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7일 토요일

SynBioBeta SF 2017

샌프란시스코 SynBioBeta 다녀왔다.

한국 다녀온지 일주일만에 서부를 다녀오려니 시차가 완전 꼬여서 내내 힘들었지만, 이를 보상할 만큼의 구성과 참여진이었다. 업체로는 Ginkgo, Modern Meadow, AMSilk, Synlogic 등 요즘 합성생물학계, 아니 전체 업계를 놓고 봐도 "핫"한 이름들이다. 더군다나 George Church와 Jim Collins가 왔으니 알차지 않기도 힘들어 보인다.



늘 논문과 기사로만 접하던 분들의 목소리와 제스쳐를 직접 접한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 묘한 일이다. Jim Collins는 날렵한 외모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그보다도 더 말이 빠르고 아이디어의 번뜩임이 느껴졌다. Church는 최고권위자로서 말 그대로 권위적인 태도를 보일 줄 알았으나, 상당히 부드럽고 교양있고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이게 진정한 권위자의 위엄일지도. Reshma Shetty는 작년 봄 샌디에고에서 보고 약 1년 반만에 봤는데, Jason Kelly와 더불어 Ginkgo는 언변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인물이다. 물론 언변만큼 실력이 뒷받쳐 주니 어마무시한 펀딩을 이끌어 오고 있는 것이겠지만.

이번에 확인한 합성생물학계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Food   #Consumer  

합성생물학이 적용되는 산업키워드다. 이번에 Memphis가 왔지만, Impossible Foods로 대표되는 대체뭐시기들. 지금은 Perfect Day로 이름을 바꾼 Muufi (효모로 우유 생산)도 참여했으며, 이번에 처음 알게된 Finless Foods라는 업체도 인상 깊었다 (cell culture로 생선 생산). 줄기세포와 세포배양 분야의 연구개발로 이제 별걸 다 만든다. Consumer 분야의 대표주자인 Modern Meadow의 세포로 배양한 가죽 (원래 동물세포였으나 여러 유전자 발현 이슈로 지금은 효모로 생산한다고 함)은 ZOA라는 브랜드명으로 며칠 전부터 뉴욕 MoMA에서 전시된다고 한다. 아디다스와 협업하는 AMSilk, 그리고 이런 textile을 염색하려는 Colorifix와 아예 잉크를 만드는 Living Ink 등이 눈에 띈다. 

#Cell-free process

작년에 비해 올해 눈에 띄는 기술키워드다. 이제 대사공학을 아예 세포 없이 진행하는 업체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곳 보스턴의 Greenlight Biosciences도 있지만 Jim Collins도 본인 연구실에서 cell extract (lysate)로 이런 걸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아예 cell-free 워크샵이 따로 마련돼 Synvitrobio (Church도 설립에 관여)와 Invizyne이 발표했다. 합성생물학계에서도 미니멀리즘 바람이 부는 것인가. 


아무튼 "합성생물학"이라는 용어의 힘은 기존 산업바이오의 실패를 완벽하게 덮고 있다는 데에서도 분명 기인할 것이다. 바이오에너지와 바이오화학으로 대표되었던 1세대 산업바이오의 실패. 기술이 다른가? 물론 요즘은 AI나 머신러닝 등을 바이오에 접목 시키는 등 확실히 기술측면에서도 진전이 있긴 하지만, 사실 미생물과 같은 생명체를 유전공학, 대사공학으로 개량하여 목표물질을 생산한다는 기본 프레임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이나 투자자들에게 1세대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상기시키면 이 업계는 커가기 힘들테고, 마침 합성생물학이라는 용어를 빌어 완전 새로운 산업처럼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Church가 세웠던 LS9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려하지 않는다. 1세대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건 모두 알다시피 유가이다.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를 만들고 석유화학을 대체하는 화학물질을 만들려고 했는데, 유가가 이렇게 낮으면 바이오메리트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나는 "생산"에만 집중했던 사업모델 자체도 실패의 큰 원인이라고 본다. 만들 수 있다면 누군가는 사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지금 컨슈머나 음식 쪽으로 향하고 있는 이런 흐름은 1세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항상 고객이 원하는 것을 -B2B든 B2C든- 밤낮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지금의 이 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인하게, 마치 아무도 더이상 1세대 산업바이오를 언급하지 않듯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SynBioBeta는 여느 컨퍼런스와는 달리 일반인들도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매우 고무적이다. 마치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IT업계처럼,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인식의 바람을 일으키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특히 내년에는 컨퍼런스를 일주일간 열면서 일반인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금문교를 DNA 나선으로 그릴 생각을 하다니.. 한참을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그림의 신선함만큼이나 내년 프로그램 기획 또한 인상적이므로, 사뭇 기대된다. 합성생물학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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