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3일 일요일

MBA Case Study_Dominion Motors & Controls

마케팅 수업 케이스다 (ref. Harvard Business Review 9-589-115).

케이스 설명


배경은 1985년, 캐나다. Dominion Motors & Controls (DMC)는 당시 연매출 $323M 규모의 모터설비 업체였다. 이번 사례의 안건은 DMC의 제품 중 유전굴착용 드릴에 사용되는 모터에 관한 것인데, 어떤 스펙의 제품을 개발해야 당시 시장환경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이다.

캐나다 북부의 유전은 1973년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했다. 1984년에는 약 5,500개의 유정 (油井, oil well)이 존재했고 이중 850개는 당해에 가동이 개시되었다. 업계의 추측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매년 약 1,000개의 새로운 유정이 생산에 착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DMC는 이 유정굴착 및 석유추출에 사용되는 설비의 모터를 판매하고 있었고,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이었다.

1973년 이후 유정에 사용되는 모터의 80%는 시동토크 (starting torque)가 높은 10-hp (horse power)짜리였다. 사실 실제로 필요한 시동토크 hp보다 조금 높은데, 그 이유는 이 지역의 낮은 겨울철 온도 때문이었다. 저온에서도 석유를 추출하기에 충분한 토크를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보다 높은 힘을 가진 모터를 사용한 것이다. 이 차이로 인해 쓸모 없이 소비되는 전력이 발생하였고, 이를 "overmotoring"이라고 불렀다.

1984년 외부환경의 변화가 생긴다. 전기업체들은 새로운 전기료를 책정했으며, overmotoring 발생이 없도록 권유한 것이다. 월간 hp 당 책정된 전기료는 다음과 같다.

    * Monthly Base Charge per Horsepower
  • 5-hp 모터: $25.00
  • 7.5-hp: 모터: $21.50
  • 10-hp 모터: $20.00

Overmotoring에 대해서 언제부터 어느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할지에 대해서 발표한 바는 아직 없었다.

당시 캐나다에서 가장 큰 석유업체였던 Hamilton은 이 외부환경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였다 (Hamilton은 캐나다 유정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석유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으로 가장 경제적인 원가를 달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여 DMC를 비롯한 경쟁사의 모터들을 비교하였고, 1985년 초,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1. 유정에서 석유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3~5-hp 이상의 모터 필요
  2. 화씨 영하 -50도 (섭씨 -45.5도)에서 펌핑 시동을 위해서는 70 pounds-feet 이상의 시동토크 필요
  3. 2번의 시동토크를 얻기 위해서는 7.5-hp 이상 모터 필요
  4. DMC, Spartan, Univrsal의 7.5-hp 모터 테스트 결과 S>U>D 순으로 시동토크가 높았음 (Exhibit 1)

이 결과로 인해 석유모터의 가장 큰 고객인 Hamilton을 놓쳐버릴 리스크, 뿐만 아니라 당시 Hamilton이 업계에 미치던 영향력을 고려할 때 DMC의 명성과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위기에 봉착했다. 아직 다행인 것은 Hamilton 내부에서도 아직 상부에 테스트 결과 보고가 되지 않았고 (1985년 5월 예정), 그렇기에 외부로 공표된 자료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DMC는 영업사원이 Hamilton 방문했다가 알아낸 결과였다).

그래서 DMC에서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이번 케이스의 안건이다.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안이 있다.

  1. 10-hp 모터 가격을 7.5-hp 가격으로 낮춘다.
  2. 7.5-hp 모터 시동토크를 Spartan 제품 수준으로 높인다 (re-engineering).
  3. 10-hp 모터 시동토크를 지닌 5-hp 모터 개발한다 (혁신제품; definite-purpose motor 개발).
  4. Hamilton 간부들에게 테스트 결과가 적절치 않음을 설득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물론 이상적으로는,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3안이 가장 마음에 든다. 본 케이스에서는 각 안에 대한 근거와 경제적 지표에 대해서도 반 페이지 이상씩 설명이 있다. 먼저 각 제품의 원가와 판가 정보부터 확인하고 각 안에 대한 근거를 살펴본다.



1안. 10-hp 모터 가격을 7.5-hp 가격으로 낮춘다.

본 안은 단기/당기 방안이다. 곧 겨울이 끝나고 석유생산이 왕성해지는 4월이 시작되기 때문에, 스펙에 맞는 제품을 낮은 판가로 시장진입하여 빠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당기 (1985년) 매출 위한 일부 경영진들의 생각이며, 그들도 궁극적인 대첵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2안. 7.5-hp 모터 시동토크를 Spartan 제품 수준으로 높인다 (re-engineering).

2안은 다시 두 가지의 세부안으로 나뉜다. 

2-1안. 현 7.5-hp 모터를 개량하여 시동토크를 105 pounds-feet까지 끌어올린다. 이렇게 될 경우 모터프레임 크기는 변함이 없으나, 모터가 과열될 우려가 있다. 이는 규제기준보다 높은 온도상승일 수 있지만, 엔지니어들은 단열이 잘 되어있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예상 제조원가는 $790다.

2-2안. 조금 더 큰 프레임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2-1안의 과열이슈를 해결해 줄 것이다. 다만 크기 규제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으나 mounting dimensions를 제한하는 규제도 있나보다) 기준에는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과열이슈를 더 심각하게 여길 것이라는 의견이다. 제조원가는 $867이다. 

2안은 모두 공장이나 설비의 추가 투자를 요하지 않는다. 본 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시동토크 전쟁으로 돌입하게 되면 모터의 균형이 점차 어긋나는 등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3안. 10-hp 모터 시동토크를 지닌 5-hp 모터 개발한다 (혁신제품; definite-purpose motor 개발).

본 안은 설명 그대로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 향후 경쟁적인 시장 내 입지까지 바라보는 안이다 (Hamilton의 결과를 보면 시동토크 제외하고 필요한 석유추출에 필요한 모터는 3~5-hp 정도였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제조원가와 판가, 그리고 고정비 투자이다. 예상 제조원가는 $665이고, 판가는 $1,045 (Exhibit 2에서 보면 5-hp 모터를 대형고객에게 파는 가격이다)를 유지하거나 혹은 7-hp 가격 ($1,200) 또는 그 이상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신 엔지니어링과 테스트를 위해 $75,000 정도의 고정비가 투여된다. 이외의 추가 설비투자는 미미하다. 엔지니어들은 첫 생산을 위해 4~5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본 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제품으로 시장점유율을 6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4안. Hamilton 간부들에게 테스트 결과가 적절치 않음을 설득한다.

업계에서는 충분한 시동토크를 선호하는 것이 관례지만, 사실 저온에서 모터 시동거는데 있어 70 pounds-feet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Exhibit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3개 회사의 7.5-hp 모터 모두 80 pounds-feet 이상의 시동토크를 지니고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Hamilton을 설득하자는 주장이다.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Hamilton과의 관계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자, 당신의 선택은?


나의 분석


먼저 시장의 기본정보를 요약해봤다.

Market Information (Oil well pumping motors) (1984)

GeographicsNorthern Canada
Market shareover 50% (DMC)
Market size5,500 wells
Market growth1,000 wells/year

시장크기는 현재 5,500개의 유정이 가동 중이고 이중 850개는 1984년에 가동을 시작했다고 했으니 1983년에는 4,650개의 유정이 생산 중이었겠다. 향후 5년간 1년에 1,000개의 유정이 늘어난다고 한다 (최대추정치). 더 필요한 정보는 유정 당 필요한 모터의 개수와 모터의 수명인데, 일단 유정 당 1개의 모터가 사용되며 수명은 5년 이상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면 가동 중인 유정에는 더 이상 모터를 팔지 못하므로, 유효시장은 신규유정에 국한된다. 

이를 바탕으로 DMC의 석유모터 사업을 정리해봤다.

DMC의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으로만 나와있어, 51%로 가정한다. 위에서 살펴본 신규유정 숫자 (매년 1,000개)와 DMC의 시장점유율 (51%)를 바탕으로 DMC는 향후 5년간 매년 510개의 모터를 팔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데이터가 나온다.

year198319841985e1986e1987e1988e1989e
# of wells46505500650075008500950010500
DMC's share(51%)2371.5280533153825433548455355
DMC's share(delta)433.5510510510510510

Exhibit 2를 기준으로 판가를 대략 $2,000로 잡아도 연간 매출 $1,000,000이다. 총 $323M 매출 회사에서 $1M이라. 전체 매출 약 0.3% 정도 차지하는 사업을 두고 케이스 분석을 하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실제로 DMC 매출 정보가 케이스 초반에 나온다. 

DMC's Financial Information (1984)
Product GroupSales ($ M)Unit Sales
Control and panel boards72NA
Fractional horsepower motors126500,000
1-200 hp motors8522,000
250-2,000 hp motors40700

볼드로 표시해둔 부분이 이번 케이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먼저 네 개의 제품군 중 1~200-hp 모터가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85M/$323M, 즉 26.32%다. 그런데 $85M을 unit으로 나눠보면 제품 당 가격이 평균 $3,864다. Exhibit 2에서 보듯 케이스에서 다루는 모터들의 가격이 최대 $2,400인점을 감안하면, 이 제품군에서도 석유모터 외 다른 모터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한번, 이 케이스 분석이 얼마나 유의미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DMC의 고객구성은 다음과 같은데, 이번 케이스인 석유모터 사업에서는 Hamilton과 같은 대형고객만 생각하기로 한다.

DMC's Customers (1984)
80%
OEM
Large industrial usersoil companies, paper mills, mining concerns
20%Small users, Resellers


다음으로 케이스의 핵심인 네 가지 안을 분석할 차례.

네 개를 전부 해야는데 일단 모범 케이스로 정답을 제시한 듯한 3안부터 본다.

Manu. cost665
Other cost59.67
Total cost724.67
(Other cost를 전부 고정비로 본다)

판가는 전략에 따라 현 5-hp 모터가격 ($1,045) 혹은 현 7-hp 모터가격 ($1,200)으로 설정할 수 있다.

Price 11,045.00
Price 21,200.00

그럼 공헌이익 (판가 - 변동비; 여기서 변동비 = manu. cost로 본다)은 다음과 같다.

Contribution margin 1380.00
Contribution margin 2535.00

3안에서는 엔지니어링과 테스트에 추가 고정비 $75,000가 들어가므로, 이를 커버하기 위한 손익분기물량은 price 1에서는 198개, price 2에서는 141개다. 매년 DMC가 팔 수 있는 물량은 510개이므로 1년 안에 이 고정비는 만회가 되고도 남는 셈이다. 더군다나 3안으로는 시장점유율이 60%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므로, 이는 매년 600개이므로 고정비 만회는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예상해봤다. 두 가지 가격전략에 따른 시장점유율 변동은 고려하지 않았다 (아마 현실에서는 price 2로 가면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다). 가격에 상관 없이, DMC에서 예측한 3안의 시장점유율 60%를 최대치로 하고, 현 점유율 51%를 최저치로 해서 그 범위를 볼 수 있다. 매출은 연간 최저 $532,950, 최대 $720,000 이런 식이다. 매년 유정이 같은 수로, 그리고 한정된 수로만 늘어나는 특이한 시장이라 매년 예측값이 동일하다. 

1985e1986e1987e1988e1989e
SalesM/S 51%price 1532,950.00532,950.00532,950.00532,950.00532,950.00
price 2612,000.00612,000.00612,000.00612,000.00612,000.00
M/S 60%price 1627,000.00627,000.00627,000.00627,000.00627,000.00
price 2720,000.00720,000.00720,000.00720,000.00720,000.00
Operating IncomeM/S 51%price 1163,368.30163,368.30163,368.30163,368.30163,368.30
price 2242,418.30242,418.30242,418.30242,418.30242,418.30
M/S 60%price 1192,198.00192,198.00192,198.00192,198.00192,198.00
price 2285,198.00285,198.00285,198.00285,198.00285,198.00

그리고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전기료이다. 새로 책정된 월간 전기료는 위에서 살펴봤고 이를 바탕으로 연간 전기료를 구하면 다음과 같다.

hpbase rate/hp/momonthlyannual
5251251500
7.521.5161.251935
10202002400

DMC가 주장할 수 있는 고객가치는 타사의 7.5-hp 모터를 사용할 때보다 전기료가 적게 나온다는 점이다. Hamilton만 놓고 보면 캐나다 유정의 30%를 점유하고 있다고 했으므로 앞으로 매년 1,000 x 30% 즉 300개의 유정을 위해 모터를 구매해야 한다. 300개를 전부 7.5-hp짜리로 구매했을 경우 전기료를 매년 1,935 x 300 즉 $580,500을 지급해야 하는 반면 DMC의 5-hp로 사면 $450,000만 내도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 좋겠다. 즉 연간 $130,500의 가치가 추가로 붙는 것이다. 

더군다나 Hamilton이 사용하고 있는 기존 10-hp짜리 모터들을 5-hp로 전부 교체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1985년 현재 전체 유정 5,500개의 30%를 점유하고 있으니 1,650개의 모터를 새로 사게 된다. 이 비용은 판가 $1,045와 $1,200일 때 각각 $1,724,250, $1,980,000이다. 이때 아끼게 되는 전기료는 연간 $1,485,000 (1,650개 모터)로, 2년만 운영해도 본전 찾고도 남는다는 점을 강조하면 좋겠다. 이럴 경우 시장이 신규유정뿐만 아니라 기존의 유정까지 확장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유정이 5,500개로 향후 5년간 늘어날 총 신규유정 5,000개에 비해서도 훨씬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나머지 안들은 나중에 분석하기로.


에필로그: 수업시간 그리고 이후 (2019.2.4. 수업)


결국 나머지 안들은 따로 숫자분석을 하지 못한 상태로 수업에 들어갔다.

Patricia Hambrick 교수님께서는 네 가지 옵션에 대해 공헌이익을 구하고 (양적분석), 각 안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질적분석). 수업내용을 다 옮기기는 무리겠으나 재미있던 포인트가 하나 있다. 3안에서 앞서 분석한 전기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모터 한 개만 놓고 보면, 10-hp 모터 사용하는 것에 비해 5-hp 모터를 쓰면 월 $75가 절감되고, 연간 $900 절감이다. 이때 모터가격을 $1,200이라고 하면 손익분기가 $1,200/900 즉 1.3년이다. 이익인가 손해인가 교수님의 질문이 있었고, 내 생각은 모터수명이 1.3년 이상이 되면 이익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위에서 분석한 전기료와 모터교체로 기존시장 진입의 가능성을 말씀드렸고 어느 정도 분석이 맞은 것 같았다.

또 하나의 재밌던 점은 교수님께서 각 안을 지지하는 학생들 손을 들게 시켰고, 역시 대부분 학생들은 3안에 손을 들었다. 괜히 오기가 발동한 나는 4안에 손을 들었고, 분석 앞부분에서 본 것처럼 시장자체가 너무 작다고 의견을 밝혔다. 3안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 나라면 현실적으로 4안을 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없지도 않았다 (4안을 Hamilton에게 접근하여 결과 뒤집는다기 보다는 그냥 "wait and see" 전략이라고 가정했을 때). 다만 오일모터 시장의 영향력이 전체 사업명성에 유의미한 정도라면 당연히 3안을 택해야 하며, 또한 분석에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DMC는 다른 모터업체들과 달리 모터에 모터컨트롤과 패널을 함께 파는 전략을 펼치고 있었으므로 시장을 2x로 봐야한다는 점 등은 전달드렸다.

수업 후반부에 실제 DMC가 어떤 전략을 취했으며 결과가 어땠는지 간략히 말씀해주셨다. 4안을 선택했다가 다른 경쟁사들의 스페셜티 제품에 시장지위를 잃었다는 결과였다. 수업의 메시지는 확실했다. 시장의 context를 선도적으로 파악하고 신속히 행하라.

하지만 난 여전히 너무 작은 시장이라 정말 오일모터 사업으로 DMC 전체 사업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지가 회의적이다. 그래서 오늘 이메일을 보냈다.

Dear Professor Hambrick,

Hi this is Joon and thank you very much for the great class last night. It was really interesting learning. 

I'm still curious about why Dominion was so anxious about that small (less than 0.2% of their total revenue) market. When we only look into the 1-200-hp motor sector, the number sold in 1984 is 22,000, and the oil well motors occupy only 400-500 among them. The sales from the sector composes $85M of sales and if you divide it by 22,000 units, the average price is $3,864 which is much above than those of oil well motors, and again it means the oil well motor business contributed so little. I understand businesses should take the market context into account, but to my experience, it does not look enough for them to give any effort. 

So my question is,

1. Similar with Jonny's question last night, Dominion's business as a whole was really disrupted by other small companies seriously following the "wait and see" decision? 

2. As you worked at Reebok, did you also concern or consider that kind of tiny market e.g. a couple of million dollar market for the multi-billion company? 

I really like the case, but at the same time, I do want to know the reality as well. Thank you so much for reading this email.

Best regards,
Joon

곧장 답이 왔다.

Hi Joon,
You are right, and I agree. It’s a very small part of their business. What we don’t know is how influential this segment is in creating reputation for other parts of the business. Plus as you said, it influences control purchases to there are add on sales to the motors themselves.

The main point of this case is about how companies should respond to changing customer needs as the market changes and technology matures. And the role that leading companies should play in that.

The fact that this is a small part of their business is in the case mainly to make students question the speed of what they need to do.

What I know of what actually happened is that DMC moved too slowly after the competitor came into the market which was too late to keep their share.
The $75K they needed to invest in this motor was very small for a company of it’s size and even the business that it’s in. With such as low payback, there was no reason not to go into specialized motors except that as a company they were too complacent. A good warning to companies not to become so. It’s better to decide it’s not an important part of the business and exit beforehand.

At Reebok we would only be concerned with this size of market if it was an influencer or leading market for others. The top of the influence pyramid, so to speak.

Thanks for following up Joon. And great comments in class last night.
Best,
Professor Hambrick

조금 뻔한 래파토리의 케이스였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사례였다. 

CJ푸드빌 매각설이 돈다. 교수님의 Reebok 경험 답변처럼 CJ의 문화사업에 있어 외식사업은 influencer일까?

2019년 1월 26일 토요일

식물생명과학을 프로모션 시킨 CaMV 35S Promoter

식물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학부 때부터 학위를 마칠 때까지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버리긴 했나 보다. 아직도 친정은 "plant biology"인 것 같고, 식물생명과학에 대한 기사나 논문이 있으면 눈이 한 번 더 가는 것을 보니. 식물-tropism 혹은 식물-taxis 정도로 표현이 될까?

식물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기나 물처럼 여기는 프로모터가 있다. 바로 35S 프로모터다. 생명체를 이루는 DNA는 어느 조직, 어느 세포에든 존재하지만 모두 항상 발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 DNA가 발현하여 제 기능을 하게 할지 결정짓는 주요한 녀석이 바로 프로모터다. 프로모터 자체도 DNA로 이루어지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자 DNA"처럼 특정 기능을 하는 어떤 단백질로 발현되지는 않는다. 다만 특정 유전자 서열 앞에 위치하는 DNA로서 그 뒤에 위치한 유전자들이 적당한 때 적당한 곳에서 발현될 수 있게 조절해주는 친구다. 밥도 안먹었는데 자꾸 소화효소가 과도하게 합성되면 낭비일테니, 적당한 때 소화효소 DNA를 소화효소 단백질로 발현되게 하는 그런 친구인 것이다. 식물연구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35S 프로모터는 원래 식물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그것이다. 이 친구를 사용하면 어떤 유전자든 식물 내에서 언제 어디서든 발현시킬 수 있다. 내가 연구하는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로, 목표 유전자를 과발현을 시켜서 식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는 것이 매우 요긴하다. 이 35S 프로모터와 각별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식물에서 유전자의 발현시기와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GUS report system을 많이 사용한다. 연구하고자 하는 유전자 (X라고 치자)가 가지는 고유의 프로모터만 클로닝해서 GUS, 즉 β-glucuronidase 유전자와 연결시켜준다. 그리고 이 재조합유전자를 다시 식물에 넣어주면, 이 프로모터에 의해 원래 X가 발현되는 곳에서 GUS도 발현된다. GUS라는 친구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glucuronide를 분해하는 효소인데, 5-bromo-4-chloro-3-indolyl glucuronide (X-Gluc)라는 glucuronide가 분해되면 푸른색을 나타낸다. 즉 식물에 이 X-Gluc를 처리해주면 X가 발현되는 곳에서 푸른색이 보일 것이다. 그렇게 내가 연구했던 유전자 발현시기와 위치를 확인한 것이 위의 사진이다. 내 유전자 프로모터 대신 35S 프로모터를 사용하면 씨앗일 때부터 꽃을 피울 때까지 식물의 전 조직에서 저 푸른색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작년 PeerJ Preprints에 "A short history of the CaMV 35S promoter"라는 글이 실렸다.  정식 논문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정리가 잘 돼있다. 웹서핑을 하다가 이 글을 발견했을 때 식물-tropism이 발동하여 출력은 해뒀는데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수 개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책상정리를 하다가 발견하여 왠지 미안한 마음에 주요 내용을 블로그에 실어보기로 한다.

CaMV는 바이러스 이름이다. Cauliflower Mosaic Virus로 콜리플라워에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친구다. 최초로 인식이 된 것은 1921년으로 배추 (Chinese cabbage라 불리는 우리가 먹는 일반 배추) 잎에 모자이크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과학자들이 모자이크병 규명에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는데, 미국 중북부의 양배추 농사에서 큰 피해를 입고, 캘리포니아 콜리플라워 농사에서도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1937년 C. M. Tompkins라는 분이 이 감염된 콜리플라워로부터 다른 51개 종의 채소에 질병을 전염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모두 배추과 (십자화과)에 속하는 식물들이었고, 식물 분자생물학의 모델생명체인 애기장대 역시 십자화과에 속한다. 전염시킬 때 진딧물을 사용했는데, 최소 세 종류 이상의 다른 진딧물이 모두 전염이 가능한 것을 보고 이 진딧물은 특정 바이러스의 벡터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모자이크병의 원인은 바이러스임을 추정한 것이다. 이 실험은 콜리플라워로부터 시작되었기에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Cauliflower Mosaic Virus로 명명됐다.

1940년대 후반에는 유럽, 특히 영국에서 콜리플라워와 브로콜리 농사에 피해가 막대해지면서 CaMV가 다시 주목을 받는다. 특히 이때는 2차 대전이 끝날 무렵이라 식량 공급이 이슈가 되던 시기였기도 하다. 이 무렵 밝혀진 사실은 CaMV가 진딧물을 숙주로 삼아 번식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입에 달린 침에 붙어 이동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2007년 한 연구그룹은 정확히 침의 어떤 곳에 붙는지 밝혀냈다고 한다. (ㅋㅋ)

1960년대에는 CaMV가 바이러스 중 몇 안되는 double-stranded DNA 바이러스임을 밝혔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single-strand RNA이다). 1980년에는 전체 유전체 서열을 분석하여 8,024개의 서열로 이루어진 원형유전체임을 밝혔다. 6개의 putative open reading frames (ORF)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때부터 과학자들은 식물감염 기저에 있는 이 바이러스의 분자적 배경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에 이 ORF는 딱 2개의 mRNA로 전사되는 것을 확인했다. 하나는 19S RNA, 나머지는 35S mRNA였다. 이후에 19S RNA에 의해 번역되는 단백질은 숙주세포에서 gene silencing suppression에 관여하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35S RNA는 바이러스 전체 유전체의 복제를 위한 주형으로 사용되며, 스플라이싱을 거쳐 4개의 작은 mRNA들로 쪼개짐을 확인했다. 35S는 또 다른 신기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전체 유전체의 주형으로 사용되지만 실제 유전체보다 더 길었다는 점이다 (5' 말단과 3' 말단이 서로 겹쳐있고, 겹친부분 길이가 대략 200 nt 정도였다). 또 하나는 특이적으로 긴 600 nt의 리더서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에 밝혀진 바로는 이 리더서열이 21~24 nt로 이뤄진 센스 혹은 안티센스 RNA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숙주세포의 silencing 기작이 이 짧은 RNA 미끼들을 타깃으로 삼게 하였다. 정작 35S mRNA는 공격을 받지 않고 멀쩡히 숙주세포로 총총총. 어쨌든 이 시기에 가장 의미있는 발견은 숙주세포로 들어간 19S35S가 숙주 내에서 "과량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이었다. 말인 즉슥, CaMV의 double-stranded DNA가 숙주세포, 즉 식물세포의 유전체로 삽입이 되었으며, 이 삽입된 바이러스 DNA는 숙주세포에서 자체적으로 전사를 개시시킬 수 있는 (것도 과량으로) 분자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다. 뭔가 획기적인 것이 나올 것 같은 기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아직 식물생명과학계는 유전공학, 분자생물학에 있어 매우 걸음마 단계였다. 모델식물인 애기장대도 이제 막 도입된 시기였다. 살아있는 식물체에 어떤 유전자를 집어 넣는다는 것은 (즉, 형질전환) 불가능했으며, 아주 일부의 유전자들만 규명되어 연구가 되고 있었던 그런 시기였다. 식물에서 작동 가능한 프로모터도 단 하나만 밝혀진 상태였다 (박테리아의 octopine synthase 유전자 프로모터였다). 이런 시기에 CaMV의 발견으로 인해 과학자들은 두근두근. CaMV가 식물 유전체 내로 DNA를 삽입하여 과량으로 발현시킬 수 있다는 점은 두 가지를 시사했다. 첫째, CaMV를 형질전환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 둘째, 식물에서 어떤 유전자를 "과량"으로 발현시킬 수 있겠다는 기대. 허나 첫 번째 기대는 곧 사그라 들었는데 CaMV는 짧은 서열의 DNA만 전달이 가능해 보였고, 마침 이 시기에 -이제는 식물 형질전환의 클래식이 되어버린- Agrobacterium의 등장이 그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 과발현 도구로서 CaMV는 식물 분자생물학의 또 다른 클래식이 되고 말았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사이 좋게 양대 클래식을 나눠 먹은 케이스.

이런 발견들을 바탕으로 1980년대 중반은 식물생명과학계에 있어 혁신의 시기였다. 내가 태어났을 무렵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니. 1985년까지 식물에 어떤 유전자를 과발현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CaMV가 이를 자유케 하리라는 기대와 함께 과학자들이 달라 붙었다. 35S 유전자를 과발현시키는 프로모터 부위를 찾기 위해 유전자 앞의 1,000 bp 부위를 이리저리 조작해봤다. 심지어 이 부위 뒤에 인간성장호르몬 (hgh, human growth hormone) 유전자를 연결시켰다 (35S::hgh). 그리고 이를 Agrobacterium을 통해 식물로 도입시켰다. 인간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식물을 만든 것이다. 물론 목적은 호르몬 생산이 아니라 35S 프로모터의 어떤 부위가 과발현에 관여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이것저것 건드려보며 밝혀낸 바로는 35S 유전자의 상단 46 bp부위까지는 유전자의 최소발현에 관여하고 있으며, 343 bp까지의 부위가 과발현에 기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결국 343 bp에 해당하는 부위가 'CaMV 35S promoter'가 된 것이다. CaMV 35S promoter로 두 개 연달아서 달면 훨씬 발현이 강해지는 것을 밝히는 등 후속 연구들이 이어졌다. 참고로 46 bp 부위는 'minimal promoter'로 여겨지며 향후 여러 연구에 이용되었다.

1986년 이 CaMV 35S promoter는 또 하나의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몬산토의 대표제품이 된 Roundup Ready의 태동을 이루어낸 것이다. 35S 프로모터를 5-enolpyruvylshikimate-3-phosphate synthase (EPSPS) 유전자와 연결하여 페츄니아를 형질전환에 이용되었다. EPSPS 효소는 방향족 아미노산 생합성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glyphosate의 타깃이다. Glyphosate가 바로 RoundUp 제초제의 주요성분이다. 이 제초제에 노출되면 EPSPS 효소가 제 기능을 못하여 생존에 필수인 아미노산 합성이 방해되고 결국 죽게되는 기작이다. 그런데 이 EPSPS 유전자가 35S 프로모터에 의해 과발현되면 제초제에 저항성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작물은 살리고 나머지 식물들-잡초라고 표현되는-은 살아남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 제품화가 된 Roundup Ready는 단지 과발현으로 부여된 저항성이 아니라 glyphosate에 의해 억제되지 않는 EPSPS를 미생물로부터 도입하여 만들어졌다). 어쨌든 CaMV 35S promoter의 발견, Agrobacterium 이용한 식물형질전환법의 개발, 35S::EPSPS 통한 제초제 저항성 식물의 개발, 이 획기적인 세 사건이 모두 1980년대 중반 3년 이내에 일어난 것이었으니, 이 시기에 식물과학자들의 기분, 아니 흥분은 어땠을까.

본 논문에는 이후의 일들에 대한 설명도 있으나 이 정도 역사만 알고 있어도 어디가서 35S 좀 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클로닝 할 때는 늘 투덜거리기만 했었는데, 이런 역사가 있는 친구인줄 미리 알았더라면 조금 더 정성스럽게 다루지 않았을까 ㅎㅎ 여튼 사람이든 이런 분자든 간에 그 역사를 알면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공부합세~





2018년 9월 28일 금요일

23andMe로 내 혈통을 추적해봤다.

내 유전정보를 어떤 영리단체에 제공한다는 것은 매우 찝찝한 일이다. 것도 조국의 그것이 아닌 타국의 회사에. 더군다나 내 개인정보를 내 지갑을 열어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더욱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도, 궁금하다.

바로 앞의 글에서 23andMe를 조금 살펴봤다. 이 회사는 미국의 각종 유전정보서비스 업체 중 가장 잘 나가고 있다. 구글 설립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 부인인 Anne Wojcicki이 설립한 업체로 구글의 투자도 받았다.

미국은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존재하기에 이런 혈통추적 서비스가 TV에서 광고를 할 만큼 인기가 있다. 물론 주변에서 이 서비스를 직접 해봤다는 사람을 보기는 아직 힘들지만. 근데 한국인인 나도 궁금했다. 일단 내 성씨인 여양 진씨도 왠지 대륙에서 건너온 느낌이 물씬나고, 그렇다고 내가 족보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정말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궁금했었다. 더군다나 이곳 미국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너희 한국인은 일제 식민지 때문에 일본인이랑 많이 섞이지 않았냐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그래서 조금은 흥분해서 반론을 펼쳤던 -식민기간 중 세대를 여럿 거치지 않았고, 당시에도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라는-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경험에, 이를 유전적으로 밝혀보리라 하는 다짐. 거기에 직업이 직업인지라 바이오 분야의 신기술을 몸소 겪어보고 싶었던 마음도 컸고, 무엇보다 웹서핑 중 23andMe가 여름할인 중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질렀다.

질병예측까지 해주는 서비스는 160불 정도 하고, 혈통추적만 하면 99불이다. 이번 할인기간에는 30불을 싸게 해서 69불에 주문했다. 다만 키트를 받고 다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배송비 9.95불이 추가되어 총 78.95불에 내 유전자를 팔았다, 아니 샀다. 7월 29일에 주문했고, 8월 1일에 키트가 도착했다.


(봉지에 바이오하자드 표시 ㅋㅋ)


시험관 같은 튜브에 침을 2 ml 정도 뱉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뱉어야 했다). 침 자체에는 DNA가 없겠지만, 침 안에 구강상피세포 등이 포함되어 있을 테고 그 세포 안의 DNA를 분석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침을 많-이 뱉어야 세포가 충분히 모여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뚜껑을 닫으면 뚜껑 쪽에 있던 액체가 침과 섞이면서 밀봉된다. 아마 저 액체는 세포를 보존하는, 혹은 세포를 깨고 DNA를 보존하는 버퍼일 것이다. 키트를 다시 23andMe 분석기관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DNA가 파손되면 다 헛빵이다.




참고로 분석기관은 23andMe와 계약을 맺은 LapCorp로, Burlington, NC 27216으로 수신처가 기입되어 키드가 온다. 원래 일루미나의 genotyping chip을 이용하고 있었으나 규제 등 이슈가 있어 LapCorp와 손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만, 확실치 않다. 아무튼 이와 동시에 23andMe에 회원가입을 해서 튜브에 있는 바코드를 입력해야 등록이 완료된다. 앱으로 해도 되고 웹으로 해도 된다.

아무래도 유전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니 만큼 개인정보에 대한 terms가 아주 길게 제시된다. 다 읽기는 귀찮고 캡쳐는 해뒀다. 엄청 길다. 그리고 우체통에 넣으면 내가 할 일은 끝. 아니 23andMe에서 각종 건강정보에 대한 설문조사를 엄청 요구한다. 의무는 아니지만 얘네들은 설문조사로 표현형 실험을 대신하는 거다. 그리고 자기들의 분자마커 DB와 자꾸 매칭을 시켜나가려고 할 것이다. 영리한 생키들.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



8월 1일에 바로 보냈는데 도착은 8월 23일에 했다고 떴다. 같은 동부끼리 너무하네. 그리고 그날 바로 quality inspection을 해서 통과됐다고 나왔다. 그리고 DNA 추출이 들어간다고 떴다. 배송이야 그렇다쳐도 DNA 추출이 거의 3주나 걸린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하루면 끝나는 작업을 (LapCorp의 capa와 이 기간을 역산하면 23andMe의 하루 고객수와 연간 매출을 대충 구할 수 있겠다). 어쨌든 여전히 이해는 되지 않으나 9월 11일에 DNA 추출이 완료됐다고 떴다. 그리고 genotyping chip에서 DNA 분석이 들어갔다. 또 일주일. 9월 17일에 분석이 끝나고 quality review도 마쳤다고 뜨며, raw data 분석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9월 22일 드디어 최종 결과가 나왔다. 총 52일의 긴 여정이었다.

*출처: 내 유전자 (및 23andMe)

일단 다행히도 한국인이 94.3%가 떴다. 그리고 일본이 3.6% (!), 중국이 1.2% 씩으로 미미하지만 섞여 있었다 (자세한 분석결과를 보면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등은 0.0%로 나온다. 좀 의아한 것은 몽고도 0이네). 23andMe가 다른 업체들에 비해 아시아 DB도 잘 되어있다고는 한다. 94.3%면 상당히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타민족이 섞여 있다는 생각에 마구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앞서 미국애들한테 일본이 섞였을리가 없다고 한껏 떠들어 놓은 상황인지라 더욱 그랬다. 얘네들은 분자마커를 뭘로 썼으며 그건 한국-중국-일본을 명확하게 분리할까? 일전에 암내의 유전학에서 봤듯이 한국과 일본은 SNP 변이까지 공유할 정도로 상당히 유사한 유전자들이 많아, 이걸 녀석들이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흠흠. 당장 23andMe의 분자마커 정보를 찾기가 귀찮고, 판다고 해서 구할 수나 있을지도 모르니 그냥 믿는 걸로 하자. 대신 대조군이 있으면 좋겠다. 마침 올해 초에 중앙일보에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한 기자분이 계셔서 비교해봤다.

*출처: 심재우 기자님 유전자와 중앙일보

흐흐, 왠지 내가 이긴 것 같은 이 기분은.

*출처: 내 유전자 (및 23andMe)

혈통구성뿐만 아니라 다른 각도로도 결과를 분석해준다. 몇 세대 위에 어떤 민족이 섞였는지도 보여주고, 각각 민족을 반영하는 마커가 염색체 상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보여준다. 꽤나 재밌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얼마나 신빙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확실히 구체적인 숫자로 제공하니 왠지 그런 것만 같다. 이미 빠져들고 있어.

그리고 나아가 먼 인류의 조상도 추정해준다. 네안데르탈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등. 네안데르탈은 특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에 재미있게 읽었다. 미국에 살면서 쌀쌀한 날씨에도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백인들을 보며, 저건 분명 네안데르탈의 피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도 네안데르탈이 조금은 섞여 있으나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아래처럼 드러나는 형질은 하나도 관련이 없다. 그래, 내 얼굴은 충분히 밋밋해.

*출처: 내 유전자 (및 23andMe)

어쨌든 이것저것 재밌었다. 돈지랄 한 것 같긴 하지만 덕분에 글도 한 편 썼고, 색다른 재미를 느꼈으니 됐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유전정보나 오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8년 3월 25일 일요일

햇빛만 보면 재채기? (ACHOO 증후군과 23andMe)

고교 시절 햇살 좋던 어느 날, 이면수라는 친구가 자기는 햇빛만 보면 재채기가 나온다고 했다. 나는 말도 안된다며 웃었고, 그날 이후로 거짓말 같이 실내에서 햇볕으로 나오는 순간 콧등이 간질거리며 같은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게 도대체 뭐지 라는 생각에 주변에 수소문해보니 보통 햇빛알레르기라고 부르고 있었다. 햇빛알레르기?

이상했다. 내가 알고 있는 알러지는 면역반응에 기반하는데, 빛 자체가 항원으로 작용한다고? 물리적인 에너지가 화학적인 항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비타민 D라는 화학물질도 햇빛의 구성성분인 자외선에 의해 피부의 콜레스테롤이 화학변형을 일으켜 합성되는 것이니, 빛에너지가 어떤 화학적인 항원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은 하겠다.)

과학적인 호기심이 딱 요정도까지였던 나는 궁금증을 잘 견디며 이후 20여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조금 잘 나가고 있는 개인유전자분석 업체인 23andMe가 유전자검사로 햇빛재채기현상까지 예측해준다는 소식을 접했다 (23은 인간염색체 n수다. 이 업체는 키트에 타액을 채취하여 보내주면 혈통을 추적해 준다거나 각종 질병의 가능성 등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3andMe의 햇빛재채기현상 분석결과 예시 (출처: 23andMe)


23andMe 덕에 묻혀 있던 호기심이 조금 살아났다. 일단 이 현상이 유전적현상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 하나, 그러면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을까 하는 둘. 23andMe의 논문을 찾아봤다.


출처: PLoS Genetics

2010년에 발표된 이 논문은 햇빛재채기현상만 다룬 것은 아니다.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유전자 차이 중 집단 내에서 1% 이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는 DNA 염기서열 하나의 변이를 SNP (단일염기변이 혹은 단일염기다형성,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라고 하는데, 이 논문에서는 인류에 존재한다고 밝혀진 SNP 중 약 57만개를 분석하여, 이게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어떠한 증상들, 예를 들면 햇빛재채기 등과 같은 현상과의 통계적인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A라는 SNP 변이가 있는 사람들이 햇빛에 재채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식으로 밝혀내는 것이다.

방법론은 이렇다. 23andMe의 고객 약 10,000명을 대상으로 22개 표현형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다. 23andMe는 이미 이들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이와 연결만 시키면 되는 것이다. 22개의 표현형은 햇빛재채기현상을 포함하여, 머리색, 머리카락모양, 아스파라거스를 먹은 후 소변에 특정 성분이 검출되는 현상, 주근깨 등으로 구성되며 설문을 통해 고객의 정보를 확보한다. 단지 설문으로. 참 쉽다. 표현형 한번 찾아보겠다고 열심히 애기장대를 키우며 뿌리길이, 잎면적, 엽록체함량, 씨발아 정도를 밤낮으로 측정했던 대학원 시절을 떠올리며 왠지 서글펐다. 빅데이터와 이를 지니고 있는 자의 위용.

어쨌든 논문으로 돌아와 이들이 찾아낸 햇빛재채기현상과 관련 있는 SNP는 두 개다. 하나는 rs10427255라는 녀석으로 특정 유전자 내에 있는 것은 아니고 ZEB2 (725kb 떨어짐)라는 유전자와 PABPCP2 (1.2MB 떨어짐)라는 유전자 사이에 위치한다. 나머지 하나는 rs11856995라는 녀석으로 역시 특정 유전자 내에 위치하지는 않고 비유전자부위에 위치하는데 가장 가까운 유전자는 560kb 떨어진 NR2F2다 (사실 몇 백 kb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SNP가 과연 그 유전자와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없지는 않다만, 유전체의 3차원구조나 sRNA 등의 가능성을 정확히 분석하지 않는 이상 가장 가까이 위치한 유전자부터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인 것은 맞다). 23andMe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저 두 개의 SNP를 분석하여 고객들에게 당신은 햇빛을 보면 재채기를 할 것이다라는 예측을 제공한다.

이 유전자들은 어떤 녀석이길래 햇빛재채기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위의 세 유전자 중 PABPCP2는 기능이 없는 pseudogene이라고 밝혀졌고, 그래서 논문에서는 나머지 두 유전자에 주목한다. ZEB2의 경우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Mowat-Wilson 증후군이 나타난다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증후군이지만 어쨌든 이는 간질을 수반한다고 한다. 간질은 신경계 질환이다. 햇빛재채기현상도 신경계와 관련이 있는 증상이라는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므로 뭔가 의미가 있는 결과로 보인다는 논문의 해석이다. 그리고 NR2F2의 경우 이 유전자가 억제된 마우스에서 뇌의 청반 (the locus ceruleus)이라는 부위에 결함이 생긴다는 이전 연구결과가 있었고, 이 부위는 재채기와도 관련이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의미 있다는 논문의 해석이다. 아무렴 논문의 discussion 파트는 선행 연구결과들과 온갖 상상력을 종합하여 결과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여야 하므로 해석은 끼워맞추기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팩트는 밝혀낸 두 SNP가 통계적으로 햇빛재채기현상과 유의미한 상관성이 있다는 것까지이지만, 어쨌든 팩트 넘어 추론으로 ZEB2와 NR2F2가 햇빛재채기현상의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두고 후속 연구로 밝혀내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다분히 귀납적이다. 빅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요즘이라면 귀납의 가치가 덩달아 올라가겠지만, 그래도 분자생물학이라면 연역적 접근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ZEB2NR2F2가 햇빛재채기현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밝혀내야 할 것이며, 두 군데의 SNP가 정말 이 현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밝혀내야 할 것이다. 상관이 아니라 인과.

철학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던 현상이라니 흥미롭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햇빛재채기현상은 고대에서부터 이미 언급된 현상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저서 The Book of Problems에서 "Why does the heat of the sun provoke sneezing?"이라는 질문과 함께 햇빛이 코 내부의 땀을 유발할 것이며 이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재채기를 할 것이라는 가설까지 제시하였다 (철학이 과학이고 과학이 철학이었던 고대의 사유는 정말이지 접할 때마다 놀랍고 부럽다). 17세기에는 프란시스 베이컨이 선배의 가설을 뒤엎었는데, 눈을 감고 해를 보면 재채기가 나지 않는다는 증명을 통해서이다. 베이컨은 이 현상에서 눈이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위대한 선배의 가설을 한 번에 뒤집기는 그랬는지, 햇빛이 안구에 습기를 유발할 것이고 이 습기가 코로 흘러들어가 재채기를 유발할 것이라는 재미있지만 여전히 습기의 틀 안에서 가설을 제안하였다. 하지만 이런 느려보이는 프로세스 기반의 가설은 햇빛을 보자마자 재채기가 나온다는 사실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후 1964년에 이르러 Henry Everett이라는 박사가 신경계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가설과 함께 이를 "The Photic Sneeze Effect"라고 명명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이 현상의 공식적인 명칭은 photic sneeze reflex 혹은 Autosomal Dominant Compelling Helio-Ophthalmic Outburst Syndrome (ACHOO)이다. 아추!

이후 이 신경계와 관련 있을 아추증후군이 유전적일 것이라는 논문이 1984년 발표된다 (Peroutka SJ, Peroutka LA (1984) Autosomal dominant transmission of the “photic sneeze reflex”. N Engl J Med 310: 599–600). 상염색체에서 우성으로 유전된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2010년 23andMe의 논문에서는 상염색체에서 어떤 부위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하는 수준으로 이르게 된 것이다.

아직 밝혀야 할 것이 많으나 적어도 어떠한 유전적인 요인이 햇빛재채기현상, 아추증후군을 일으킨다고 추정되니 이 또한 재미지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난 왜 안하다가 하게 된거지.


오늘의 설약: 햇빛재채기현상은 신경계와 관련 있으며,유전되는 현상으로 사람마다 다르다.


이면수, 아직도 재채기 하니?





2018년 2월 4일 일요일

상추를 먹으면 정말 졸릴까?

그렇다. 세상에는 나를 졸립게 하는 수 많은 요인이 존재하지만, 상추도 이에 기여하고 있음을 사실로 봐도 좋다.

상추에는 락투카리움 (lactucarium)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이 진정효과나 진통효과를 지니고 있다. 보통 우리가 먹는 상추 (Lactuca sativa)에도 존재하지만 야생상추인 Lactuca virosa에, 특히 줄기에 많다. 이런 락투카리움의 진정진통효과와 또 우유 같은 라텍스 물성이 아편의 그것과 유사하여 상추아편 (lettuce opium)으로 불리기도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출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 상추아편은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인류의 유구한 선사 및 역사와 인간의 호기심, 혹은 무엇이든 좋은 걸 가져오라고 했을 왕권 등으로 미루어 보면 오히려 사용되지 않았다고 하면 이상할 것 같긴 하다). 19세기 폴란드에서는 (아편보다 약하지만 부작용이 적다는 이유로) 아편대용으로서 연구되기도 했지만, 추출이 힘들다는 문제로 상용화가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19세기 후반, 20세기에 들어 미국과 영국에서는 기침을 진정시키거나 불면증에 수면을 유도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출처: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Speaking of Poland, 락투카리움의 이런 진정효과를 다룬 논문을 찾다보니 위의 2006년 논문을 발견했고, 마침 저자들이 Polish Academy of Sciences 출신이었다. 이 논문은 재미있게도 락투카리움의 효과를 이부프로펜과 비교했다 (많이 익숙한 이부프로펜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소염진통제인 부루펜으로 대표되며, 타이레놀의 아세트아미노펜과 함께 2대 진통성분이다). 쥐에서 이부프로펜과 그 효과가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30 mg/kg 범위에서).


출처: Wikipedia


그럼 락투카리움이 어떤 놈인지 조금 더 살펴보자. 락투카리움은 특정 성분이라기 보다는 상추추출액을 통칭하는 용어다 (혼합물의 개념). 그 추출액 속에서 실제 진정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은 락투신 (lactucin), 락투코피크린 (lactucopicrin)이 대표적이다. 상추를 먹을 때 약간 쓴맛이 나게하는 물질들인데, "식물의 쓴맛"하면 알칼로이드계 물질들이 떠오르지만 이 녀석들은 알칼로이드가 아닌 테르펜계 (사실 terpene은 /털핀/이라고 읽는다만) 물질이다. 테르펜 중에서도 이소프렌 (isoprene /아이소프렌/이라고 읽는다) 단위가 세 개로 이루어진 sesquiterpene이며, 나아가 그림과 같이 락톤링을 가지고 있는 sesquiterpene lactone이다.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인 개똥쑥 유래의 항말라리아 물질인 아르테미시닌 (artemisinin)도 sesquiterpene lactone 중 하나이며, 이렇듯 인체에서 여러 가지 유효 활성을 지니고 있는 물질군이다.


출처: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위는 이런 물질군의 효과를 다룬 2013년 논문이다. 여러 효과들은 차치하고 이 논문의 앞 부분에 이렇게 시작하는 문단이 있다:

To humans, lettuce and chicory (Lactuca sativa and Chicorium intybus L.) represent the main dietary source of sesquiterpene lactones, on the basis of the levels of their global consumption.

즉, 우리에게 sesquiterpene lactone 물질들을 가장 많이 공급해주는 소스는 상추와 치커리라는 말이다. 이제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상추와 치커리에만 이런 물질들이 많을까? 

이 물음에 대한 쉬운 답은 이 물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상추와 치커리에만 있어서, 혹은 유전자는 모든 식물에 다 있는데 이 두 녀석들에서만 잘 발현이 되어서 일 것이다. 이건 너무 분자생물학적인 대답이고, '진화적으로 왜때문에 이 녀석들만?'이 궁금하지만 아직 이쪽으로 많은 연구는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분자생물학적인 고찰로만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역시 자료를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애기장대나 벼 같은 모델식물도 아닐 뿐더러 과학계에 큰 관심거리는 아니었기 때문일 터다. 락투카리움 생합성 경로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관련 논문 두 편을 발견했다.


출처: Phytochemistry

출처: Frontiers in Plant Science


두 편 중 위의 것은 2002년 영국 임페리얼콜리지에서, 아래 것은 2016년 이탈리아 농진청 같은 곳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2016년 논문은 치커리로 연구했지만, 최근 것이고 전사체 분석까지 동반하였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는 같은 치커리도 품종에 따라 sesquiterpenoid의 함량이 다른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결론은 치커리 품종끼리는 유전자는 유사하나 유전자의 발현정도가 달라 함량이 다르다는 것이지만, 결론과 별개로 마침 이 논문에서 이 글의 흐름에 맞는 그림을 찾았다.


출처: Frontiers in Plant Science


시작이 되는 terpenoid backbone 생합성 경로는 모든 식물에서 나타난다. Farnesyl phosphate가 여러 효소에 의해 germacrene A 등으로 뻗어 가다가 costunolide가 된 후 이것이 최종적으로 락투카리움 성분들이 된다. 그림에서 가장 오른쪽에 Lc-like STLs이 락투신 종류의 sesquiterpene lactone들, 그 아래 Lp-like STLs가 락투코피크린 종류의 그것들이다. 아직까지는 costunolide를 이런 락투카리움으로 전환시키는 효소나 유전자가 밝혀지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그 전까지의 많은 효소와 유전자들이 표기가 되어 있다. GAS의 경우 germacrene A synthase 효소로 이를 암호화 하는 유전자들이 Ci_contig62597,  Ci_contig62598 등이 있는 것이다. GAO는 germacrene A oxidase, COS는 costunolide synthase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 논문의 결론은 이러한 유전자들 사이에 SNP 변이도 거의 없을 정도로 유전자 레벨에서는 유사하지만, 이 유전자들의 발현 정도가 달라서 락투카리움의 함량이 품종마다 다르다고 한다.


출처: Phytochemistry


(참고로 위의 2002년 논문에서는 Lactuca sativa에서 두 개의 GAS 유전자를 최초로 클로닝하였다. 대장균에 발현시켜 farnesyl diphosphate를 germacrene A로 말아주는 것까지 확인했다. 여기서는 이름을 LTC1LTC2라고 명명하였다.)

그럼 다른 식물에도 이런 유전자가 있는데 발현이 잘 되지 않아서 락투카리움 성분이 적은 것일까, 아니면 유전자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일까 (유전자유무 vs 발현문제)? 이 정도되면 내가 논문을 써야할 것 같긴 하지만, COS만 타겟으로 해서 조금 더 찾아봤다. NCBI Nucleotide 검색에 costunolide synthase라고 검색하면 35개의 결과가 뜬다. 이중에서 진짜 COS로 추정되는 녀석들은 5개 정도다 (대략 1,500 bp 정도의 coding sequence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상추와 치커리 외에 보이는 개체는 아티초크라는 난생 처음들어보는 식물 (Cynara cardunculus), 피버퓨 (feverfew)라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식물 (Tanacetum parthenium), 한련초라는 들어 본 듯 처음 들어보는 식물 (Eclipta prostrata)이 있다. 흔히 아는 식물들이 잘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적어도 이 효소유전자는 일반 식물에 흔히 존재하지는 않는 듯 하다. 이를 확실히 확인해 봐야겠다.  

NCBI에서 찾은 상추 COS (LsCOS)의 아미노산 서열은 다음과 같다.

MEPLTIVSLAVASFLLFAFWALSPKTSKNLPPGPPKLPIIGNIHQLKSPTPHRVLRNLAKKYGPIMHLQLGQVSTVVVSTPRLAREIMKTNDISFADRPTTTTSQIFFYKAQDIGWAPYGEYWRQMKKICTLELLSAKKVRSFSSIREEELRRISKVLESKAGTPVNFTEMTVEMVNNVICKATLGDSCKDQATLIEVLYDVLKTLSAFNLASYYPGLQFLNVILGKKAKWLKMQKQLDDILEDVLKEHRSKGRNKSDQEDLVDVLLRVKDTGGLDFTVTDEHVKAVVLDMLTAGTDTSSATLEWAMTELMRNPHMMKRAQEEVRSVVKGDTITETDLQSLHYLKLIVKETLRLHAPTPLLVPRECRQACNVDGYDIPAKTKILVNAWACGTDPDSWKDAESFIPERFENCPINYMGADFEFIPFGAGRRICPGLTFGLSMVEYPLANFLYHFDWKLPNGLKPHELDITEITGISTSLKHQLKIVPILKS

이걸 가지고 NCBI BLAST를 돌려봤다.


Tool: NCBI


역시 아티초크, 한련초 같은 녀석들이 뜬다. 상위권에 해바라기 (Helianthus annuus), 마침 아는 녀석도 하나 나왔다. 아래 쭈욱 보니 고추나 담배 같은 가짓과 식물들은 조금 보이지만 애기장대나 벼, 옥수수 같은 모델 식물들은 역시 보이지 않는다. 상추와 치커리 (치커리 서열도 NCBI에서 가져왔다)의 COS 아미노산 서열은 유사할까 궁금하여 ClustalW를 돌려보았다. 상당히 비슷함을 알 수 있다.


Tool: ClustalW


그럼 이제 락투카리움 생합성 유전자는 상추나 치커리 같은 일부 식물에만 존재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 아직 확신하기는 힘들다. 대표 모델식물인 애기장대에서 COS 유전자가 있는지 여부가 직접적인 증거가 되겠다. NCBI에서 COS의 DNA 서열을 가지고 와서 TAIR에서 애기장대 유전체와 비교해보고, 아울러 BLAST를 돌려봤다.


Tool: TAIR


이건 내가 넣은 DNA 서열이 애기장대 게놈 내 정확한 매치가 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당연히 no exact matches to the genome, 별 의미없는 시도였다 (종간에 서열이 똑같을리 없을 뿐더러 심지어 내가 넣은 서열은 gDNA도 아니고 cds였다;). 아래 BLAST 결과가 중요하겠다.


Tool: TAIR


BLAST 결과를 봐도 매치 score가 매우 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게 아무 식물에서나 발견되는 유전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즉, 졸음유발 물질인 락투카리움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상추나 치커리 같은 일부 식물만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발현의 차이가 아니라 유전자 자체의 유무에서 기인하는 차이였던 것이다.

이것저것 길어졌지만 정리하면 이렇다.

  1. 상추에는 상추아편이라고 불리는 진정작용 물질인 락투카리움이 있다.
  2. 락투카리움 구성물질인 락투신, 락투코피크린은 테르펜계 물질이다.
  3. 상추와 더불어 치커리에도 락투카리움 물질들이 많다.
  4. 치커리 품종 간 락투카리움 함량차이는 유전자 자체의 차이가 아닌 발현의 차이에 기인한다.
  5. 하지만 보통 식물들은 락투카리움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자체가 없다.


오늘의 설약: 상추랑 치커리에는 유전적으로 락투카리움이라는 성분이 있어 정말 졸음을 유도한다.


간만에 여러 툴을 써봤고 상추에 대해 많이 배웠다. 난 고기는 깻잎에 싸먹는다.



2017년 12월 25일 월요일

왜 술 마시면 나만 힘들지? (숙취의 유전학)

연말에는 내가 알콜인지 알콜이 난지 잘 모르며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연중이라고 별반 달랐었냐마는. 지금이야 나와 있으니 술자리 횟수가 급락하여 나이에 걸맞는 신체를 되찾고 있으나, 한국에서의 오전은 늘 버티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술자리를 좋아하는 내가 문제였을 터).

사실 술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대학원 진학 후로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나이였고, 늦게 배운 도둑질에 재미 붙여 술에 대한 이것저것을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교수님께서 주간미팅 시간에 one minute speech라고 하여 한 주 간 찾은 재밌있는 논문을 1분으로 요약하여 발표하는 코너를 만드셨다. 정말 토요일 아침 미팅을 죽어라 싫어했던 나는 이 스피치를 도대체 왜 하는지 매번 불만만 늘어놓았던 기억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적잖이 유익한 시간이었다. 논문보다는 매번 다른 류의 이야기, 예컨대 바로 앞의 글인 고기를 구우면 색깔이 변하는 이유 같은 걸 말하곤 했었는데, 술에 대한 관심이 소재를 제공하기도 했었다. 당시 내가 준비한 내용은 술의 대사과정, 왜 우리는 빨개지는가, 외국인들은 별로 안그런 것 같은데 등이었다. 이런 지식들은 이후에도 숱한 술자리에서 가벼운 화제거리로 종종 등장하곤 했으며 그때마다 덕을 보게 해주었기에, one minute speech에 대해 술에 빌어 감사의 마음을 되새긴다. 그때 찾아봤던 내용들을 상기하며 오늘은 연말을 맞아 술에 대한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술은 알콜, 알콜 중에서도 에탄올 (C2H5OH)이다. 흔히 술 잘 먹는 사람들 보고 "알콜분해효소가 대단한데?"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살펴보자.


그림처럼 에탄올 (알콜)알콜분해효소 (alcohol dehydrogenase, 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전환된다. 화학2에서 알데히드기 -CHO를 외운 기억이 있다면 바로 저 가운데 구조에서 -OH가 -CHO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광고에서도 알데히드 알데히드 하는 것이 저거다. 그리고 이는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 (ALDH)에 의해 초산이라고도 부르는 아세트산으로 전환되며, 다시 acetyl-CoA로 전환되어 구연산회로로 들어가서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 등을 부산물로 남긴다 (사실 말이 분해효소지 산화효소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자, 여기서 이제 우리가 술 마신 후 숙취를 느끼게 하는 물질을 규명해야 한다. 숙취라는 단어가 어디까지 포함하는지 모르겠으나, 여기서는 얼굴 빨개짐, 어지러움, 구토 등을 다 포함시키겠다. 이러한 고약한 숙취를 일으키는 물질은 알콜이 아니라 바로 아세트알데하이드다. 그러므로 "알콜분해효소가 대단하다면" 오히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많이 쌓여 술을 마시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어서 아세트산으로 전환되는 사람, 즉 ALDH 활성이 높은 사람은 술이 강하겠다. 주당들을 모셔두고는 "알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가 대단한데?"라고 말하는 것이 이치에 맞으니 제대로 알고 있자.

(구분해야 할 것이, 알콜에 의해 기분 좋게 알딸딸 해지는 alcohol buzz 현상은 알콜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들은 유난히 얼굴이 잘 빨개질까? 다시 아세트알데하이드다.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낮은 사람이 술도 잘 마시고 얼굴도 안빨개진다.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낮으려면 앞서 말했듯이 이를 빨리 분해시킬 수도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에탄올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전환이 더딘 사람도 이에 해당한다. 인풋활성이 낮거나 아웃풋활성이 높아야 한다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을 포함한 일본, 중국인들은 인풋활성이 높고 아웃풋활성이 낮다. 즉, 알콜분해효소는 잘 작동하는데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는 그렇지 않아 숙취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쌓이기에는 아주 최적이다. 이에 대해 고찰한 논문은 무려 1972년에, 또 무려 이곳 보스턴의 하버드메디컬스쿨 병원인 Boston Children's Hospital에서 Science에 발표되었다.

 출처: Science

70년대의 이러한 표현형 연구로부터 현재의 분자유전학 연구로 밝힌 결과, 약 80%의 아시아인들 (태국, 라오스, 인도 제외)은 알콜분해효소의 변이형인 ADH1B를, 그리고 한국, 일본, 중국인들은 다른 변이형인 ADH1C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두 타입 모두 알콜분해효능이 매우 뛰어나며 ADH1B의 경우 일반 알콜분해효소에 비해 40~100배 정도 높다고 하니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아주 잘 공급하겠다. 반면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의 경우를 보면, 약 50%의 동북아시아인들은 미토콘드리아 ALDH2에 우성변이가 있어 활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다시 한번, 숙취에는 아주 최적인 유전형질이다.

반면 이 덕분에 알콜중독에 빠지는 일은 다른 민족에 비해 적다고 한다. 숙취를 느끼면 괴롭기 때문에 술을 잠깐이나마 멀리 하게 되지만, 숙취를 못 느끼는 민족들은 그 만큼 알콜과 더욱 가깝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콜중독치료제인 disulfiram은 아세트알데히드분해효소를 오히려 억제하여 인위적으로 숙취를 유발시켜 술을 멀리하게끔 한다니 이 또한 재미있는 접근 방법이다.

술 얘기하면 생간, 어린간 등 에 대한 말도 많이 나온다. 실제로 80%의 에탄올은 간에 존재하는 알콜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고, 이는 다시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니 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2~10% 정도의 에탄올은 땀이나 소변, 날숨으로 배출되는데 음주측정기에 불 때 측정되는 알콜이 여기에서 기인한다).

참고로 혈중알콜농도가 0.05% 되면 음주운전에 걸리는데, 신체의 에탄올 분해는 20mg/100ml 즉 0.02% 이상의 알콜농도가 되면 포화된다고 한다. 이는 보통 성인이 맥주 한 병 정도 먹으면 도달하는 농도이다. 하지만 맥주 한 잔 했다고 음주에 걸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한 시간에 0.01~0.02%씩 분해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유성호 교수는 0.018%/hr이라고 말씀하셨다). 알콩중독자들은 0.025~0.035%/hr로 분해한다고 하니 하수구처럼 들어가겠네 ㅎㅎ

시중에 나온 숙취해소음료들은 어떤 기작일까 (사실 숙취해소음료도 위와 같은 유전적 이유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고, 이곳 미국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서부터는 확실한 사실은 아니다. 팩트체크 요. 알고 있는 정도만 읊어보면 보통 오르니틴이 많이 거론된다. 역시 숙취해소에는 간인데, 간에서 일어나는 아미노산 대사인 유레아 사이클의 구성물질이 오르니틴이고, 오르니틴을 첨가해주면 간기능이 좋아져서 알콜이나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비타민이나 초콜렛도 많이 거론되는데, 조효소나 당은 에너지대사를 원활히 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회식 때 나랑 일하는 동생녀석이 한미약품의 Fiss를 종종 챙겨주기도 했었는데, 성분에 콩재조합단백질이라고 적혀 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를 직접 넣어준 것이 아닐까 한다. 기분 탓인지 효소를 직접 먹을 때 효과가 가장 나았던 것 같다.


오늘의 설약: 한국인들은 알콜 분해는 잘 하는데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를 잘 못해서 얼굴이 빨개지고 숙취가 많다.


술에 얽힌 과학이 이렇게 많으니 역시 인생에 많은 가르침을 주는 녀석이다. 고마워.




[참고문헌]
https://en.wikipedia.org/wiki/Alcohol_flush_reaction
https://en.wikipedia.org/wiki/Acetaldehyde_dehydrogenase
https://en.wikipedia.org/wiki/Alcohol_dehydrogenase
https://en.wikipedia.org/wiki/Disulfiram
http://tmedweb.tulane.edu/pharmwiki/doku.php/alcohol_alcohol_addiction



2017년 12월 3일 일요일

왜 고기는 구우면 갈색으로, 새우는 빨간색으로 변할까? (구움에 대한 고찰)

고딩의 눈에 비친 생물2 선생님은 세상의 모든 현상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척척박사였다.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 모두 물어보라는 자신감을 비친 선생님께 나는 왜 티비를 통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 띠 같은 것이 깜빡이면서 나타나는지를 질문했었고, 즉석에서 주파수와 인간의 뇌가 어떤 장면을 인식하는 시간으로 답해주실 만큼 해박하신 분이었다. 사실 대학이나 대학원 때 교수님들도 잘 모르시는 내용을 이미 고등학교 때 그분을 통해 배운 것도 많았는데, 광합성 명반응의 순환적광인산화 (Photosystem I)과 비순환적광인산화 (Photosystem II)가 왜때문에 나누어져 있는지, 언제 어떤 놈이 돌아가는지에 대한 그것이 대표적이다.

출처: 내 텍스트생물2

위는 아직도 종종 찾아보는 고등학교 텍스트생물2에서 발췌한 것이다. 교과서 대신 이 책으로 진도에 맞춰서 필기를 했었다. 고1, 고2 때 생물에 대해 배운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고3 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다. 아무튼 아랫 부분의 필기가 바로 위 광인산화 질문에 대한 대답인데, 학부 때든 대학원 때든 이에 대해 알고 계신 교수님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주말에 집에서 고기를 굽다보니 문득 이 선생님이 떠올랐다. 이분이 알려주신 기억나는 상식 중 하나가 고기를 구우면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답부터 말하면 고기 속 미오글로빈의 철이온이 산화가 되어 색깔이 변하는 것이다.

미오글로빈은 헤모글로빈처럼 헴 (heme) 단백질로 구성되어 산소를 보관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에서, 미오글로빈은 근육세포에서 (즉, 고기에는 미오글로빈이 많다) 역할을 한다는 장소의 차이점과, 헤모글로빈은 헴그룹이 네 개로 이루어진 tetramer인데 미오글로빈은 모노머라는 구조의 차이점이 있다.


 출처: https://www.buzzle.com/ (좌), http://slideplayer.com/slide/4462886/ (우)


위의 그림처럼 헴단백질 가운데는 철이온이 자리잡고 있다. 철은 산화환원이 잘 되어서 산소를 붙였다 뗐다 하는데 최적화된 이온이다. 미오글로빈은 바로 이 철이온의 산소와 결합정도, 즉 산화정도에 따라서 색깔이 변하는 것이다.


출처: https://www.slideshare.net/johnncoupland/38-mb-lecturefoodchem 


위에서 보이듯 철의 산화상태와 라이간드 (산소)와 결합정도에 따라 미오글로빈 구조가 변해 빛을 반사하는 성질도 바뀌게 되어 색깔이 달라진다. 굽기 전의 고기는 oxymyoglobin을 가지고 있어 붉은색을 띠는 것이고, 굽게 되면 산화에 의해 metmyoglobin으로 변하여 갈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이후 저 상식을 기억하고 살아오고 있었다. 그러다 새우구이를 조우했을 때 이 상식이 통하지 않음을 발견하고 잔잔한 당황과 함께 그 원인을 찾아본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새우나 게 같은 놈들은 왜 반대일까?

이놈들의 붉은색 물질은 미오글로빈이 아니다. 그러니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새우나 게는 껍질에 아스타잔틴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 원래 아스타잔틴은 푸른 계열의 빛파장을 흡수하고, 그래서 붉은 계열로 보이게 하는 색소이다 (귤이나 토마토의 색도 일부 아스타잔틴이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새우에서 아스타잔틴은 crustacyanin이라는 단백질과 결합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 단백질은 아스탄잔틱을 꽉 잡고 있어 이 색소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평평하게), 이 구조변화에 의해 흡광성질도 달라진다. 그래서 싱싱한 새우는 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열이 가해지면 이 crustacyanin이라는 단백질은 와해 (denaturation)가 되고 아스타잔틴은 비로소 자유가 되어 제 구조를 되찾아 붉은 계열을 띠게 되는 것이다. 재미가 있는 구이의 미학이다.


굽다.

불과 연소라는 것은 적잖은 물리화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는다. 물리적으로 열에너지를 전달하는, 그리고 화학적으로는 산소를 어디에 갖다 붙이는 그런 의미를 지닌 현상이다. 전자에 의해 단백질 와해가 일어나서 아스타잔틴을 해방시켜 빨간색을 띠며, 후자에 의해 미오글로빈의 철이온이 산화되어 갈색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물리와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2017년 11월 26일 일요일

모발재생과 Wnt 신호전달

모발에 대한 이야기를 또 작성한다.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의 남자가 되기 위하여.

지난 10월 연세대 최강열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발표되었다. "모낭을 재생시키는 탈모치료 물질 개발"이라는 타이틀로 각종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일단 요즘 많은 과학인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제목이 너무 앞서나간 건 사실이다. 아직 랩수준의 결과 (마우스와 인간모유두세포 in vivo 결과까지 보이긴 했으나)이고 임상 등 최종 상업화가 되려면 몇 년은 있어야 할 테다. 뭐 이건 교수 측에서 원했든 그러지 않았든 주목을 끌어야 하는 게 기사의 숙명이니 그려려니 한다. 그리고 '개발'이라는 단어가 꼭 상업화 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니 관점에 따라 허위보도는 아닐 듯 하다. 

본론으로 가서 연구결과의 중심에는 Wnt signaling (윈트라고 읽는다)이 있다. 초파리의 wingless 표현형으로 노벨상까지 안겨준, 배아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매우 유명한 유전자이자 신호전달경로이다 (최근 식물에도 상동유전자와 신호전달과정이 존재한다고 밝혀지고 있으며 주로 스트레스 반응기작에 관여한다고 한다. 식물의 2만여개 유전자 중 스트레스에 관여하지 않는 녀석이 얼마나 될까만은). Wnt 신호전달도 GPCR처럼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에 라이간드가 붙음으로써 시작되는데, Wnt 단백질이 외부자극에 의해 직접 라이간드로 역할을 한다. Canonical, non-canonical 경로가 있으나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핵 속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즉, 세포외부의 자극 → 세포막 → 세포질 → 핵 → 유전자 발현 조절이라는 신호전달경로의 정석을 Wnt 신호전달도 따르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 의하면 Wnt 신호전달이 모낭에서 모발형성에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대머리가 진행되고 있는 세포에서는 Wnt 신호전달이 억제되어 있는데, 이 억제에 관여하고 있는 단백질이 CXXC5이다. 억제를 풀어주기 위해 PTD-DBM이라는 펩타이드를 처리하면 CXXC5가 제 역할을 못하고 Wnt 신호전달이 다시 활성화 되어 세포재생이 일어나 모발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앞서 미디어들이 보도한 탈모치료 물질이라는 것이 바로 이 펩타이드이다. 참고로 PTD는 protein transduction domain의 약자로 치료용 펩타이드가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도메인이며, DBM은 Dvl-binding motif의 약자로 Wnt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Dvl (Dishevelled, 디셰벌드)라는 단백질과 결합하는 부위이다. CXXC5는 바로 이 Dvl과 붙어 제 역할을 못하게 하여 Wnt 신호전달을 막는데, PTD-DBM은 CXXC5가 Dvl과 못 붙게, 즉 Wnt 신호전달을 억제하지 못하게 하는 기작이다.

최강열 교수팀은 CXXC5 분야의 선구자이다. 이 단백질의 발견으로 2015년 Nature에 논문을 게재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EMBO Molecular Medicine에 골다공증과 뼈재생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잠깐 이 2016년 논문의 대표그림을 보자.

(출처: EMBO Molecular Medicine)

모발재생과 완전 동일한 접근이다. 다만 이 세포는 뼈조직의 그것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 핵 안에서 발현되는 유전자가 뼈 관련 유전자라는 점만 다르다. 뼈조직 재생을 위해 CXXC5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점도 같다. 다만 여기서는 DBM과 같은 펩타이드가 아니라 KY-02327과 같은 small molecules를 이용했다. 약물로서 펩타이드와 small molecule의 차이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루겠지만 현재까지 대부분의 블록버스터 약들은 small molecules라는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되겠다. 

그러면 이번 모발논문에서 언급된 PTD-DBM은 뼈에서는 역할을 못하느냐 하면 그건 아닐 것이다. 장소만 다를 뿐이지 사용하는 단백질들은 모두 동일하다. 모발에서 Wnt를 억제하는 놈은 뼈에서도 Wnt를 억제하여 자칫하면 모발약이 뼈재생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상업화까지의 적지 않은 해결과제가 있겠지만, 논문을 보며 처음으로 드는 생각은 바로 이 부작용 이슈였다. 국소부위 치료, 그리고 여타 많은 최첨단 drug delivery 기술들이 있으므로 임상에서 잘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여담으로, 여기까지 보면 CXXC5가 "나쁜 놈" 같다. 이런 negative regulator들은 항상 뭔가 억울할 듯하다. 위 그림을 다시보자. CXXC5도 Wnt 신호전달에 의해 발현되는 놈이다. 음성피드백. 자기를 낳아준 부모에게 자기를 더 못낳게 하도록 방해하는 녀석이다. 또 나쁜 놈 같네; 그런데 사실 negative regulator들은 생명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신호전달과정은 대부분 negative regulation이 해제되는 기작을 통한다. 신호가 왔을 때 처음부터 만들어 내는 것 보다, 다 만들어 놓고 허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관리자가 없어지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다. 또한 어떤 신호가 왔을 때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과유불급. 이런 역할들이 없다면 브라질과 왁스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찾는 단어가 될 지도 모르며, 혹은 많은 이들이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야 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간은 우리 몸에 필요 없는 유전자나 단백질은 최소화 하도록 진화해 왔을 것이다. 하나하나 기능에 감사하며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 

오늘의 설약: 모발형성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놈을 억제하면 모발재생의 길이 열릴 것이다.

또 재미질세!

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독극물의 분자생물학적 사유 (비소 이야기)

어제 지인들과 식사를 하는데, 잠깐 중금속 이야기가 나왔다. 한 분이 중금속이 동물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줄기세포와 유전자가위로 연구하고 있다고 하셨고, 그런 중금속으로 납이나 비소 등을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랩도 애기장대에 각종 중금속을 치고 표현형, 유전자형, 전사체 등등 분석하는 일을 루틴하게 했었기에 쉬이 내용이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비소 (Arsenic, As).

미국에서는 비소가 많은 이슈가 된다. 미국쌀에 비소함량이 높다는 언론의 보도들이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예전 목화재배 때부터 바구미 박멸을 위해 비소함량이 높은 살충제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나.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비소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에 PNAS에서 비소 관련 논문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우리 박지영 박사도 2010년에 이 주제로 PNAS에 논문 내고 그해 코짜렐리상을 받았었고 (She deserves it, even more!). 그 근처로 우주친구 NASA에서도 비소에 관심을 표명했었으니, 이름에 As가 들어가는 기관들은 다 비소를 좋아하나 보다라고 날카롭게 추정한 기억도 있다.

나는 비소를 연구주제로 삼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깨너머 관심은 있었다. 특히 조선시대 사약에 사용됐던 비상 (비소의 산화버전)의 성분이라는 점이 왠지 매력있었다. 왜 식물은 문제의 비소를 잘 흡수할까?

해답은 수송체와 주기율표에 있다.

일단 식물의 3대 비료는 질소, 인산, 가리라고 중고등 때 배, 아니 외웠다 (배움이 늘 수록 가리는 칼륨이고, 칼륨은 포타슘이라는, 최근 들은 포타슘은 pot ash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에 의한 잔잔한 센세이션의 기억도 있다). 이중에서 비소와 관련이 높은 놈이 있으니, 주기율표를 한번 들여다 보자.


(출처: https://sciencenotes.org/printable-periodic-table/)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수헤리베 비씨엔오플네 나만알지펩시콜라 칼카. 무작정 암기도 언젠가는 써먹을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칼카 다음에 전이원소들 지나서 4주기 15족에 As이 보인다. 근데 바로 위에? 인 (P)이 있다. 동족. 최외각전자수가 같은, 그래서 화학적 성질이 유사한 서로인 것이다. 비소와 관련이 높은 비료는 인산이었다. 

식물이 손꼽아 필요로 하는 세 개의 영양소 중 하나이니 수송체는 얼마나 발달했겠는가. 그런데 이 화학적 성질이 유사한 비소가 인산수송체를 도용할 수 있으니 식물은 또 이를 얼마나 쭉쭉 빨아들이겠는가. 그래서 작물에 포함된 비소가 많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같은 족에 있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수송체로 흡수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흡수된 후에 체내에서도 인을 사용하는 자리에 비소가 대체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른 게 아니라 이게 바로 '독'이다. 인은 우리가 잘 아는 생물의 에너지통화인 ATP에도 들어가니까 말 다했다. 지인분이 체내에 미치는 분자생물학 기작을 더 자세하게 분석해주실 테니 나중에 논문 나오면 안읽고 설명해달라 해야지 ㅎㅎ

(여담, 아파요아파요병을 일으키는 중금속인 카드뮴 (Cd)도 아연 (Zn)과 같은 족인데, 결국 우리 몸에 아연이 들어갈 자리에 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연은 징크핑거 등 DNA에 붙어서 일하는 단백질들에게 매우 중요한 놈이니까 굉장히 심각해질 수 있어 보인다.)

조금 더 들어가자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흔한 비소의 형태는 arsenate와 arsenite 이 두 가지다. 인산을 닮은 놈은 arsenate이고, 산화정도에 따라 다른 형태도 존재하는데 물이 많아 질퍽질퍽한 논 같은 곳에서는 arsenite 형태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arsenite는 인산을 닮지 않았으니 인산 수송체를 통해서 흡수되지 않는다. 식물이 흡수를 못하면 참 좋을텐데 또 기어이 들어온다고 하니 바로 아쿠아포린을 통해서다. 징펭마 선생이 2008년에 이걸 밝혀내서 저널클럽으로 다뤘던 기억이 난다. 역시 피나스 논문에.

수송체 연구실에 있었으니 수송체가 익숙하고 그나마 재미도 있다. 이론으로는. 그런데 난 수송체 실험의 역량은 0이다. 몇 번 해봤으나 어렵고 특히 손이 나쁜 나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스트레스를 주는 실험이었다. 식물세포 껍데기를 벗겨서 수송체를 발현시키거나, 효모에 발현시키거나, 개구리 오오사이트에 발현시킨다. 보통 ABC수송체 연구하므로 ATP를 넣어줘야만 작동한다. 가장 힘든 경우는 발현시킨 다음에 세포 안팎을 뒤집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ATP와 붙는 부분이 세포 내에 있으면 ATP 주기가 힘들기 때문에 뒤집어서 세포 밖에 ATP를 줘도 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이놈이 펌핑하는 방향도 바뀐다. 내뱉던 놈이 흡입하는 놈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ATP뿐만 아니라 이 수송체가 나르는 대상물질인 기질을 넣어줄 때도 비슷한 이슈가 있다. 더군다나 이 기질은 트래킹이 돼야하기 때문에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식이 되어있고, 이때문에 실험도 방사성동위원소실에서 이상한 거 뒤집어 쓰고 진행해야 된다. 아...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스트레스가 마구 쌓이는 걸 보니 난 확실히 실험이랑 맞지 않나보다.

그래도 랩동료들의 훌륭한 성과들 덕분에 머리속에는 많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며, 또 어제 재미있는 얘기를 해준 지인분께도 감사드리며, 그분 논문이 나오면 즐거이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알려줘야지. 재미지다!

(동의보감에는 비소가 말라리아 치료 등의 목적으로 한약재로 쓰였다고 하는데. 신기한 게 참 많다.)


2017년 10월 7일 토요일

SynBioBeta SF 2017

샌프란시스코 SynBioBeta 다녀왔다.

한국 다녀온지 일주일만에 서부를 다녀오려니 시차가 완전 꼬여서 내내 힘들었지만, 이를 보상할 만큼의 구성과 참여진이었다. 업체로는 Ginkgo, Modern Meadow, AMSilk, Synlogic 등 요즘 합성생물학계, 아니 전체 업계를 놓고 봐도 "핫"한 이름들이다. 더군다나 George Church와 Jim Collins가 왔으니 알차지 않기도 힘들어 보인다.



늘 논문과 기사로만 접하던 분들의 목소리와 제스쳐를 직접 접한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 묘한 일이다. Jim Collins는 날렵한 외모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그보다도 더 말이 빠르고 아이디어의 번뜩임이 느껴졌다. Church는 최고권위자로서 말 그대로 권위적인 태도를 보일 줄 알았으나, 상당히 부드럽고 교양있고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이게 진정한 권위자의 위엄일지도. Reshma Shetty는 작년 봄 샌디에고에서 보고 약 1년 반만에 봤는데, Jason Kelly와 더불어 Ginkgo는 언변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인물이다. 물론 언변만큼 실력이 뒷받쳐 주니 어마무시한 펀딩을 이끌어 오고 있는 것이겠지만.

이번에 확인한 합성생물학계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Food   #Consumer  

합성생물학이 적용되는 산업키워드다. 이번에 Memphis가 왔지만, Impossible Foods로 대표되는 대체뭐시기들. 지금은 Perfect Day로 이름을 바꾼 Muufi (효모로 우유 생산)도 참여했으며, 이번에 처음 알게된 Finless Foods라는 업체도 인상 깊었다 (cell culture로 생선 생산). 줄기세포와 세포배양 분야의 연구개발로 이제 별걸 다 만든다. Consumer 분야의 대표주자인 Modern Meadow의 세포로 배양한 가죽 (원래 동물세포였으나 여러 유전자 발현 이슈로 지금은 효모로 생산한다고 함)은 ZOA라는 브랜드명으로 며칠 전부터 뉴욕 MoMA에서 전시된다고 한다. 아디다스와 협업하는 AMSilk, 그리고 이런 textile을 염색하려는 Colorifix와 아예 잉크를 만드는 Living Ink 등이 눈에 띈다. 

#Cell-free process

작년에 비해 올해 눈에 띄는 기술키워드다. 이제 대사공학을 아예 세포 없이 진행하는 업체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곳 보스턴의 Greenlight Biosciences도 있지만 Jim Collins도 본인 연구실에서 cell extract (lysate)로 이런 걸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아예 cell-free 워크샵이 따로 마련돼 Synvitrobio (Church도 설립에 관여)와 Invizyne이 발표했다. 합성생물학계에서도 미니멀리즘 바람이 부는 것인가. 


아무튼 "합성생물학"이라는 용어의 힘은 기존 산업바이오의 실패를 완벽하게 덮고 있다는 데에서도 분명 기인할 것이다. 바이오에너지와 바이오화학으로 대표되었던 1세대 산업바이오의 실패. 기술이 다른가? 물론 요즘은 AI나 머신러닝 등을 바이오에 접목 시키는 등 확실히 기술측면에서도 진전이 있긴 하지만, 사실 미생물과 같은 생명체를 유전공학, 대사공학으로 개량하여 목표물질을 생산한다는 기본 프레임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이나 투자자들에게 1세대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상기시키면 이 업계는 커가기 힘들테고, 마침 합성생물학이라는 용어를 빌어 완전 새로운 산업처럼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Church가 세웠던 LS9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려하지 않는다. 1세대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건 모두 알다시피 유가이다.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를 만들고 석유화학을 대체하는 화학물질을 만들려고 했는데, 유가가 이렇게 낮으면 바이오메리트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나는 "생산"에만 집중했던 사업모델 자체도 실패의 큰 원인이라고 본다. 만들 수 있다면 누군가는 사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지금 컨슈머나 음식 쪽으로 향하고 있는 이런 흐름은 1세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항상 고객이 원하는 것을 -B2B든 B2C든- 밤낮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지금의 이 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인하게, 마치 아무도 더이상 1세대 산업바이오를 언급하지 않듯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SynBioBeta는 여느 컨퍼런스와는 달리 일반인들도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매우 고무적이다. 마치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IT업계처럼,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인식의 바람을 일으키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특히 내년에는 컨퍼런스를 일주일간 열면서 일반인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금문교를 DNA 나선으로 그릴 생각을 하다니.. 한참을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그림의 신선함만큼이나 내년 프로그램 기획 또한 인상적이므로, 사뭇 기대된다. 합성생물학 화이팅.

2017년 8월 17일 목요일

데오도란트? 넣어둬 (암내의 유전학)

외국에 나와 살다보니 한국사람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암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부터 한국인에게서 암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고, 이게 유전자 때문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Letz drill it down!

일단 암내가 왜 나나.
겨드랑이 밑에 많이 분포한 땀샘 (apocrine gland) 세포에서 무언가를 분비하기 때문이다. 세포분비 (cell secretion)은 생리적으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아주 중요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분비되는 물질 중에 아로마틱 구조를 가진 물질은 향 혹은 악취를 내게 된다. 겨드랑이 땀샘에 위치한 세포 내에 있는 이런 냄새물질을 밖으로 분비면하서 암내가 발생하는 것.

(출처: https://sites.psu.edu/siowfa12/author/hqc5129/ 펜스테이트 페이지라는데 안뜨네)


그런데 이 세포 내의 냄새물질을 밖으로 퍼내려면 세포가 주머니 같은 걸로 싸서 보내야 하는데, 주머니 안으로 냄새물질을 넣어주는 수송체가 있으니 바로 ABC 수송체다. 크.. 여기서 ABC를 조우하게 되다니 불역락호! ABC 단백질은 이영숙 교수님 랩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7년 동안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 고통-아니 성장이라고 하자-을 주었던 그 ABC 단백질. 어쨌든 암내에 관여하는 ABC 수송체는 ABCC11이라는 MRP 타입의 녀석인데 분자기작은 다음과 같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동경대, 동경공업대, 나가사키대, RIKEN 등 일본 연구진의 리뷰논문이다)


저기 보이는 냄새물질을 수송체 (ABCC11)가 주머니로 잘 넣어주고 있다. 그런데 이 수송체에 문제가 있다면? 냄새물질이 날라지지 않겠지. 그럼 겨터파크에도 냄새물질이 녹아 있지 않겠네. 그렇게 수송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타입이 대부분의 한국인에게서 발견된다는 사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위의 그림이 수송체를 2D로 펼처놓은 그림이다 (그래도 간만에 ABC 수송체 구조를 보니 가슴이 먹먹한 뭔가가 있다). 여러 가지 변이를 위치별로 표시해놨는데, 그중 첫 번째 transmembrane domain의 G180R (180번째 아미노산인 glycine이 arginine으로 바뀐 변이), DNA로 보면 SNP 538G>A이라는 녀석이 유독 한국인에게서 많이 발견된다는 점! 심지어 아래 결과에서는 (대구시민들 조사) 100% A타입, 즉 이 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왔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이 논문에서 인류진화론적으로 설명하기를 옛날옛날에 몽고인들에게서 이 변이가 생겼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것이 동북아시아에 집중되면서, 특히 지금은 몽고인보다도 한국인이 더 많다는 추정. 일본인에서도 많이 발견되니 일본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ABCC11과 인간 표현형 관계를 밝힌 최초 논문도 일본팀에 의해 2006년 Nature Genetics에 실렸다. 전부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그럼 ABCC11이 나르는 냄새물질은 정확히 무엇일까? 일단 연구실 (in vitro)에서 밝혀온 물질 (기질 or substrate)로는 아래와 같은 지용성음이온성 물질이 많다고 한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다 링링한 것이 냄새가 솔솔 나게 생겼으나, 정확히 체내 (in vivo)에서 ABCC11이 어떤 녀석을 날라서 여러 가지 표현형을 나타내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저런 변이들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지, 뭐 한국인들 다들 잘 살고 있으니 부작용이랄 것까진 없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이외의 현상은 없는지 궁금하다. 밝혀진 다른 표현형으로는 귀지 (마른 vs 축축한), 유방암 치료 감응성 등이 있다고 한다만 오늘은 체력방전이 궁금함을 앞서서 다음에 보는 걸로..

오늘의 설약 (說約): 한국인은 겨땀 냄새 분비에 관여하는 ABCC11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 암내가 없다

또 재미지다-

2017년 8월 16일 수요일

젖산으로 머리를 풍성하게

Nature Cell Biology재미있는 논문이 떴다. 



머리 모낭의 줄기세포 (hair follicle stem cell=HFSC)가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젖산 (lactate)에 의해 활성화 된다는 연구결과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HFSC에서 다른 곳의 세포들에 비해 젖산생성효소인 lactate dehydrogenase의 발현 및 활성이 높다는 것을 바탕으로, 이 효소의 유전자를 억제했더니 줄어든 젖산에 의해 HFSC의 활성도 없어지고, 젖산생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피루브산수송체 (Mpc1)를 유전적으로 혹은 약 (UK-5099)으로 억제시켰더니 HFSC 활성이 올라간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lactate dehydrogenase를 젖산분해효소라 적어두고 젖산생성효소라고 읽다니 조금 의아할 수 있는데, 위키를 찾아보니 피루브산과 젖산의 상호변환반응 (가역반응)에 모두 관여하며, 산소가 적을 때는 주로  젖산을 생성하는 쪽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머리가 듬성한 분들께 희망을 보여주는 논문이라고 자평하는데, 외부에서 젖산을 처리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 혹은 우유를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되는지 등의 실용적인 내용은 못 찾겠다 (논문을 꼼꼼히 뒤지면 나오려나?). 다만 UK-5099 같은 스몰몰레큘이 모낭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는 내용 정도!

재미지다-






2016년 8월 21일 일요일

잠 잠 잠

작년 여름에 페북에 올렸던 수면에 관한 글. 나는 정말 잠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나는 잠에 정말정말 관심이 많다.
진가의 가족력으로 어렸을 때부터 잠이 많았을 뿐더러, 특히 수년 째 시달리고 있는 '식곤증'이 이런 관심을 극대화 시켰다. 내 주변에서 조금 친분이 있다면 나의 식곤증에 대한 푸념을 귀찮게 들었을 것이라 조금 죄송스럽기도 하다만 ㅋㅋ 내가 재차 강조하는 이유는 식곤증이 '졸리다'라는 느낌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소화 시 위에 혈액이 쏠려 머리가 둔해진다고는 하지만,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지배하는 느낌이다.

나의 증상은 대략 이렇다. 아침, 저녁은 큰 문제가 없지만 유독 점심을 먹고 나면 눈 주변이 뜨거워진다. 머리도 약간 피곤한 느낌인데, 단순히 졸린 기분과는 확연히 다르다. 눈과 전두엽 쪽에 뭔가 '쌓이는' 느낌이다.

이는 잠으로 곧 해결된다. 잠이라기 보다는 수면유사상태로도 씻은 듯이 해결된다. 말그대로 '쌓인' 무언가가 '씻겨진' 느낌이다. 약 1~2분 간의 수면유사상태라도 있으면 거짓말 같이 사라진다. 수면유사상태란 내가 지어낸 말인데, 음.. 의식이 완전 없어진 상태는 아니지만 의식적인 사고 (예컨대, 있었던 일 회상)와는 다른 phase이다. 이 때는 뇌의 다른 부위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회상을 할 때는 눈동자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우측상단을 주로 향하고 있는데, 수면유사상태에서는 중앙 혹은 좌측을 향하고 있다 (나는 불면증에 걸렸을 때 의도적으로 눈동자 방향을 조절하여 잠을 유도할 때 이용하기도한다 ㅎㅎ). 이런 phase를 지나고 나면 머리가 정말 맑아지고 오후 업무에 탄력이 받는다.

쌓인 것이 씻겨진다.

나의 이런 현상에 대한 정확한 답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도움이 되는 영상을 소개 받았다.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조교수 Jeff Iliff의 작년 테드 강의 영상이다.



우리 몸은 노폐물을 보통 림프관을 통해서 처리하는데, 특이하게도 뇌에는 림프관이 없다. 뇌가 우리 몸의 25%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에 따른 노폐물도 상당할 것인데 그 노폐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Jeff 연구그룹은 뇌의 노폐물은 혈관에 버려진다는 것을 알았고, 이것을 매개하는 것이 CSF (cerebrospinal fluid)로 불리는 액체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CSF는 혈관을 따라 분포되어 뇌 세포 사이사이의 노폐물을 혈관으로 버리는 역할을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CSF는 수면상태의 뇌에서만 분비가 된다. 즉, 수면이 뭔가 '쌓인 것'을 '씻어내게'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Jeff는 노폐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또다시 놀랍게도 노폐물 중 하나는 베타아밀로이드였다. 이는 알츠하이머의 주범인 물질이다. 아직 수면부족과 알츠하이머의 상관관계에 대한 결과는 없지만, 이 정도의 사실들이면 충분한 수면을 하는 것이 왜 좋지 않겠는가.

테드를 요약하면 이렇다.
1. 우리 뇌는 CSF라는 액체를 통해서 노폐물을 제거한다.
2. CSF는 수면 시에 분비된다.
3. 대표적인 노폐물은 베타아밀로이드이다.

이런 연구는 정말 해보고 싶다. 전공이 이런 분야였다면, 내가 평소에 너무 궁금한 것들이었다면, 실험이 재미있었을까.

쨌건 남은 부분은 수면이 어떻게 CSF 분비를 유도하는지가 될 것 같다. 그러면 나의 짧은 '수면유사상태'가 왜 효과적인지 설명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노폐물에 대한 연구도 더 있으면 좋겠다. 수면 부족 시 뇌에 노폐물이 주로 어디에 쌓이는지, 이것이 내가 눈주변이 뜨거워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 베타아밀로이드 외에 다른 녀석들도 이런 현상에 가담하는지, 왜 아침/저녁 보다 점심 때 이런 현상이 발발하는지 등등.

수면에 관한 마인드맵도 그렸었는데 ㅋㅋ 

이 분야는 평생 follow up 하면서 궁금증을 간접적으로나마 하나씩 해결해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