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판도가 바뀌고 있다. 사업모델도 너무 다양해지고 그래서 기존 시각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아주 많이 생기고 있다.
아래 기사는 최근 발표한 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왑Charles Schwab에 대한 이야기다. 주식거래수수료 등 모든 수수료를 폐지하겠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표. 왜?
몇 년 전 미국에 나왔을 때 로빈후드Robinhood라는 앱 광고를 보고 뭐 이런게 다 있지 했던 기억이 난다. 주식거래 앱인데 수수료가 없다는 거다. 도대체 이 회사의 사업모델은 뭐야? 지인찬스를 통해 고객계좌 잔금 이자수익, 프리미엄계정 가입 수익(소위 freemium이라 불리는) 등임을 알게 됐다. 좀 더 찾아보다 "payment for order flow"라는 모델도 알게 됐는데, 고객이 신청한 거래를 제3자(Citadel Securities나 Virtu Financial과 같은 온라인거래사)에게 위임하고, 이 라우팅의 대가로 로빈후드는 돈을 받는다. 한 마디로 브로커 역할이다. 이런 모델들로 로빈후드는 수수료 안받고 매출을 낸다.
대형 증권사는 이런 의적들에게 고객을 뺐기고 있다. 임꺽정, 장길산까지 나올 기세. 그러니 슈왑도 이런 다소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수익이 낮은 수익모델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판이 이미 짜여졌다. 고객은 만쉐이. 증권사의 직원들은 비용절감 나아가 구조조정 압박에 한 동안 시달릴 생각하니 불쌍하지만.
이런게 가능한 이유? 세 가지가 떠오른다. 테크의 발전. 플랫폼 전성시대. 무엇보다 미국의 남아도는 캐쉬. 뭐, 곧 불황이 온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쩐이 많으면 아이디어 기반 테크 스타트업에 많은 플로우가 생기고, 걔 중 살아남는 녀석들의 여파는 어마어마 하다. 그래서 수수료로 돈도 못 버는 로빈후드의 기업가치는 자그마치 $8 billion, 지금 환율로 거의 10조원에 육박한다. 물론 최근 소프트뱅크SoftBank-위워크WeWork 여파로 기업가치나 시가총액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많지만, 설령 로빈후드가 망한다고 해도 이미 공짜를 맛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슈왑이 쉽사리 다시 수수료를 매기지는 못할 거다. 말인즉 테크가 곳곳에 스물스물 스며든 플랫폼 사업이 당분간 세상을 변혁시켜 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지요.
요즘 미국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기괴한 것이 많다. 내가 일하는 산업바이오 분야도 마찬가지다. 요즘 이 분야마저 투자 잘 받는 친구들의 사업모델은, 단순 제조/서비스업 이상의 무엇이 있다. 어떤 바이오업체는 스타트업 주제(?)에 자꾸 자회사를 만들어 그 회사들의 지분가치 올리는데 집중하는 금융투자업을 모델로 삼는다. 물론 돈놀이에도 스토리텔링은 필수. 제조업의 시각에서 보면 crook. 돈 끌어오는 시각으로 보면 천재. 이 케이스에서는 난 아직 제조꼰대 마인드가 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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