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4일 월요일

MBA Note_자사주 매입 (Buybacks)

Bio Pub인데 요즘 너무 MBA 노트가 된 것 같아 바이올로지에게 미안하다. 잠깐만 외도할게.

이번 Investments 수업의 class 5에서는 equity에 대해 다룬다. 여기서 자사주매입도 나오는데, 이는 지난 Corporate Finance 수업 때도 다뤘던 내용이라 복습겸 블로그에 남겨본다.

먼저 다룬 페이퍼는 Ryan, Vincent. “Rethinking Buybacks.” CFO Magazine, July 2014, pp. 21-24. 였다. Buyback, 혹은 repurchasing their company's stock으로 표현되는 자사주매입은 회사에 캐시가 많을 때 고민할 수 있는 전략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사들은 캐시 보유량을 늘려 나갔고, 이 남아도는 캐시를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한다. 이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흔히 다음과 같다.


  1. 사업에 재투자 (to organic growth)
  2. 주주 배당 지금
  3. 자사주매입

나 같이 R&D로부터의 혁신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1번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페이퍼에서는 1번의 경우 이미 시장은 포화됐고 재투자의 리스크 대비 수익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2번의 경우 주주가치 실현이라는 목표가 회사에 있을 경우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문제는 배당금은 세금을 물기 때문에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그래서 남은 것이 3번인데, 자사주매입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EPS 증가: 자사주매입하면 주식수가 줄어드므로 당연히 주당이익은 늘어난다. 이를 통해 주주들은 주식을 팔아서 capital gain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미국에서는 모든 주식매매 이익에 대해 세금을 물지만, 이는 배당금과 달리 주주의 의지대로 원하는 시점에 이익을 챙기고 세금을 물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

  2. 적대적 인수로부터 보호: 우리 회사를 먹으려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먹을 주식이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이것도 상당히 많이 사용되는 전략이다.

  3. 저평가 우량주라는 신호: 회사가 본인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싼 값에 매수하려고 한다는 기대가 시장에 퍼져나갈 수 있다. 보통 1번과 함께 자사주매입 발표후 주가가 오르는 원인이다.

  4. 경영진 보상: 경영성과가 좋을 경우 자사주로 보상할 수 있는데 이의 소스가 된다.

  5. D/E 유지: Debt대비 equity의 비율이 오르기 좋은 환경에서 자사주매입을 통해 equity의 비중을 줄인다. Balance sheet에서 treasury stock(자사주)은 stockholder's equity 항목에서 차감된다. 

  6. 법인세 유리: 이건 아래 Investments 수업에서 다룬 내용이다. 보통 자사주매입을 위해 부채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tax shield 효과를 볼 수 있다 ("Since interest paid on debt is tax-deductible, whereas interest earned on cash is taxable, by increasing its net debt to finance buybacks or dividends, a firm cuts its tax bill.") 하지만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risk도 수반한다는 것은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한다.

그 다음 다룬 페이퍼는 Michel, Allen (Corporate Finance 교수님이다), Jacob Oded, Israel Shaked. “Not All Buybacks are Created Equal: The Case of Accelerated Stock Repurchases.” Financial Analysts Journal, Vol.66, No. 6, 2010, pp. 55-71. 인데 간단하게만 다뤘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은 ASR (accelerated stock repurchase)인데, 보통 자사주매입의 형태인 OMR (open-market repurchase)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위에서 다룬 장점들은 OMR 기반이라고 보면 된다. ASR은 아주 신속하게 자사주를 매입하는 형태인데, 이 페이퍼에서는  ASR 이후에는 주가의 행보가 OMR처럼 양호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자자들도 ASR을 좋은 뉴스라고 보지 않는다. EPS에도 큰 영향이 없다고 하는데 이유는 EPS 산출시 사용되는 주식의 수는 당기당 평균 주식수로 계산하기에 그 효과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다 ASR은 내부정보 활용하면 무조건 insider trading이므로 경영진들은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월마트에서 매출 오를 것 알고 ASR을 진행한다고 하면 내부거래이다.

자, 여기까지가 지난 가을학기 Corporate Finance에서 다뤘던 자사주매입의 내용이다. 내일 Investments 수업에서 다룰 내용은 어떻게 다를까?

내일 수업에서는 The repurchase revolution; Share buy-backs, The Economist; London Vol. 412, Iss. 8904,  (Sep 13, 2014): 71-73.를 다룬다. 얼핏봤는데 더 심오하다(일단 필자가 너무 어려운 단어를 좋아한다 ㅜㅜ). 수업 후 후기를 남겨보겠다.

(후기) 이 페이퍼는 자사주매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깔려있다. 교수님께서 이 페이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자사주매입의 단점으로는 회사가 자사주를 buy high, sell low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주가는 오르지만, 결국 회사가 다시 파는 시점은 당장 현금이 필요한 때, 즉 회사 상황이 좋지 않을 때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제대로 이해한 것 맞나?). 

(후기) 이후 Problem Set 3에서 자사주매입 문제가 나와서 여기 옮겨본다:

5. An article in the financial press identified the following six opinions and/or  assertions related to share buybacks: 
(i) A company buying back itself is “unnatural”. 
(ii) Buybacks create unequal shareholder wealth (i.e., winners and losers) 
(iii) Companies’ main motivation for buybacks is to manipulate either their stock  prices or their earnings per share.  
(iv) Firms should reinvest the money back into themselves instead. 
(v) Buybacks lead to low rates of investment by such firms. 
(vi) If buybacks rise after a change in the corporate tax code, then the change  was not in the public interest. 

Pick two of these statements and briefly discuss a counter-argument to each of  them. Also state whether you mostly agree or disagree with each of the two  statements you choose to address. 

나의 답 (reinvest에 대해서는 소신 발언 했는데 점수 깎이진 않은 것 같다):
(iii) Counter-argument: The main motivation for buybacks would be protection of ownership from hostile acquisitions or securing shares for management rewards. 

I agree that a company’s stock prices or EPS would increase after their announcement of buybacks since it could a signal that the company’s stock is undervalued and/or the number of shares outstanding will fall so that EPS will grow. But if they do not perish the treasury stocks they bought back, then the number of stocks would not change. Actually many Korean companies do not eliminate treasury stocks they repurchase. 

(iv) Counter-argument: Reinvesting into a firm won’t provide enough return for the risk. 

Financially, investing in organic growth would not look attractive in terms of increasing value of a firm in a short period of time, but the leading businesses these days are actually based on innovation in technologies/sciences and manufacturing, so I believe reinvesting is the way increasing true value of a firm for the long shot. This will increase the fundamental value of a firm with solid streams of cash flows in the future.

정답:
These statements all come from an opinion piece (Schumpeter) in The Economist.  All of these arguments are actually called “muddles” by the author of this article.  Here are the counterarguments the author poses: 

(i) Buybacks are like dividends as cash moves from the firm to its owners. The advantage here is flexibility; unlike dividends, shareholders can elect whether or not  to participate, and firms can start and stop buybacks without disappointing investors  to as great an extent as would be the case if they lowered their dividends. 

(ii) One analogy might be thinking withdrawing money from an ATM makes you richer (it does not). Buybacks can transfer wealth between shareholders because if  you sell at a price that turns out to be low, the other shareholders will benefit, but their gains could just as well result in greater shareholder equality (i.e., those who held on started out less well off than average) as in greater inequality. 

(iii) This claim is hard to justify or confirm because buybacks are small relative to the  value of the overall market, representing just 2% of the total, and only 1% for firms in  the S&P 500. In addition, rules prevent firms from dominating the trading in their  own shares on any given day. It is true if executive pay plans are poorly designed  around earnings per share they can artificially encourage buybacks, but of the 20  largest repurchasers in mid-2018, three-quarters did not have EPS as a main element  of their pay plans 

(iv) Buybacks are dominated by firms that specialize in intellectual property, and they  are unable to reinvest all of their profits at acceptable rates of return. For example,  had Apple reinvested all of the money it had used to repurchase stock over the past  decade, its physical plant would be six times larger than is currently the case. A  healthy company is one in which abnormally high profits are recycled by the financial  system, not one in which fat incumbents get ever larger purely for the sake of size.  

(v) A 2017 study by Federal Reserve economists found little evidence that buybacks  lead to low rates of investment. As firms’ cash flows have risen relative to GDP since  the 1990s, a lower proportion has been spent on investment, which is a case of the  denominator rising, rather than the numerator shrinking. Investment remains in line with 1990s’ levels. Surges in buybacks and investment can actually be  complimentary, rather than serve a substitutes for each other: during Q1 2018, 64% of  firms that boosted buybacks also boosted investment. In fact, these firms were slightly  more likely to boost investment than were the nonbuyback firms. 

(vi) This statement is not accurate. Better measures would be a) whether overall  investment rises b more than the amount of the tax break, which appeared to be a  possible outcome in 2018, b) whether firms’ wage bills are rising, and c) whether  these effects will last. 

Source: The Economist. (2018, June 2). Six muddles about buybacks. 

Personally, I agree with all of these counterarguments, although I do believe some  managers use buybacks to boost performance measures tied to their compensation  plans. As for the “public interest” argument, it is also worth noting the most recent  change in the U.S. tax law allowed companies to repatriate hundreds of billions of  dollars back to the United States after paying incremental taxes at favorable rates.  While this additional revenue to the U.S. Government was not a huge windfall, one  can argue this change in the law did serve to make the flow of capital more efficient,  which may ultimately be in the public interest. 



2020년 2월 22일 토요일

Smaht Pahk

페이스북 2020.2.3. 게시글

"Smaht Pahk"

지난주 회사 동료가 동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수퍼볼 때 방영되는 광고 중 하나라는데 현대였다. 미식축구 룰도 제대로 모르는, 그리고 아직 미국문화 새내기인 나는 그냥 현대차가 열심히 했네 정도로 보지도 않고 넘어갔는데, 회사의 미국, 특히 보스턴 토박이 친구들이 자꾸 광고를 따라하며 웃었다. 광고에서 보스턴 특유의 억양이 잘 표현됐다는 것이다(보스턴은 처음 영국인들이 정착한 곳이라 그런지 약간 영국영어인듯 아닌듯한 억양이 섞여있다). 알아 듣기에도 급급한 나인지라 억양까지 눈치 챌 여유는 없었지만 동료들이 말해주니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잘 보니 출연진들이 대단하다. 캡틴아메리카 Chris Evans와 미드 오피스의 주연 John Burke Krasinski다. 모두 매사추세츠 출신이라고 한다. 이야 현대 돈 좀 썼네라는 생각.

방금 The Boston Globe에서 보내는 Talking Points PM이라는 이메일 뉴스에 이에 대한 내용이 실렸다. 적어도 보스턴, 매사추세츠에서는 어느 정도 바이럴한가 보다.

실린 내용은 이렇다. 이 광고의 감독인 Bryan Buckley는 지금까지 60편 이상의 수퍼볼 광고를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 광고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 Bryan Buckley has directed more than 60 Super Bowl ads. It's hard to pick favorites. But he admits it will be tough to top the experience of shooting this one. 제작 뒷이야기를 들여다 보니, 현대의 인하우스 에이전시인 Innocean이 Buckley 감독의 프로덕션사 Hungry Man에 연락했다고 한다. 이미 대본과 출연진 확보는 마친 상태였다고. 감독 또한 예전에 보스턴 지역에 살았기에 거절할 수가 없는 조건들로 반찬은 꾸려졌다. 또 현대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촬영 때 배우들이 보스턴으로 건너오도록 경비를 다 대줬다고 하고, Buckley 감독은 이를 칭찬했다. 현대가 잘 했네.

Bloomberg에 따르면 올해 수퍼볼 광고를 내보내려면 30초에 $5.1에서 5.3M, 즉 60억원을 웃도는 비용을 내야한다고 한다. 현대광고는 1분짜리니 방송에만 120억원 이상을 지불했겠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마케팅덕을 좀 볼 것 같다.

현대의 마케팅 하면 생각나는 게 있는데, 작년 마케팅 수업 첫 시간에 현대차 사례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36% 급감했고, 대부분의 업체들은 할인전략을 펼치고 있을 당시. 현대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는데 소비가 줄어든 이유가 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했고, 알아낸 바로는 소비심리 위축의 배후에는 실직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마케팅 전략은 구매 후 1년 이내에 직장을 잃거나 감봉될 경우 신용에 지장 없이 환불해주기. 이름하여 Hyundai Assurance. 이 프로그램은 2009년 1월에 도입됐고, 업계는 1963년 이래로 1월 판매 최대 급락(37%)를 겪었는데, 현대는 당월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고 한다. 와우!

아무튼 타지에서 가끔 이런 일이 있으면 웃을 수 있어 좋다. 보스턴에 현대차 주재원분도 계신데 ㅋㅋ 으쓱하시겠네.

근데 보스턴에서 smaht pahk? 서울가보세요

파괴적 혁신?

페이스북 2019.11.23. 게시글

파괴적 혁신?

내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용어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기억으로는 '15년, '16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참 미국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였고(pharma, non-pharma 아울러), 테크 쪽에서도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산업의 지각을 흔들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곧 한국 매체들에서도 이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disruptive /디스럽티브/를 /디스트럽 or 디스트럭티브/로 말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보였던 것이다. Disruptive? Distruptive?(뭐지 이 족보 없는) Destructive? 그리고 한국 매체에서는 이를 "파괴적 혁신"으로 번역하였다.

Google 사전에 disruptive를 검색해보았다.
causing or tending to cause disruption

뭐야 이거, 순환정의의 오류잖아. 다시 disruption을 검색해봤다.
disturbance or problems which interrupt an event, activity, or process

뭐 광의적으로 유사한 선상에 있지만 그래도 파괴라는 단어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하다. 한글로 정의를 찾아봐도 "지장을 주는" 정도이다. 한국에서 파괴적이라는 형용사를 차용한 것을 보면, 아마 언어불문 destructive와 혼동하여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정의에 집착하자는 건 아니지만 원래 이 표현이 의도하는 바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짚어볼 필요는 있겠다.

Disruptive innovation은 Harvard Business School의 Clayton Christensen 교수가 1995년에 처음 도입한 말이다. 요는 다음과 같다. 대기업은 보통 현재 주요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제품의 성능을 개선시키는 sustaining innovation을 추구한다. 이 주요고객들이 이런 개선에 대해 반응도 좋고 지갑도 잘 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경우, 제품은 어느 순간 스펙이 "너무" 좋아져버리게 된다. 물론 가격상승도 뒤따른다. 세상에는 적당한 기능에 적당한 가격을 바라는 소비집단도 있다. Disruptive innovation은 바로 이런 집단을 타겟으로 한다. 처음에는 저렴하고 높지 않은 스펙으로 소수고객들에게만 어필한다. 이때 로우스펙이지만 뭔가 차별화된 기술이 있다. 대기업은 이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의 기준에 별 볼일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언더독들이 이런 소수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나름의 sustaining innovation 지하버전이 진행된다. 여기서 살아남는 제품은 어느 순간 괴물이 되어 있고, 일반고객들도 눈을 돌리기 시작하며, 결국 대기업들은 이들에게 주요고객마저 빼앗긴다. 따라가기엔 때가 이미 늦었다. 이렇게 아래서부터 "야금야금"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이 바로 disruption의 핵심이다. 확실히 파괴와는 거리가 조금 있어 보인다.

Christensen 교수는 본 개념에 대해 2015년 다시 입을 열었다. 이 표현이 등장한지 20년 만이고, 처음 소개했던 Harvard Business Review에 다시 글을 실었다. 오용.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지도 않고 자신들이 하려는 일을 옹호하기 위해 어설프게 사용하는 사례를 너무 많이 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론에 대한 추가설명이 이어진다. 여기선 스킵하고.

자, 이미 그렇게 되었으니 파괴적 혁신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겠다(증강현실도 현실연장이라고 번역했으면 훨씬 쉬웠을 걸 뭐 이미 그렇게 번역되고도 잘 쓰이고 있으니 ㅋㅋ). 그래도 적어도 이 표현에서는 파괴적이 급진적, 폭발적을 일컫는 것이 아님은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자, 위의 정의에 맞춰 본다면 우버는 파괴적 혁신의 사례가 아니다(지금 기업가치와는 별개로, 우버가 아주 잘 나갈 때 우리가 이 업체를 바라보던 감정으로 이 문장을 바라보자).

주변에서도 이 표현을 혼동해서 쓰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마침 한 수업에서 이 개념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나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보스턴에 와서 지내다 보니 HBS에서 Christensen 교수님 아래에서 일을 했던 분도 친구가 되었다(친구 맞죠?). 공자 앞에서 문자 읊었는데 그분이 이 글에 혹시나 있을 잘못된 내용을 지적해 주신다면 크나큰 영광이겠다 ㅎㅎ
[선별 댓글] Christensen 교수 제자이자 KSV벤처캐피탈 대표 Spencer님의 댓글
Spencer Nam 크리스텐슨 교수의 흥미로운 관점중의 하나는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고객이 존재하는데 (1) 현재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과 (2) 현재 제품과 비슷한 성능의 제품이 필요한 고객이 있다”는 것인데 보편적으로 시장과 기업은 (1)만 보고 (2)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가격 문제로 문제의 근본을 축소시키다 보니 결국 구매를 하는 고객이 줄어들면 가격을 높여서 구매하는 고객들에게서 더 쥐어짜려 하다보니 (2)을 타겟하는 회사들이 결국 (1)을 타겟하는 회사들을 잡아먹게 된다는 것이죠.

Charles Schwab와 Robinhood

페이스북 2019.10.8. 게시글

인더스트리 판도가 바뀌고 있다. 사업모델도 너무 다양해지고 그래서 기존 시각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아주 많이 생기고 있다.

아래 기사는 최근 발표한 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왑Charles Schwab에 대한 이야기다. 주식거래수수료 등 모든 수수료를 폐지하겠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표. 왜?

몇 년 전 미국에 나왔을 때 로빈후드Robinhood라는 앱 광고를 보고 뭐 이런게 다 있지 했던 기억이 난다. 주식거래 앱인데 수수료가 없다는 거다. 도대체 이 회사의 사업모델은 뭐야? 지인찬스를 통해 고객계좌 잔금 이자수익, 프리미엄계정 가입 수익(소위 freemium이라 불리는) 등임을 알게 됐다. 좀 더 찾아보다 "payment for order flow"라는 모델도 알게 됐는데, 고객이 신청한 거래를 제3자(Citadel Securities나 Virtu Financial과 같은 온라인거래사)에게 위임하고, 이 라우팅의 대가로 로빈후드는 돈을 받는다. 한 마디로 브로커 역할이다. 이런 모델들로 로빈후드는 수수료 안받고 매출을 낸다.

대형 증권사는 이런 의적들에게 고객을 뺐기고 있다. 임꺽정, 장길산까지 나올 기세. 그러니 슈왑도 이런 다소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수익이 낮은 수익모델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판이 이미 짜여졌다. 고객은 만쉐이. 증권사의 직원들은 비용절감 나아가 구조조정 압박에 한 동안 시달릴 생각하니 불쌍하지만.

이런게 가능한 이유? 세 가지가 떠오른다. 테크의 발전. 플랫폼 전성시대. 무엇보다 미국의 남아도는 캐쉬. 뭐, 곧 불황이 온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쩐이 많으면 아이디어 기반 테크 스타트업에 많은 플로우가 생기고, 걔 중 살아남는 녀석들의 여파는 어마어마 하다. 그래서 수수료로 돈도 못 버는 로빈후드의 기업가치는 자그마치 $8 billion, 지금 환율로 거의 10조원에 육박한다. 물론 최근 소프트뱅크SoftBank-위워크WeWork 여파로 기업가치나 시가총액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많지만, 설령 로빈후드가 망한다고 해도 이미 공짜를 맛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슈왑이 쉽사리 다시 수수료를 매기지는 못할 거다. 말인즉 테크가 곳곳에 스물스물 스며든 플랫폼 사업이 당분간 세상을 변혁시켜 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지요.

요즘 미국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기괴한 것이 많다. 내가 일하는 산업바이오 분야도 마찬가지다. 요즘 이 분야마저 투자 잘 받는 친구들의 사업모델은, 단순 제조/서비스업 이상의 무엇이 있다. 어떤 바이오업체는 스타트업 주제(?)에 자꾸 자회사를 만들어 그 회사들의 지분가치 올리는데 집중하는 금융투자업을 모델로 삼는다. 물론 돈놀이에도 스토리텔링은 필수. 제조업의 시각에서 보면 crook. 돈 끌어오는 시각으로 보면 천재. 이 케이스에서는 난 아직 제조꼰대 마인드가 좀 있지만.

여튼 시사점. 정신 바짝 차려라.

* 페이스북 링크: https://www.facebook.com/illozika/posts/10158828098115278

글로벌 단국적 기업?

페이스북 2018.8.14. 게시글

글로벌 단국적 기업?

보스턴에 나온지도 이제 두 달이면 이 년이다. 그 동안 작은 오피스를 운영 아닌 운영 해오면서 마주했던 몇 가지 일들 더하기 이곳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현지인, 이곳 다국적대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현지인들을 만나다 보면 "corporate culture"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현지직원들과 본사를 연결시켜주는 것은 전체의 비전과 미션을 동기화 시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는, 결국 사람 일인지라 사람으로 해결이 되지만, 간혹 쉽지만은 않은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Corporate culture, 조직문화. 앞서 내가 겪은 사람들을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분류해봤다. 스타트업 vs. 대기업, 그리고 한국 vs. 현지. 간단히 총 네 가지의 기업체질이 나눠진다. 여기서 간혹 이슈를 혼동하는 소위 "orthogonal issue"가 발생하기도 한다. 즉, 대기업으로서 가져야 하는 조직문화의 당위성을 한국기업이니까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오해들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매니져가 소통을 잘 해야 한다. 잘 하는 건 딴 게 없다. 자주하면 된다.

그런데 저런 종류의 혼동이 아닌 진짜 한국기업이 지니는 이슈들도 있다. 이건 비단 한국기업만의 문제는 아니고 일본, 중국 등 동북아의 기업문화가 유사할 것이다. 도요타나 혼다가 미국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겪었던 많은 충돌들이 그것일테다 (이를 다룬 영화도 있었는데 뭐더라?).

처음 여기 다국적회사에 일하는 연구원들 (연구원이다. 법무, 재무 등은 한국보다 더 빡세게 일하시더라)을 보며 조금 놀랐다. 출퇴근에 대해 물으면 "어, 뭐 딱히 그런 건 없는데 보통 9시쯤 가서 5시쯤 나오나?" 대략 이런 반응이었다. 물론 학위 때 취리히에 잠깐 나갈 기회가 있어 다섯시면 온 학교에 불이 꺼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적잖은 충격을 먹기도 했었으나, 미국의 글로벌 탑 기업-영리기관-의 연구소들도?

하루는 현지 친구가 재밌는 기사를 봤다며 말을 걸어왔다. OECD 국가들의 노동생산성이었다. 한국은 노동시간으로는 최상위급, 생산성으로는 최하위급이었다는 것이다. 자, 내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해주리. 솔까 한국애들이 니들보다 훨 똑똑해. 여기와서 살아보니 확실히 알겠어. 근데 객관적인 지표가 없다. 여기서 한국인의 똑똑함과 생산성을 강조해봤자 그들의 눈에는 파시즘과 크게 달라 보일까. 말을 아낀다.

한국의 조직문화로 비롯된 쓸데 없는 노동시간만이 이를 설명해준다. 아까 스위스에 갔었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 나오는 논문들 양이나 질을 보며 투여시간과 생산성 공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인의 똑똑하다고 믿는 나로서는 능력을 시스템이 저해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그전에, 우리가 생각하는 똑똑함의 기준이 잘못되었나?

그것도 일부 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손이 좋고 머리회전이 빠르지만 가끔 거기에만 너무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거시적인 시야를 똑똑함이라고 정의한다면, 그 부분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게 아니라 정말 똑똑한 게 똑똑한 것이 맞다면, 잘못된 방향으로 인해 똑똑함이 "translation"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똑똑한 사람들을 제대로 이끌어주는 리더의 부재. 매출이나 시총으로 볼 때 미국의 선도기업은 애플, 아마존, 구글, 페북, 마이크로소프트일테다. 이들을 설립한 사람은 문과냐 이과냐. 하이텍뿐 아니라 바이오 분야의 다국적 업체들을 봐도 대부분 과학자들이 세웠고 이들이 리드한다. 혁신의 인사이트는 직원보다 더 전문가인 리더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한국은?

(적어도 기술업체에서) 리더가 과학, 기술적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면 결국 관리 운영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고, 거기서 나오는 것이 관료적 시스템이다.

물론 한국 스타일로 세계를 씹어 먹고 있는 몇몇 기업들이 있다. 서구가 세상을 지배한 게 불과 얼마전이냐. 다시금 아시아로 패권이 넘어올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현 시점만 놓고 보면, 적어도 글로벌에서 정말 글로벌스러운 사업을 하고 싶다면,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테다.

그렇게 외국에만 나오면 내성적인 일본인들. 그런데 Takeda가 세계적인 제약사로 어떻게 성장하였는지. 글로벌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단국적적인 문화를 어떻게 극복할지 깊이 생각해봐야 하겠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한국 조직문화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는 있어야 하겠다.

애국심으로만 현지친구들과 논쟁하기에는, 아직 무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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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댓글] Boston University 경영학부 김종성 교수님 댓글

Jay S. Kim 이를 다룬 영화? Gung Ho, 1986년 개봉된 영화. 일본 자동차 회사가 "망해가는" 미국회사의 공장을 인수한후 생기는 여러가지 culture crash 와 integration 을 다룬 코메디. Michael Keaton 주역. 90년대 한국기업의 글로벌진출을 준비하면서 대기업 임직원에게 보여주기도 했던 classic. 시사점과 해결책을 찾게 도와줍니다.

Jay S. Kim Joon Jin 진준영박사님이 중요한 문제를 제기해 주셨습니다. 한국기업(사람)이 미국(다른나라도 마찬가지)에 진출하면 바로 와닿는 의문입니다.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목표와 전략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 문제. 이곳 보스턴에서 활약하는 한인, 교포, 함께 토론해 보아야겠습니다. 또하나의 포럼을 만들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