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장은 말그대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그 중심에 GameStop과 AMC가 있는데, 특히 GameStop이 현재 미국장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건이다.
GameStop(NYSE: GME)은 올해 2021년 1월 초만 해도 $20 근처의 주식이었는데, 이번 주 한 때 $500 가까이 찍고 현재는 금요일 종가기준 $312이다. 열흘 만에 1600%의 상승을 보였다. 종가기준 일주일 상승률이 222%인데 이게 초라해 보일 정도다.
왜 때문에?
공매도, Robinhood, Reddit, Elon Musk 등 최근 미국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모멘텀이 다 섞인 사건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1. 일런 머스크, 더 강려크 인플루언서
먼저 일런 머스크. 나도 트위터에서 팔로우 하고 있지만 일런은 가끔 알듯 모를듯한 단어 하나씩 남기고, 이게 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2018년에 일런이 트위터에 "Am considering taking Tesla private at $420. Funding secured."라고 쓰며 비상장 전환에 대한 암시를 하자 테슬라 주가가 바로 10%이상 뛰었고, 이에 SEC로부터 벌금 물고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난(CEO직은 유지) 사건은 유명하다. 이후에도 어떤 회사를 언급할 때마다 테슬라가 인수하나보다 하고 미국의 개인투자자들로 하여금 그 주식을 마구 담게 하는, 미국장에서 가장 강려크한 인플루언서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일런이 며칠 전, 정확히는 1월 26일 화요일, 트위터에 "Gamestonk!!"라는 한 마디와 함께 Reddit의 한 커뮤니티를 링크했다. 그날 시간 외 거래에서 Gamestop의 주가는 50% 뛰었다. Gamestonk는 GameStop 혹은 a game stock의 폭증을 stonk로 암시한 듯하다.
2. Reddit과 Robinhood, 그리고 떼투
작년 한국 박스피 탈출의 중심에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있었다. 미국도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아주 뜨겁다. 그런데 참여의 이유가 같은 듯 다르다. 우선 한국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부동산이 큰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머리 보다 항상 조금 위에 있어 보이던 집값이 어느덧 정신차리고 보니 구름 위에 있게 된 최근 몇 년. 내가 먹고 잘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불안감, 그리고 몇 년 사이 엄청난 수익률을 보여준 집이라는 투자수단에 과감히 투자하지 못했다는 상실감, 그와중에 투자해서 큰 이득을 본 이들로부터 오는 상대적 박탈감. 어딘가 해소구가 필요했고, 이 해소구는 내가 먹고 잘 집을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하기 위함이 첫 번째요, 이미 늦어버린 부동산 투자 대신 뭔가 큰 수익을 마련할 수 있는 대안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그 다음일테다. 그 와중에 존리, 삼프로, 슈카 같은 매체들에 의해 주식이 대안으로 주목 받았고, 또한 코로나 직후 V자 급등한 미국장에 대한 관심이 많이 쏠리면서, 주변에서 FAANG으로 짭잘, 테슬라로 몇 배 빵빵 터지는 것을 보고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되었으리. 미국장뿐 아니라 한국장도 큰 영향을 받았고, 11월 들어 코스피가 몇 년 만에 박스피를 탈출하며 꿈에 그리던 3000 지수를 돌파 하면서 현재도 예탁금이 줄지 않는 등 그 모멘텀이 계속되고 있다(감동의 박스피 탈출을 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만들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 물론 작년 11월부터 미국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머징마켓 특히 한국장이 저평가 되어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 외국인 수급도 몰렸지만, 지금의 지수에 가장 크게 기여한 주체는 개인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국의 중심에는 음, Robinhood가 있다고 본다. Robinhood에 대해서는 2019년 10월 페북에서 한번 다뤘지만(https://www.facebook.com/illozika/posts/10158828098115278), 그냥 스마트폰으로 수수료 없이 바로바로 거래가 가능한 아주 가볍고 쉬운 앱이다. 그냥 미국 20-30대의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이 앱은 깔려 있는 것 같다. 이런 스마트한 무기를 장착한 미국의 불개미들.
거기다가 코로나가 불을 지폈다. 일단 딱히 밖에서 할 게, 돈 쓸 데가 없으니 Robinhood를 지렛대 삼은 방구석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두 번에 걸친 stimulus check이 들어왔다. 경기부양책으로 지급된 개인보조금인데, 한국도 지급되었다고 들었지만 여기는 규모가 크다. 두 차례 모두 (연봉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인당 백만원 가까이 지급이 되었다. 감소한 소비, 늘어난 유동성. 넘쳐나는 현금. 이게 오롯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듯 하다.
월가에서는 이들 개인투자자를 "a ragtag army of individuals"라고 부르지만 그들의 힘을 인정하고 두려워하며, 심지어 몇몇 헷지펀드를 파산에 이르게 하였다. 그럼 단순히 저 Robinhood 때문에? 개미가 기관보다 유리한 점이 몇 가지가 있긴 하다. 남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현금 유연성이 높으며, 또한 언제까지 얼마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도 이론적으로는 없다. 그럼 이런 장점들 때문에? 아니다. 이들 장점을 초연결시켜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게 하는 요인이 있다. 바로 주식커뮤니티다. 이것이 앞서 일런이 언급한 Reddit이라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내의 wallstreetbets라는 커뮤니티다. 테마주 등에 대한 실시간 정보가 아주 활발히 올라오는 커뮤니티다. 기관들이 하면 불법인 담합투자, 즉 "떼투"가 커뮤니티와 Robinhood와 같은 플랫폼으로 인해 개미들 사이에선 가능진 것이다.
그럼 이제 이번 GameStop 사태에서의 일런 머스크가 언급한 Reddit wallstreetbets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배후를 살펴보자.
3. 공매도, 개인 대 기관의 전쟁
공매도는 한국에서도 요즘 이슈가 되고 있어 잘 알려진 개념이고, 특히 naked shorting이라 불리는 무차입공매도는 여러 이슈가 있지만 원래 (차입) 공매도는 거품을 적절히 조절해주는 순기능도 있다. 헷지펀드들이 이런 공매도를 투자헷지의 수단, 즉 오를 것 같은 주식에 long position, 떨어질 것 같은 주식에 short position을 취하는 방식으로 널리 쓰는 투자전략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정말 큰 수익을 내기 위한, 즉 큰 alpha를 찾기 위한 공매도를 주력으로 진행하는 헷지펀드도 있다. 이번 사태에서는 이런 기관들이 이슈가 되었다.
GameStop은 비디오게임과 콘솔을 파는 오프라인 소매 업체다. 즉 코로나 때 죽을 쒔을 것이다. 작년 주가가 $5-10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던 와중에 작년 말 즈음 Reddit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PS5와 Xbox 새 시리즈가 곧 출시되고, 또 activist investor로 알려진 Ryan Cohen (반려동물 용품업체 Chewy 창업자)가 board member로 합류하면서 온라인 사업 진출 가능성이 있다는 등 호재들이 공유된 것이다. 이로 인해 1월 중순 주가가 $40까지 올랐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가치가 이렇게 급등했다는 점은 곧 공매도 세력의 달콤한 타겟이 됨을 의미한다. 실제로 헷지펀드인 Melvin Capital이나 Citron Research는 이 시점에 GameStop 공매도를 많이 친 것으로 드러났다. GameStop short float으로 검색해보면 2020년말기준 140%으로 확인된다. Short float은 거래가능(float) 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의 비율을 보여주는 것인데, 100%가 넘었다는 말은 위에서 언급한 무차입공매도가 상당하다는 말일 것이다. 혹은 차입 공매도 돌려막기로.
공매도 비중이 너무 높음을 확인한, 또 마침 헷지펀드들의 조롱 섞인 비판으로부터 잔뜩 공세가 올라있던 Reddit의 개미들은 이른바 short squeeze를 시작한다. 개인 vs 기관 본격적인 전쟁. Short squeeze는 예전에 블로그에서 한번 다룬 적 있는데(http://jinjjan.blogspot.com/2020/03/mba-noteinvestmentsporsche-volkswagen.html), 공매도를 친 세력들이 상환을 하려면 주식을 다시 사서 갚아야 하는데, 시장에 물량이 없으면 점점 쥐어짜지고, 그래서 가격이 올라도 계속 담아야 하는, 그게 더욱 더 폭등을 유발하는 그런 현상이다.
Reddit wallstreetbets 유저들의 Robinhood를 통한 집단 매수. 주식뿐 아니라 콜옵션도 마구마구. 이를 견디지 못한 헷지펀드들은 마진콜의 압박을 받아 그나마 가지고 있던 long position도 마구 팔게 되었고, 그게 미국 전체장의 하락을 가지고 왔을 것이다. 그리고 어제 그제 이제 공매도 안하겠다라는 미국 헷지펀드들이 무수히 나왔다. 헷지펀드의 패배. 하지만 이것이 진정 개미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게 한 주간 있었던 미국장 변동성의 실체다.
4. 다시 Robinhood
이번 주 후반 Robinhood 유저들은 GameStop 매수를 일시 중단시킨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일단 미국 의원들이나 SEC 같은 당국에서는 이번 현상에 주가조작이 연루되어 있지 않은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당국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Robinhood 같은 사기업이 일방적으로 특정 주의 매수만 막았다는 점이다. Robinhood 배후에 Melvin Capital에 투자한 다른 헷지펀드가 있다는 설도 있다. 즉 공매도를 쳤던 Melvin의 폭락을 막아보고자 매수를 중지 시켰다는.. 그럴 듯 하지만 사실인지는 나는 모를따. 설마 저렇게까지?
이상 이번 GameStop 사태의 전말을 알아봤다. 이번 사태에 한국의 서학개미들도 일부 참여했다고 들었다. 음, 남의 투자를 두고 뭐라할 건 아니지만, 이런 투기성 투자는 정말 투기를 하려는 사람만 하시면 좋겠다. 즉, 안하면 좋겠다. 작전주, 테마주, 정말 그 유혹의 달콤함은 잘 알지만 그만큼 치명적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이제 막 투자하는 한국 유학생들도 많이 보고 있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나도 배우는 입장이지만, 늘 변동성 조심하고, 투자하는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공부도 조금 해보고, 또 미국은 1년 이하 거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상당하니 1년 이상 장기투자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라고 이야기 해준다.
다이나믹한 한주였다.
* 페이스북 링크: https://www.facebook.com/illozika/posts/10160610425420278
* 추가: 미동부 현지시간 2월 1일 월요일 오후 6시 경에 Robinhood가 유저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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