajinomoto Group’s focus on film differentiated our product from conventional ink-type insulators and resulted in a material that resolved significant problems posed by the use of conventional insulators in high-performance CPUs. When ABF became available to manufacturers, it met a fast-growing global demand.
출처: Ajinomoto 홈페이지
이 조미료 회사는 1970년대부터 50년 넘게 아미노산 기반의 전자소재 연구를 진행해서 지금의 위상에 오른 것이다. Aji의 중심에는 아미노산이 있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반도체 시장규모에 비해 Aji의 매출 변화가 그만큼 가시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한때 경쟁사라고 불렸던 다른 회사들에 비해 견고한 성장, 무엇보다 영업이익의 혁신적 전환, 즉 고마진 사업으로의 변신은, 경쟁사들과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 연도 | 매출 (Net Sales) | 영업이익 |
|---|---|---|
| 2015 | ¥1,006,630 백만 | ¥74,519 백만 |
| 2024 | ¥1,439,231 백만 | ¥148,928 백만 |
Aji를 제치고 쾌재를 불렀던 CJ. '21년 한 기사에서, "소니 이긴 삼성말고, 아지노모토 제친 CJ제일제당도 있다"라고 했던 CJ. 미생물 발효 바이오 공정 분야에서 꾸준히 역량을 축적하고 결국 기술력으로 Aji를 제친 건 분명하며, Aji의 위상이 점점 떨어져 간 것도 사실이다. 미생물 발효와 사료첨가제 시장에 한해서.
이제 CJ 이야기를 해본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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