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0일 일요일

2015 네이처 선정 10대 과학자와 만나다!

직장생활하면서 회사에 고마워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한다. 그나마 나는 즐겁게 다니는 편인데도 막상 회사에 고맙냐고 물어보면 갸우뚱이다.

그런데 그 감정을 최근에 느낀 적이 있다. 회사 덕분에 평소에 꼭 만나뵙고 싶던 과학자들을 뵐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몇몇분들은 회사의 명성 덕에 오히려 나에게 리스펙을 표하기도 하였다 (물론 아직 우리 회사가 Fortune 500에 오른다거나 그런 명성있는 업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tech 업계, 특히 합성생물학계에서는 꽤나 알아준다는 사실에 나도 깜놀).

올해 4월 샌디에고에서 열린 BIO World Congress에 참석하게 되었다. 샌디에고 간 김에 유씨버클리, 스탠퍼드, 칼텍, 유씨샌디에고도 한 번 씩 돌았다. 이 중에서 스탠퍼드에는 최근 네이처 선정 10대 과학자에 이름을 올린 Christina Smolke 교수가 계신다.






출처 (상): 네이처 http://www.nature.com/news/365-days-nature-s-10-1.19018
출처 (하): 한국경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122064511


회사 R&D 분야랑 관계도 있는지라 꼭 한 번 뵙고 싶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연락한다고 만나 주실까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마침 반가운 얘기를 들었다. 최근에 나름 친분이 생긴 경상대 김선원 교수님께서 버클리 포닥 시절 Smolke 교수와 같은 랩에 있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합성생물학계의 대부 유씨버클리의 Jay Keasling 랩이다. 김선원 교수님도 국내 최고의 합성생물학 전문가이시다.) 바로 김교수님께 연락드렸더니 만남을 주선해주셨고 마침 약속을 잡게되었다.

잠깐. Smolke 교수님은 어떤 업적으로 네이처 10대 과학자에 선정되었을까? 작년 8월, 네이처가 아닌 사이언스에 Smolke 교수팀의 논문이 실렸다.




"아편을 생산하는 효모"라고 많이 알려졌다. 여기서 아편은 몰핀 등 의약용으로 사용되는 물질을 말하는 것이고, 수용액으로 만들기 쉽게 용해도가 높아진 몰핀 (hydromorphone) 등도 포함한다. 합성생물학계에서 적지 않은 팀들이 도전했던 과제였고, Smolke팀도 2014년에 동일 연구로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논문을 내기도 했다. 그럼 이번 연구결과의 차별점은? 기존에는 효모의 밥인 당 (sugar or glucose)으로부터 최종 몰핀까지 한 번에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몰핀의 전구체 (thebaine)까지만 만들어내거나, 혹은 thebaine부터 최종물질을 만들어내는 부분부분의 결과는 있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시킨 사례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논문 제목에 'complete'이 들어간다). 무려 효모에 23개의 외래유전자를 집어 넣은 것. 이 유전자들은 동식물로부터 온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식물유래 효소 하나는 효모에서 말을 듣지 않아 마구 지지고 볶아 작동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성공은 다른 팀들은 이루어내지 못한 성과였고, 결국 논문은 사이언스에, 명성은 네이처로부터도 받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이몸이 찾아가서 만나뵙고 왔다는 것..!
요즘 매우 바쁘셔서 스케쥴을 30분 단위로 쓰신다. 나도 겨우 30분 따내서 미팅을 했다. 만난 시간이 오전이었는데도 나와 미팅을 하기 전에 다른 회의에 매우 분주하셨다. 나는 좀 일찍가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의 바이오엔지니어링 파트가 있는 Shriram Center 


Smolke 교수님 랩 (중국여학생이 열실험 중)


괜히 대가를 만나려면 쫄린다. 그래서 전날 샌프란시스코 호텔에서 혼자 열심히 논문을 읽어뒀다 ㅋㅋ 덕분에 나름 자신감이 어느 정도 충족된 상황에서 기분 좋게 만났다.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편하게 임했다. 작년 논문 이야기와 최근 설립한 Antheia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합성생물학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와 향후 네트워크 가능성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그래도 만나기 전에는 이메일 답이 단답형으로 왔다면 이제는 꽤나 정성을 들여서 써주신다 ㅋㅋ

Shall we take a selfie together? Of course! (:D)

암튼 식물학계가 아닌 이런 생물공학계에서 그냥 '나'였으면 만나기 매우 힘들었을 이런 분들을 '회사'의 이름을 빌려 만날 수 있게 되니, 애사심이 조금은 생기는 것이 사실. 회사를 위해 몸을 바치겠다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서 나에게도 자양분이 되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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