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1일 일요일

잠 잠 잠

작년 여름에 페북에 올렸던 수면에 관한 글. 나는 정말 잠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나는 잠에 정말정말 관심이 많다.
진가의 가족력으로 어렸을 때부터 잠이 많았을 뿐더러, 특히 수년 째 시달리고 있는 '식곤증'이 이런 관심을 극대화 시켰다. 내 주변에서 조금 친분이 있다면 나의 식곤증에 대한 푸념을 귀찮게 들었을 것이라 조금 죄송스럽기도 하다만 ㅋㅋ 내가 재차 강조하는 이유는 식곤증이 '졸리다'라는 느낌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소화 시 위에 혈액이 쏠려 머리가 둔해진다고는 하지만,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지배하는 느낌이다.

나의 증상은 대략 이렇다. 아침, 저녁은 큰 문제가 없지만 유독 점심을 먹고 나면 눈 주변이 뜨거워진다. 머리도 약간 피곤한 느낌인데, 단순히 졸린 기분과는 확연히 다르다. 눈과 전두엽 쪽에 뭔가 '쌓이는' 느낌이다.

이는 잠으로 곧 해결된다. 잠이라기 보다는 수면유사상태로도 씻은 듯이 해결된다. 말그대로 '쌓인' 무언가가 '씻겨진' 느낌이다. 약 1~2분 간의 수면유사상태라도 있으면 거짓말 같이 사라진다. 수면유사상태란 내가 지어낸 말인데, 음.. 의식이 완전 없어진 상태는 아니지만 의식적인 사고 (예컨대, 있었던 일 회상)와는 다른 phase이다. 이 때는 뇌의 다른 부위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회상을 할 때는 눈동자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우측상단을 주로 향하고 있는데, 수면유사상태에서는 중앙 혹은 좌측을 향하고 있다 (나는 불면증에 걸렸을 때 의도적으로 눈동자 방향을 조절하여 잠을 유도할 때 이용하기도한다 ㅎㅎ). 이런 phase를 지나고 나면 머리가 정말 맑아지고 오후 업무에 탄력이 받는다.

쌓인 것이 씻겨진다.

나의 이런 현상에 대한 정확한 답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도움이 되는 영상을 소개 받았다.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조교수 Jeff Iliff의 작년 테드 강의 영상이다.



우리 몸은 노폐물을 보통 림프관을 통해서 처리하는데, 특이하게도 뇌에는 림프관이 없다. 뇌가 우리 몸의 25%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에 따른 노폐물도 상당할 것인데 그 노폐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Jeff 연구그룹은 뇌의 노폐물은 혈관에 버려진다는 것을 알았고, 이것을 매개하는 것이 CSF (cerebrospinal fluid)로 불리는 액체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CSF는 혈관을 따라 분포되어 뇌 세포 사이사이의 노폐물을 혈관으로 버리는 역할을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CSF는 수면상태의 뇌에서만 분비가 된다. 즉, 수면이 뭔가 '쌓인 것'을 '씻어내게'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Jeff는 노폐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또다시 놀랍게도 노폐물 중 하나는 베타아밀로이드였다. 이는 알츠하이머의 주범인 물질이다. 아직 수면부족과 알츠하이머의 상관관계에 대한 결과는 없지만, 이 정도의 사실들이면 충분한 수면을 하는 것이 왜 좋지 않겠는가.

테드를 요약하면 이렇다.
1. 우리 뇌는 CSF라는 액체를 통해서 노폐물을 제거한다.
2. CSF는 수면 시에 분비된다.
3. 대표적인 노폐물은 베타아밀로이드이다.

이런 연구는 정말 해보고 싶다. 전공이 이런 분야였다면, 내가 평소에 너무 궁금한 것들이었다면, 실험이 재미있었을까.

쨌건 남은 부분은 수면이 어떻게 CSF 분비를 유도하는지가 될 것 같다. 그러면 나의 짧은 '수면유사상태'가 왜 효과적인지 설명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노폐물에 대한 연구도 더 있으면 좋겠다. 수면 부족 시 뇌에 노폐물이 주로 어디에 쌓이는지, 이것이 내가 눈주변이 뜨거워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 베타아밀로이드 외에 다른 녀석들도 이런 현상에 가담하는지, 왜 아침/저녁 보다 점심 때 이런 현상이 발발하는지 등등.

수면에 관한 마인드맵도 그렸었는데 ㅋㅋ 

이 분야는 평생 follow up 하면서 궁금증을 간접적으로나마 하나씩 해결해 나가봐야겠다.

2016년 7월 22일 금요일

분자생물학자와 의사 (싹튼 감자가 위험한 이유)

소위 분자생물학 전공자들은 의사분들 말씀에 괜히 심드렁 할 때가 있다.
아래 싹튼 감자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닥하고 의사님 말씀을 잘 듣자."이다)


싹튼 감자는 위험하다고 한다. 의사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싹튼 감자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성분이 있어 위험합니다. 솔라닌은 식물이 만들어내는 알칼로이드 물질로서 몸에 해롭습니다.

분자생물학자들은 만족을 못한다. 그래서 자주 위키피디아를 열어서 메커니즘을 찾아본다.


https://en.wikipedia.org/wiki/Solanine


Mechanism of action

Solanum glycoalkaloids can inhibit cholinesterase, disrupt cell membranes, and cause birth defects. One study suggests that the toxic mechanism of solanine is caused by the chemical's interaction with mitochondrial membranes. Experiments show that solanine exposure opens the potassium channels of mitochondria, decreasing their membrane potential. This, in turn, leads to K+ being transported from the mitochondria into the cytoplasm, and this increased concentration of K+ in the cytoplasm triggers cell damage and apoptosis.

솔라닌은 솔라넘 글라이코알칼로이드로 미토콘드리아 막에 있는 칼륨채널을 연다. 이는 멤브레인 포텐셜을 떨어뜨리고 칼륨이온 (틀림: 칼슘이온임. 아래 참고)이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와서 세포질에 칼륨 (틀림: 칼슘이온임. 아래 참고)이 많아지고 이는 세포손상과 사멸을 유발한다.

(헐 좀 딴 얘기긴 한데 완전 재밌는 거 발견. 내가 2014년에 위키에서 똑같은 것을 찾아서 긁어놨는데 그 때는 K+이 아니라 Ca2+로 되어있었다. 위키의 '누구나 에디터' 기능이 이를 고쳐놨다보다. 근데 아무래도 메커니즘이 좀 의아해서 ref 논문 찾아봤더니 위키가 틀렸다! ㅋㅋ 오히려 옛날 설명이 사실에 가깝다. 논문표현을 빌리자면 "Solanine opens up the PT channels in the membrane by lowering the membrane potential, leading to Ca2+ being transported down its concentration gradient, which in turn leads to the rise of the concentration of Ca2+ in the cell, turning on the mechanism for apoptosis." 위키 틀린 거 처음으로 발견했음에 의의를 두며. 시간나면 위키 edit 시도해봐야겠다!)

Gao, Shi-Yong; Wang, Qiu-Juan; Ji, Yu-Bin (2006). "Effect of solanine on the membrane potential of mitochondria in HepG2 cells and [Ca2+]i in the cells"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12 (21): 3359–67.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제 조금 끄덕인다. '분자적'으로 들어가서 설명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더 들어가서 어떤 기작으로 솔라닌이 채널을 여는지 등등도 궁금하고, 분자생물학의 끝인 구조생물학자들은 이를 나노구조 수준으로 풀지 않으면 여전히 답답함이 남는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단지 "솔라닌이라는 물질이 독성이 있다."라고 말하는 의사들의 말씀에 조금 더 묻고 싶을 때가 많은 것이다. 하. 지. 만. 의사말씀 안듣고 포타슘 채널이 열리지 않는 기작이 필요하다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하면서 아프다고 징징댈껀가? 분자생물학자들이 메커니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좋으나, 가끔 너무 여기에 빠져 정작 본질을 까먹는 경우가 많다. 본질은 안아프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의사 말을 잘 듣는 것이 답이다. 의사들의 임무는 다양한 질병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지 기작을 일일이 알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권위 자체를 존중해야 하는 경우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면 지식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의대생들도 분자생물학이 전공과목에 있다. 학부 때 의대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분자세포생물학이었다. 물론 노세노세예과때노세들과 같이 들어서 수업 분위기는 상당히 산만했지만.. ㅋㅋ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의사는 분자생물학보다는 생리학처럼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보고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 회사에서도 실무자와 경영층의 역할이 분명히 나눠져 있듯 말이다. 물론 이런 것까지 다 연구하고 공부하시는 훌륭한 의사분들도 많으시다!

덧붙이자면 솔라닌을 줄이는 방법은 얘가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넣고 끓이면 된단다. 전자렌지에 돌리는 것은 효과가 있으나 미미하고, 동결건조나 탈수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또 덧붙이자면, 감자가 왜 솔라닌이 생기는가? 감자가 자연상태에서 흙에서 삐져나와 빛에 노출되면 방어기작으로 솔라닌을 합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안잡아먹히려고. 초록색을 띠는 것은 단지 엽록소가 합성되어서다. 엽록소 자체는 독성이 없으나, 이 정도 엽록소가 만들어졌으면 솔라닌도 아마 많이 합성되었을 것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고구마는 싹이 나도 독성이 없다고 한다. '솔라닌'이라는 이름은 가지과 (Solanaceae; 가지, 감자, 토마토, 담배 등이 포함)에서 온 것이고, 가지과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방어물질이기 때문에 메꽃과 (Convolvulaceae; 나팔꽃 등 포함)의 고구마는 솔라닌을 만들지 않는다.

2016년 7월 10일 일요일

2015 네이처 선정 10대 과학자와 만나다!

직장생활하면서 회사에 고마워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한다. 그나마 나는 즐겁게 다니는 편인데도 막상 회사에 고맙냐고 물어보면 갸우뚱이다.

그런데 그 감정을 최근에 느낀 적이 있다. 회사 덕분에 평소에 꼭 만나뵙고 싶던 과학자들을 뵐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몇몇분들은 회사의 명성 덕에 오히려 나에게 리스펙을 표하기도 하였다 (물론 아직 우리 회사가 Fortune 500에 오른다거나 그런 명성있는 업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tech 업계, 특히 합성생물학계에서는 꽤나 알아준다는 사실에 나도 깜놀).

올해 4월 샌디에고에서 열린 BIO World Congress에 참석하게 되었다. 샌디에고 간 김에 유씨버클리, 스탠퍼드, 칼텍, 유씨샌디에고도 한 번 씩 돌았다. 이 중에서 스탠퍼드에는 최근 네이처 선정 10대 과학자에 이름을 올린 Christina Smolke 교수가 계신다.






출처 (상): 네이처 http://www.nature.com/news/365-days-nature-s-10-1.19018
출처 (하): 한국경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122064511


회사 R&D 분야랑 관계도 있는지라 꼭 한 번 뵙고 싶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연락한다고 만나 주실까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마침 반가운 얘기를 들었다. 최근에 나름 친분이 생긴 경상대 김선원 교수님께서 버클리 포닥 시절 Smolke 교수와 같은 랩에 있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합성생물학계의 대부 유씨버클리의 Jay Keasling 랩이다. 김선원 교수님도 국내 최고의 합성생물학 전문가이시다.) 바로 김교수님께 연락드렸더니 만남을 주선해주셨고 마침 약속을 잡게되었다.

잠깐. Smolke 교수님은 어떤 업적으로 네이처 10대 과학자에 선정되었을까? 작년 8월, 네이처가 아닌 사이언스에 Smolke 교수팀의 논문이 실렸다.




"아편을 생산하는 효모"라고 많이 알려졌다. 여기서 아편은 몰핀 등 의약용으로 사용되는 물질을 말하는 것이고, 수용액으로 만들기 쉽게 용해도가 높아진 몰핀 (hydromorphone) 등도 포함한다. 합성생물학계에서 적지 않은 팀들이 도전했던 과제였고, Smolke팀도 2014년에 동일 연구로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논문을 내기도 했다. 그럼 이번 연구결과의 차별점은? 기존에는 효모의 밥인 당 (sugar or glucose)으로부터 최종 몰핀까지 한 번에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몰핀의 전구체 (thebaine)까지만 만들어내거나, 혹은 thebaine부터 최종물질을 만들어내는 부분부분의 결과는 있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시킨 사례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논문 제목에 'complete'이 들어간다). 무려 효모에 23개의 외래유전자를 집어 넣은 것. 이 유전자들은 동식물로부터 온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식물유래 효소 하나는 효모에서 말을 듣지 않아 마구 지지고 볶아 작동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성공은 다른 팀들은 이루어내지 못한 성과였고, 결국 논문은 사이언스에, 명성은 네이처로부터도 받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이몸이 찾아가서 만나뵙고 왔다는 것..!
요즘 매우 바쁘셔서 스케쥴을 30분 단위로 쓰신다. 나도 겨우 30분 따내서 미팅을 했다. 만난 시간이 오전이었는데도 나와 미팅을 하기 전에 다른 회의에 매우 분주하셨다. 나는 좀 일찍가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의 바이오엔지니어링 파트가 있는 Shriram Center 


Smolke 교수님 랩 (중국여학생이 열실험 중)


괜히 대가를 만나려면 쫄린다. 그래서 전날 샌프란시스코 호텔에서 혼자 열심히 논문을 읽어뒀다 ㅋㅋ 덕분에 나름 자신감이 어느 정도 충족된 상황에서 기분 좋게 만났다.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편하게 임했다. 작년 논문 이야기와 최근 설립한 Antheia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합성생물학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와 향후 네트워크 가능성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그래도 만나기 전에는 이메일 답이 단답형으로 왔다면 이제는 꽤나 정성을 들여서 써주신다 ㅋㅋ

Shall we take a selfie together? Of course! (:D)

암튼 식물학계가 아닌 이런 생물공학계에서 그냥 '나'였으면 만나기 매우 힘들었을 이런 분들을 '회사'의 이름을 빌려 만날 수 있게 되니, 애사심이 조금은 생기는 것이 사실. 회사를 위해 몸을 바치겠다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서 나에게도 자양분이 되게 해야겠다.

2016년 7월 1일 금요일

ICAR2016 Korea (국제애기장대학회) 4일차

ICAR 2016에 참여했다.


ICAR는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rabidopsis Research의 약자로 국제애기장대 학회이다. 애기장대 (arabidopsis)는 식물분자생물학계에서는 모델로 쓰이는 생명체다. 미생물에 대장균, 동물에 초파리나 마우스가 있다면 식물에는 애기장대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기장대 학회라고 함은 그냥 식물분자생물학회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세계적으로 식물 좀 한다는 분들은 다 오시니까.

ICAR는 학위과정 중 2011년에 Wisconsin-Madison에서 열었을 때 한 번 가봤고, 이번이 두 번째 참여다. 이번에는 POSTECH 황인환 교수님이 맡으셔서 경주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CJ제일제당이 처음으로 식물학회에 후원한 건이기도 하고 ㅋㅋ

포닥 나가계신 선배들이 겸사겸사 한국으로 들어오셔서 마치 홈커밍데이를 하는 기분이라 매우 좋다. 또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교수님들, 교수가 된 친구들,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사이언스'를 논의하니 정말 고향에 온 기분이다.



우리 교수님께서 한국대표로 keynote speech를 하셨다. 많이 놀랐다. 몇 년만에 보는 것이긴 하지만 -외람되게 말하자면- 정말 '대가'가 되어 계셨다. ABC transporters 분야에서 교수님 지도로 우리들이 연구한 업적이 많이 쌓이니 정말 한 획을 그으실 수 있는 위치에 오르셨다. 또한 최근에 시작한 미세조류 스터디로 조류와 육상식물 간의 진화론적 관점으로 ABC를 다룰 수 있게 됐다는 점 또한 멋있었다 (예를 들면 육상식물에는 왁스 트랜스포터가 많은데, 이는 해조류가 건조한 육상으로 올라오면서 수분방지를 위한 큐티클 형성에 중요했을 것이라는 멘트를 하셨다!).

세션 이야기를 해보자면, 조금 기대했던 plant-microbe interaction 세션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내용은 물론 좋았지만, 나는 요즘 뜨는 microbiome을 어느 정도 다뤄 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거의 병해충과 식물 면역체계에 관한 이야기여서 so, so.. 그래도 lysine 유래 pipecolic acid (PA)가 SAR 식물방어시스템에 중요하다는 것 하나는 건졌다!

재미있는 분야는 peptide-hormone 세션에서 찾았다. 펩타이드 세션이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마련될 만큼 요즘 핫한 것 같다. 펩타이드들이 LRR 리셉터와 붙어서 시그널링을 통해 이런저런 것을 조절하는 것들이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호르몬"으로까지 불리려는 것 같다. 산업적 적용 여지도 보이고 (외부에서 펩타이드 처리해도 먹더라!), 또한 sRNA도 그렇고 센트럴도그마가 점점 다양하게 진화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마구 드는 세션이었다.

이제 곧 김진수 교수님의 CRISPR 유전자가위 발표가 있다. 식물뿐만 아니라 전 과학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이다. 어디어디서 선정한 10대 유망기술, 미래기술 등등에 빠지는 곳이 없다. 툴젠이랑은 몇 번 미팅을 해봤지만, 김진수 교수님을 실제로 뵙는 건 (아마 학교에서 지나친 것 말고는) 처음이다. 기대된다.

남은 일정 잘 마무리하고, 내일 plant biotech 세션도 잘 들어봐야겠다.

2016년 6월 25일 토요일

Modular Body? 닭고기 조각이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 그리고 오가노이드

닭고기 생명체는 아직까진 가짜다!

예전에 과외했던 학생이 오늘 아침 페북 영상을 하나 공유해줬다.



음.. 고맙다, 준만 ㅋㅋ

페북 댓글들을 보니 원리에 대한 논쟁이 많던데, 결론부터 말하면 저 영상은 sci-fi, 즉 가짜다. 그러니 속지마시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루겠다.)



(그러니 영상에 나오는 이분도 소설 속의 주인공일뿐이다. 
생물학자라길래 구글에서 열심히 뒤져봤다는..)


그래도 뭔가 호기심이 생겨 이 영상의 출처에 대해 찾아보았다. The Modular Body.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아래와 같은 수 많은 영상 조각이 뜬다 (모바일용은 이 기능이 지원이 되지 않는듯).



그리고 왼쪽에 'about'을 클릭해보면 나오는 첫 문장은 "The Modular Body is an online science fiction story about the creation of OSCAR, a living organism built from human cells."이다. 즉 OSCAR라는 인공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다룬 공상과학소설이라는 것이다. 머리, 몸통, 팔다리를 레고조각처럼 '모듈화'시켜서 여기저기 갖다 붙여 만드는 생명체.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람은 네덜란드의 필름메이커이자 비쥬얼아티스인 Floris Kaayk이다. 아티스트가 만든 스토리이니 탄탄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진 않았겠다. 그래도 최근 줄기세포와 재생의학, 오가노이드 등에 대한 과학기사들에 착안하여 OSCAR 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하니 나름 시사하는 바는 많을 것 같다.

위에 홈페이지 사진처럼 다양한 영상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영상을 보여주는 나름의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즉 아무 영상이나 찍어서 보면, 이야기의 논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다음 영상을 제안해준다고 한다. 나중에 시간나면 한번 봐야지..


현재 과학기술로는 어디까지 만들 수 있나?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할 것 같다. 사실 요즘 3D 프린팅으로 연골조직을 만든다거나 인공성대까지 만들어 내기도 한다.

위스컨신 대학의 Nathan V Welham 박사가 만든 인공성대에 관한 연구 결과는 작년 말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됐으며 Science에서 뉴스로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기사에 동영상도 있으니 한번 보시길.. 좀 징그럽지만.

(작년 논문에 발표된 인공성대)


3D 프린팅으로 연골조직 만드는 스위스 연구진의 2014년 설명 동영상도 있다.



위의 동영상에서 설명되었지만 3D 프린팅 기술로 생체조직을 만드는 것의 원리는 이렇다. 프린터에 여러 색깔의 잉크를 넣는 대신 여러 세포로 구성된 바이오잉크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3D 맵을 입력해주면 프린트는 3차원의 위치 (xyz 축이 있겠죠?)에 각각 적합한 세포타입을 넣어주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시라.


(바이오잉크에는 세포뿐만 아니라 펩타이드, plasmid DNA (!), growth factors도 들어있다고 한다. 재밌을세..)

아무튼 이렇게 인공기관이나 조직을 만들 때에는 줄기세포가 두루두루 쓰인다. 만들려고 하는 조직에 적합한 세포로 분화를 시키려면 줄기세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건도 있었고, 일본에서는 교토대에서 몇 년전에 노벨상도 타고 또 오보가타 사건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줄기세포. 아무튼 요즘에는 교토대 교수에게 노밸상을 준 iPS세포 (역분화줄기세포)가 회자가 많이 된다.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인데, 이건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우리 몸의 세포를 아무거나 뜯어서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큰 이슈가 되었다. 성체세포도 유전자 몇개를 잘 건드리면 줄기세포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즉 팔에 있는 세포를 뜯어서 심장을 만들 수도 있다는..! 아무튼 이런 iPS세포의 발견으로 이런 인공기관이나 조직을 만들어내는 연구가 더욱 불이 붙었다. 거기다 3D 프린팅 기술까지 나오니, 융합의 시대에는 기술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아무튼 이런 기술들로 인해 '오가노이드 (organoid)'라는 용어가 요즘 유행이다. 이를 다룬 브릭리포트에서 문구를 빌려오면 아래와 같이 오가노이드를 설명하고 있다.

"조직에서나 혹은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된 세포를 이용하여 이를 3D 형태로 배양을 하여 마치 인공장기와 같은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오가노이드 (organoid)라고 한다. 오가노이드는 장기의 ‘organ’과 -와 같은 이라는 의미를 가진 접미어로 ‘장기와 유사한 것’이라는 말을 지니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3차원 배양 방법을 통하여 세포와 세포의 기능이 좀더 잘 배열되고, 기능성을 가지는 기관 같은 형태와 기능을 지닌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위와 같이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지만, 공통된 목소리는 이제 겨우 시작단계라는 것이다. Long story short, 닭고기 생명체는 아직 멀었다. 생체로 구성된 조각을 뭐 움직이게는 할 수 있겠으나.. 정말 생명체처럼 자극에 반응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뇌와 신경에 대한 이해도 더욱 필요하겠고, 또한 모듈과 모듈을 수 많은 신경과 혈관으로 잘 이어주는 기술이 필요할텐데.. 언젠가는 가능하겠으나 아직은 먼 이야기 같다는 것이 내 결론.

곤충을 삼등분하면? 아직까지는 (죽)(는)(다)가 맞겠다 ㅎㅎ


[참고]
1. https://www.nextnature.net/projects/the-modular-body/
2. http://thecreatorsproject.vice.com/blog/sci-fi-vlog-tells-the-anatomically-strange-story-of-the-modular-body
3. http://www.sciencedump.com/content/modular-bodys-oscar-science-fiction-almost-come-life



2016년 6월 20일 월요일

GMO에 대한 나의 생각

여기서 다룰 GMO의 스콥은 식품에 초점을 둘 것이므로 대부분 GM식물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LMO처럼 살아있는 (living) 상태를 강조하는 용어도 있지만 (GMO는 가공처리 후 죽은 상태까지 포함) 여기서는 구분 없이 GMO로 통일한다.

GMO가 뭐길래?

유전자변형생물체이다. 그럼 유전자변형은 뭐냐?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것처럼 DNA가 있으면 그것으로부터 세포하나하나가 만들어지고 세포가 모여서 동물이나 식물 같은 개체가 된다. DNA가 달라지면 세포의 특성도 달라지고 그럼 개체도 달라진다. ‘DNA=유전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 GMODNA에 변형이 생긴 생물체이다.


유전자나 DNA의 변형이 위험해?

요 부분이 핵심인데, 답부터 말하면 모르겠다’.


안전하다는 입장부터 보자.

이 입장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것이 전통육종이다. 우리 조상들이 농사지으면서 우수한 놈을 선발하기 위해 교배를 시켜온 과정을 전통육종이라 한다 (원래 그냥 육종 (breeding)이라고 하는데 분자생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런 기술과 구분하기 위해 전통이라는 꼬리표가 붙음). 우리가 지금 먹는 쌀이나 사과나 토마토 등등 인간이 아주 먹기 편하게 자라준 것들은 다 육종의 산물이라고 보면된다. 원시인들이 발견했을 이들 야생종은 정말 보잘 것 없었다. 전통육종의 메커니즘은 뭘까? 유전자변형이다. 이 역시 유전자변형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요즘 GMO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일부 차이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전통육종으로 교배해온 작물을 먹는 것은 안전한데 GMO를 먹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친GMO 쪽의 가장 강력한 이론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무기는 자연변이이다. 자연적으로도 유전자의 변이가 일어나는데 GMO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자연적 변이로 생명체는 조금씩 변해가기 때문에 진화의 큰 기동력이 된다. 가장 흔한 변이원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을 많이 쬐면 DNA의 변형이 일어나며, 실제로 여러 실험실에서 자외선을 이용하여 변이를 인위적으로 일으키기도 한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원전이 터졌을 때 일어나는 돌연변이도 변이원은 다르지만 자연변이 범주에 속하겠다 (다만 이때는 변이를 일으키는 양이 방대하여 현재 환경이 수용하지 못하는 생명체가 나타날 수 있는 우려가 큰 것이다. 보통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이는 긴 시간을 두고 일어나므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주 서서히 도태되는 양상이다). 이 이론은 조금 더 일반인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부분이지만 업자들 사이에서는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변이를 일으키는 기작과 유사한 방법으로 만든 유전자변형생물체는 보통 GMO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GMO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외선이나 플라즈마, NTG, EMS 등을 이용하여 변이체를 만들어낸다. 다만 요런 변이원들은 DNA에 변형을 직접 가하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암세포를 만들어내는 기작과 유사하여 발암물질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실 이런 변이원을 이용하여 만든 변이체들은 게놈 내에 어느 부분이 변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잠재적인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규제와 따로가는 위험성..
어쨌든 이런 이유들을 주장하며 국내외 유명한 생물학자들은 GMO가 안전하다는 주장을 한다. 이런 팩트들을 일반인들이 이해를 못하고 막연한 두려움만 가지고 있다고 답답해한다.
그럼 내 생각은? 지금부터 조심스레..

 

안전성··· 겸손하게, 하지만 냉철하게 살펴보자.

위 사실들이 대부분 팩트인 것은 인정. 하지만 나는 분자단으로 내려가서 GM식물을 만드는 기작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GMO를 만드는 방법, 즉 원하는 형질을 얻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하는 방법은 1) 자기유전자 강화, 2) 자기유전자 억제, 3) 외래유전자 도입,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보통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GM식물들은 1) 혹은 3)의 경우가 많다. 자기유전자인지 외래유전자인지에 대한 이슈도 GMO규제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접어둔다. 실험단에서 보면 둘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식물에 이런 유전자를 도입 (형질전환)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것이 Agrobacterium tumefaciens라는 미생물이다. 이름을 보면 종양 (tumor)가 떠오르는 이 균은 실제로 식물에 근두암종이라는 종양을 일으킨다. 종양을 일으킬 때 이 녀석이 보여주는 엄청난 기작이 식물학계를 뒤집어 놓은 툴이 된다. 바로 식물에게 DNA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T-DNA라는 DNA 전이 (Transfer: T-DNA T) 부위를 지니고 있어 이 부위에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으면 알아서 식물에 집어 넣어준다. 원하는 DNA를 만들어서 이걸로 Agrobacterium tumefaciens를 형질전환시키고, 이 형질전환된 Agrobacterium tumefaciens를 이용해 다시 식물을 형질전환 시키는 것이다. 흔히 binary vector 시스템을 쓰는데 복잡하니 이건 생각하지 말고, 이 벡터 내에 존재하는 LB (left border), RB (right border) 사이에 유전자를 삽입한다는 것만 알아두자. 최종적으로 식물 게놈 안에 원하는 유전자가 박힐 때 유전자뿐만 아니라 LB, RB 염기서열까지 같이 박힌다는 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흔히들 벡터시퀀스 혹은 scar가 남는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 방법으로 원하는 유전자가 식물 게놈 안에 박히는 양상이 랜덤이라는 점이다. 즉 어떤 특정 부위에 특이성 (specificity)을 지니고 박히는 것이 아니라, 게놈 내에 아무 곳에나 박힌다는 것이다. 어떤 유전자 내에 박힐 수도 있고, 프로모터나 UTR 같은 조절부위에 박힐 수도 있으며, 아직 인간이 알지 못하는 부위에 박힐 수도 있다. 또한 같은 유전자가 게놈 내에 여러 군데 박힐 수도 있고 한 군데에만 박힐 수도 있다. 멀티카피, 싱글카피가 그럴 때 쓰는 말이다. LB, RB 같은 지표를 활용해서 게놈 내 어느 부분에 박혔는지 찾을 수 있고 요즘에는 게놈 염기서열 전체를 시퀀싱할 수 있으니 그렇게 찾는 방법도 있겠으나, 랜덤으로 박혀버린 유전자와 LB, RB가 식물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예컨대 새로운 cis element로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단백질을 발현시켜 버릴 수도 있다. 주변 DNAmethylation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처음 보는 small RNA를 발현시켜 버릴 수도 있다. , GM을 통해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전통육종도 유전자변형이라며?

그렇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통육종도 유전자변형을 통해 원하는 특징 (형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교배다. 우수한 놈들끼리 교배시켜서 더 우수한 자손을 얻는 것이다. 동물이나 심지어 인간도 우수한 자손을 만들기 위해 이런 일을 일삼는 경우도 있지 않는가. 쨌건 교배를 통해 원하는 유전형질을 얻어가는 기작은 염색체의 크로스오버에 기반을 둔다. 즉 엄마 아빠로부터 각각 받은 염색체가 나란히 있으면 이를 상동염색체라고 하고, 감수분열 시 상동염색체끼리는 유사한 염기서열이 있을 때 서로 팔을 섞어 교환하기도 한다. 이런 크로스오버가 염색체의 조합과 더불어 유전적 다양성을 일으키는 근원이다. 그런데 크로스오버로 교환되는 염색체 영역에는 하나의 유전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유전자를 포함한다. .. 사람의 염색체가 23개이고 유전자는 약 3만개 정도 되므로 염색체 하나에는 유전자가 평균 1,000개 정도 있는 것이니, 염색체 팔이 조금 섞이더라도 그 팔에는 얼마나 많은 유전자가 들어있겠는가. 그래서 전통육종에서는 우수형질을 부여하는 것을 유전자라고 하지 못하고 유전부위 (locus)라고 퉁쳐서 말한다. 염색체의 어느 특정 부위, 어느 유전자가 우수형질에 기여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형질을 양적형질 (quantitative trait)이라고 하고 이런 양적형질을 부여하는 유전부위를 지칭하는 것이 그 유명한 QTL (Quantitative Trait Locus)이다.
어쨌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크로스오버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육종이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는 GM식물과 비교해 안전한가?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GM식물 만들 때 남는 scar가 남지 않고, 또한 외부유전자가 게놈 상에 아무데나 박히지 않으며, 또한 크로스오버는 염기열 유사성을 기반으로 일어나므로 (homologous recombination) 유전자의 프레임시프트 같은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적다는 점 등에서자연스러워보인다. 또한 사람의 생식세포에서도 크로스오버가 수시로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일어나는 유전질병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 사람이 GM식물을 먹으면 안전해?

위에서 “GM을 통해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건 식물입장에서 한 얘기다. , 내 몸에 GM기술을 통해 우수 유전자를 도입하면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되겠으나, 나를 잡아먹는 거인에게도 안전한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즉,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GM식물을 먹으면 안전한가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러니 잊어라.
다시, GM식물을 먹으면 안전한가? 대학교 때 친구가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왜 위험한 것 같냐고 반문했더니 DNA가 사람 몸에 들어오면 위험한 것이 아니냐고. 우리가 먹는 쌀, 사과, 고기 등등에 모두 DNA가 들어있다고 그거랑 다를 것이 뭐냐고 했더니 끄덕. 대중들이 걱정하는 것이 이런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오해는 일단 불식시키고 가는 것도 맞다.
하지만 조금 안다는 업자들이 질문하는 것은 GM식물을 만들 때 유전자를 도입하기 위해 벡터를 통해 Agrobacterium tumefaciens를 형질전환 시키고 또 이놈으로 식물을 형질전환 시키는데, 그 벡터 시퀀스가 남아있는 식물을 먹으면 사람 몸도 형질전환 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 즉 그 유전자가 사람 게놈에도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벡터의 전이능력을 우려하는 것이다. 일단 대부분의 유전자는 사람의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분해된다. 그러므로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형질전환 과정에서 유전자를 전이시키는 능력을 지닌 부위 (vir 유전자 부위)는 식물로 옮겨지지 않는다 (T-DNA만 전이). 그러므로 벡터의 전이능력도 무력화된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일부 동물 실험에서 섭취한 유전자가 동물의 체세포에 전이가 된 것 같다는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이는 벡터 뭐시기가 아니라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수평전이 (HGT, Horizontal Gene Transfer)에 의해서 발생한 경우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생식세포까지 변형된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HGT도 얘기할 것이 많으나 여기서는 생략.


다 필요 없고, GMO는 독 있는 거 아냐?

GM식물이 독성을 띨 수 있는가? 이건 과학의 문제라기 보다는 규제의 문제로 풀어야 할 것 같다. 일단 내 경험을 말하면 학위과정 때는 GM식물 만드는 일을 매일매일 한다. 특별한 게 아니라 분자생물학계에서는 연구의 툴이자 스터디의 방법이다. 어떤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특허를 쓰거나 아무튼 랩 밖으로 나갈 일이 있으면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알레르기 위험성 예측이다. 각국의 국가기관 사이트에 가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서열이 DB화 되어 있어서, 내가 도입하고자 하는 유전자 염기서열과 비교하여 상동성이 낮아야지만 규제를 통과할 수 있다. 이런 안전성 법규와 제도를 수립하는데 정말이지 깊은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똑똑이들이 이런 쪽으로 많이 가야 한다.
그리고 외래유전자를 도입하는 경우 안전성 이슈도 있다. 예를 들면 해충 저항성을 부여하기 위해 유명한 Bt gene을 옥수수 등에 도입한다. Bt geneBacillus thuringiensis라는 미생물의 유전자로, 크리스탈 단백질 (crystal proteins 혹은 Cry proteins)을 발현시킨다. 해충이 이 GM식물을 먹으면 크리스탈 단백질도 섭취하게 되는 것이고, 이 단백질이 해충 장 속에서 장을 마비시키고 장막에 구멍을 내서 소화기능이 망가져 벌레는 굶어 죽는다. 그럼 이런 크리스탈 단백질과 같은 외래유전자로부터 발현된 단백질은 사람한테 안전한가? 케바케다. 그러므로 안전성 테스트가 정말정말 중요하겠다. 이건 또다시 법규와 제도를 잘 만들고 잘 지켜주기를 바랄 수 밖에.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GM을 통해 scar나 프레임시프트 등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도, 그러면 그 식물은 이미 비정상적인 성장을 할 것이므로 상업적으로 우수한 종으로 선발될 확률은 매우 미미할 것이고, 더군다나 안전성 테스트가 이를 걸러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식탁에 올라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무튼 규제가 바로 서고 잘 지켜진다면, 독성 부분은 안전성 여부가 비교적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유통되는 GM식물은 뭐가 있어?

소비자에게 다가오는 제품이나 브랜드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많은 브랜드가 쓰고 있다. 농부들이 재배하는 종자는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GM종자 회사는 Monsanto, DuPont, Syngenta이다 (신젠타는 최근 차이나켐에 합병됐다). 1위 업체 몬산토의 대표적인 GM식물은 Roundup Ready라는 대두 (soybean). GM계의 전설의 레전드다. 몬산토는 일단 Roundup이라는 제초제를 만들었다. 요 제초제는 glyphosate라는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Glyphosate는 아로마틱 아미노산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효소인 EPSPS를 방해하여 식물을 죽인다 (EPSPS는 사람에는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최근에 glyphosate WHO에 의해 발암물질로 규명되어 몬산토는 아니라는 실험결과로 받아치는 등 진흙탕 싸움 중이다). 어쨌건 이렇게 무작위로 식물을 죽이는 제초제인 Roundup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도록 만든 GM식물이 바로 Roundup Ready이다. 대두는 식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니 GM이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있는지는..
이외에도 위에서 말한 Cry 단백질을 넣은 옥수수도 유명하고, 맛을 증대시킨 GM작물도 많다. 대학원 때 듀폰, 신젠타, Bayer 같은 업체가 한국에 있는 대학 순회하면서 우리 랩에도 와서 유전자 특허를 브리핑 한 적도 있다. 끊임없이 우수 유전자를 찾아 다니며, 실제로 우리 랩에서 특허 하나는 꽤나 괜찮은 금액으로 라이선스 된 적도 있다.
미국에는 GM규제가 비교적 유하다. 유럽은 빡세다. 유럽 중에서도 스페인처럼 경제가 약한 나라에서는 비교적 유하다. 중국은 의외로 빡세다. 하지만 중국에 그 어느 곳보다 GMO가 많을 것이라는 데에는 보통 이견이 없다.


CRISPRnon-GMO 클레임...?

작년 Nature Biotechnology에 서울대 논문이 하나 실렸다. 생명과 최성화 교수님과 요즘 유전자가위 CRISPR로 잘 나가시는 화학과 김진수 교수님의 공동논문이었다. 최성화 교수님은 애기장대를 연구하시는 식물학자이시다. 논문 제목에는 non-GMO와 유사한 용어가 들어간 것으로 기억한다. 유전자를 변형하지만 GMO가 아니다? 전통육종도 아닌데? 실험방법부터 살펴보자. 일단 식물세포를 분리하여 원형질체로 만든다. 여기에 CRISPR-Cas9을 유전자가 아닌 단백질 형태로 세포로 집어 넣는다. 트랜스펙션으로. 그러면 단백질이 세포 내로 들어가 유전자가위가 타깃 부위를 싹둑. 그러면 그 부위의 유전자는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유전자변형은 성공. 그리고 수 일 내로 CRISPR-Cas9 유전자가위 단백질은 분해된다. 원래 세포 내에서 모든 단백질은 수시로 분해된다. 하지만 DNA가 있으며 그 단백질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CRISPR-Cas9은 유전자로 넣어준 것이 아니니 단백질로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핵심은 이것이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원래 식물이 가지고 있던 유전자 중 하나만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Scar도 남지 않으며, CRISPR라는 타깃정확도가 높은 툴을 썼으므로 랜덤으로 아무 유전자에나 유전자가위가 작동하지는 않는다 (는 점이 무조건 담보되어야 하고, 논문에서는 실험으로 어느 정도 이를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유로 non-GMO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변형 식물은 non-GMO로 규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듀폰은 이미 CRISPR종자를 개발 중이다.
덧붙이자면, 저렇게 변형을 가한 세포를 다시 식물로 만든다. 아시다시피 식물은 꺾꽂이나 휘묻이가 가능한, 즉 꽃가루 같은 생식세포를 거치지 않고도 번식이 가능한 (이를 영양번식이라 한다) 대단한 생명체다. 모든 세포가 사람의 줄기세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고 (탈분화 후 재분화가 가능하다는..) 이를 전형성능 (totipotency)이라고 한다. 결국 CRISPR-Cas9로 세포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그 세포를 다시 캘러스를 거쳐 식물체로 만들어내면 유전자가 교정된 식물체가 완성되는 것이다!


환경에도 안좋은 영향 끼칠 수 있다며?

그렇다. GM식물의 꽃가루가 날아가서 자연의 야생종과 교배가 되어 환경에 퍼뜨려질 수도 있다. 좋은 유전자든 나쁜 유전자든 생태계에 변화를 가한다는 자체는 올바른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GM식물을 키우는 것은 굉장히 제한되어 있고 정부의 허가가 떨어진 곳에서만 가능하다 (GM미생물도 마찬가지). 이것도 규제가 매우 엄격히 세워지고 지켜져야 하겠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대학원 때 산림과학원과 함께 GM포플러를 야생포장에서 테스트한 적이 있다. 중금속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 환경정화용 포플러였다. 이때도 야생에서 키우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했는데, 우리는 '봉화'라는 꽃가루를 만들지 못하는 자연변이 포플러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했다. 즉, 대조군은 '봉화'를 사용하고, 실험군은 이 '봉화'에 중금속 흡수 유전자를 도입한 GM포플러를 이용한 것이었다. What an idea!


아무튼 결론은 GMO가 무조건 위험하지는 않다. 다만 과학자 여러분들이 대중들 앞에서 그렇게 자만할 것도 없다. 전문가라면 전문가답게 분자적, 심지어 원자적 수준까지 아주 세밀하게 보자. 동시에 후성유전학 같은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시야도 갖추자. 그렇게 자신하는 분자생물학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은 겸허히 받아들이자. 겸손하지만 냉철하게.


(틀린 사실은 규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