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BRIC 연재에서 Arvinas를 다룬 적이 있다. 당시 국내 언론들보다도 앞서 PROTAC 치료제를 소개했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 종종 놀러갔었던 Yale Univ. 에서 설립된 업체라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덕이었다.
9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첫 FDA 승인 PROTAC 신약의 주인공으로 바이오제약업계의 큰 마일스톤을 찍었다.
| (Arvinas Press Release) |
시판허가와 시판은 다른 얘기다. 허가는 받았으나 상업화는 불명확한 상태다. 공동임상 진행하던 Pfizer가 상업화에 발을 뺀 것이 크다. 이건 다른 측면에서 지켜볼 일이다. 그래도 대단하다.
9년 전 글을 꺼내본다. 제일 밑 그림의 Lead optimization 단계에 있던 ER (Estrogen Receptor) 타겟 약물이 이번 승인의 주인공이라니, 훌쩍 커버린 유치원생을 기억하는 기분이다.
(2017.8.29. BRIC 연재)
[바이오 업계 소식: From Startups to Moguls] Arvinas의 E3 Ligase 활용 의약품, PROTAC
많은 분들이 유비퀴틴에 익숙할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연구하는 단백질의 분자량이 자꾸 달라진다든가 혹은 번번이 발현에 문제가 생겨 속상하기도 할 테고, 어떤 분들은 ubiquitination이나 SUMOylation 자체를 연구주제로 삼고 있기도 할 것입니다. 어쨌든 76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이 작은 단백질이 생명체 안에서 하는 일의 결과는 결코 그 크기로 예단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합니다. 바로 생명을 구성하는 수 많은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일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백질분해 기작을 활용하여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From startups to moguls. 스타트업으로는 Harvard Medical School의 Jay Bradner 박사가 설립한 C4 Therapeutics, UC Berkeley와 UC San Diego 교수진이 설립한 Nurix, 그리고 Yale University의 Craig Crews 교수가 설립한 Arvinas가 대표적입니다. 일부 빅파마도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작년 Boehringer Ingelheim이 University of Dundee와 PRTOAC 공동개발 계획을 발표했으며, Amgen은 올해 4월 PROTAC 합성방법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적지 않은 업체가 포진해 있지만, 유비퀴틴 단백질분해 의약품 개념을 처음으로 발표한 논문에 Craig Crews가 저자로 참여한 만큼 이번 글에서는 Arvinas를 통해 단백질분해 의약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논문은 2001년 Caltech의 Ray Deshaies 교수 주도 하에, UCLA, Celgene Pharmaceuticals, 그리고 Yale University의 연구진이 PNAS에 발표한 것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protein-targeting chimeric molecule, 즉, PROTAC (proteolysis targeting chimera)입니다. 논문 그림을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PROTAC은 목표로 하는 단백질에 E3 ligase를 불러오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소환된 E3 ligase가 목표단백질에 유비퀴틴을 결합시키고 분해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PROTAC은 E3 ligase를 불러옴과 동시에 목표단백질과도 결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림 우측상단을 보면 PROTAC은 타케팅과 역할수행 (여기서 역할이라 함은 E3 ligase를 불러와 종국에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역할이 되겠습니다), 이 두 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두 모듈을 이어주는 링커도 있습니다). 이 모듈은 상당히 익숙합니다. 전사조절인자도 프로모터결합도메인과 전사조절도메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yeast-two-hybrid는 이를 이용한 실험툴입니다. CRISPR-Cas9 유전자가위는 CRISPR가 목표 DNA로 이끌면 Cas9이 자르는 역할을 하는 구성입니다. CAR-T 또한 항원결합도메인과 면역신호전달 도메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렇듯 정교한 생명현상을 위해 생명체는 원하는 목표만 조작할 수 있는 목표특이성을 진화시켜 왔으며, 이러한 성질을 차용하여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위의 첫 논문에서는 PROTAC의 E3 ligase와 결합모듈로 10개의 아미노산 (DRHDSGLDSM)으로 이루어진 펩타이드를 사용했습니다. 이 펩타이드는 IκBα 단백질의 일부로, IκBα는 SCFβ-TRCP E3 ligase complex에 의해 분해되는 단백질입니다. 자연스레 본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E3 ligase는 SCFβ-TRCP 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위 1세대 PROTAC의 문제점은 이 펩타이드 때문에 세포투과성 (cell permeability)이 낮다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펩타이드와 다른 E3 ligase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루어 졌으며, Craig Crew팀과 University of Kentucky의 김경보 교수 연구팀에서 각각 업적이 있었습니다. E3 ligase로 SCFβ-TRCP 가 아닌 pVHL (von Hippel Lindau tumor suppressor protein) 시스템을 사용했으며, 이와 결합하는 리간드로 HIF-1α 단백질의 펩타이드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것도 octapeptide에서 pentapeptide로 줄이는 등의 최적화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2세대 PROTAC의 개발입니다. 하지만 이런 펩타이드 기반의 PROTAC이 실제 의약품으로 사용하기에는 여전히 세포투과성의 이슈가 있으며 potency도 마이크로몰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임상의 한계는 차세대 PROTAC의 개발에 대한 요구를 불러일으켰고, 2008년부터 3세대 PROTAC이라고 볼 수 있는 small-molecule PROTAC이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E3 ligase 결합리간드로 펩타이드가 아닌 small molecule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PROTAC 의약품들은 전부 3세대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Craig Crew가 이러한 단백질분해 기작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에 대한 리뷰논문을 Nature Reivew에 게재하였고, 그림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사용하는 E3 ligase와 목표로 하는 단백질에 따라 다양한 버전의 PROTAC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PROTAC이 접근하는 방법은 기존 의약품과 다르기 때문에 질병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존 small molecules들은 목표로 하는 단백질의 활성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리간드와의 결합부위 (binding site)나 효소의 경우 실제 역할을 하는 촉매부위 (catalytic site)에 결합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단백질들의 구조나 효소활성부위가 잘 알려져 있는 경우 이런 small molecules 설계가 비교적 용이하지만, 구조가 잘 밝혀지지 않은 수 많은 단백질들에 대해서는 그러한 의약품 설계가 힘들어 “undruggable target”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PROTAC의 경우, 목표 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붙여주는, 체내에 원래 존재하는 E3 ligase만 불러주면 되기 때문에 이런 기존 small molecules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런 기대와 함께 설립된 여러 업체들 중에서 Arvinas는 2013년 Yale University가 있는 미국 코네티컷 뉴헤이븐 소재의 업체입니다. 앞서 살펴본 논문들의 저자로 참여한 Yale University의 Craig Crews교수가 창업한 것입니다. Arvinas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는, 전립선암에 관여하는 BET 분해, 난소암에 관여하는 BRD4분해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며, 특허에서는 주로 각 목표단백질을 분해하는 PROTAC의 화학구조 (E3 ubiquitin ligase binding moiety (ULM)와 protein targeting moiety (PTM)의 구조)를 청구항에 담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런 구조가 PROTAC의 약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펩타이드가 아닌 전부 small molecule로 구성된 구조에 대해 특허를 출원한 것입니다. 파이프라인에 있는 개발 중인 신약들은 안드로겐 수용체,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업계 파트너로는 Merck와 Genentech이 있습니다. 2015년 4월 Merck는 Arvinas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였습니다. PROTAC 기술을 이용해서 신약을 개발하고자 하는 목적인데, 연구개발비용과 인허가, 상업마일스톤 비용 포함해서 총 $434M 규모의 계약이 성사된 것입니다. Merck가 위의 규모를 투자하는 대신 이 계약으로 개발된 신약에 대한 권리 일부를 가지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뒤이어 같은 해 10월, Genentech 또한 Arvinas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합니다. 마일스톤에 따라 최대 $300M 이상을 지급받게 되며, 매출에 대한 로열티도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두 계약 건 모두 목표로 하는 질병영역이나 선급금에 대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상 이번 글에서는 새로운 신약플랫폼인 PROTAC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신약개발에서 생명과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1. http://arvinas.com/
2. https://www.biocentury.com/bc-innovations/translation-brief/2017-04-20/arvinas-makes-protacs-easier-pill-swallow
3. Kathleen M. Sakamoto et al. Protacs: Chimeric molecules that target proteins to the Skp1–Cullin–F box complex for ubiquitination and degradation, Proc Natl Acad Sci U S A 15, 8554–8559 (2001)
4. Schneekloth, J. S. Jr. et al. Chemical genetic control ofprotein levels: selective in vivo targeted degradation. J. Am. Chem. Soc. 126, 3748–3754 (2004)
5. Zhang D et al. Targeted degradation of proteins by small molecules: a novel tool for functional proteomics. Comb Chem High Throughput Screen. 7, 689-697 (2004)
6. Ashton C. Lai & Craig M. Crews, Induced protein degradation: an emerging drug discovery paradigm, Nat Rev Drug Discov, 2, 101-114 (2017)
7. https://www.linkedin.com/pulse/protacs-beyond-limitations-traditional-drugs-eran-or
8. https://www.bloomberg.com/research/stocks/private/snapshot.asp?privcapId=243040896
9. http://www.fiercebiotech.com/partnering/merck-wagers-434m-on-arvinas-and-its-protein-disposal-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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