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2일 금요일

분자생물학자와 의사 (싹튼 감자가 위험한 이유)

소위 분자생물학 전공자들은 의사분들 말씀에 괜히 심드렁 할 때가 있다.
아래 싹튼 감자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닥하고 의사님 말씀을 잘 듣자."이다)


싹튼 감자는 위험하다고 한다. 의사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싹튼 감자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성분이 있어 위험합니다. 솔라닌은 식물이 만들어내는 알칼로이드 물질로서 몸에 해롭습니다.

분자생물학자들은 만족을 못한다. 그래서 자주 위키피디아를 열어서 메커니즘을 찾아본다.


https://en.wikipedia.org/wiki/Solanine


Mechanism of action

Solanum glycoalkaloids can inhibit cholinesterase, disrupt cell membranes, and cause birth defects. One study suggests that the toxic mechanism of solanine is caused by the chemical's interaction with mitochondrial membranes. Experiments show that solanine exposure opens the potassium channels of mitochondria, decreasing their membrane potential. This, in turn, leads to K+ being transported from the mitochondria into the cytoplasm, and this increased concentration of K+ in the cytoplasm triggers cell damage and apoptosis.

솔라닌은 솔라넘 글라이코알칼로이드로 미토콘드리아 막에 있는 칼륨채널을 연다. 이는 멤브레인 포텐셜을 떨어뜨리고 칼륨이온 (틀림: 칼슘이온임. 아래 참고)이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와서 세포질에 칼륨 (틀림: 칼슘이온임. 아래 참고)이 많아지고 이는 세포손상과 사멸을 유발한다.

(헐 좀 딴 얘기긴 한데 완전 재밌는 거 발견. 내가 2014년에 위키에서 똑같은 것을 찾아서 긁어놨는데 그 때는 K+이 아니라 Ca2+로 되어있었다. 위키의 '누구나 에디터' 기능이 이를 고쳐놨다보다. 근데 아무래도 메커니즘이 좀 의아해서 ref 논문 찾아봤더니 위키가 틀렸다! ㅋㅋ 오히려 옛날 설명이 사실에 가깝다. 논문표현을 빌리자면 "Solanine opens up the PT channels in the membrane by lowering the membrane potential, leading to Ca2+ being transported down its concentration gradient, which in turn leads to the rise of the concentration of Ca2+ in the cell, turning on the mechanism for apoptosis." 위키 틀린 거 처음으로 발견했음에 의의를 두며. 시간나면 위키 edit 시도해봐야겠다!)

Gao, Shi-Yong; Wang, Qiu-Juan; Ji, Yu-Bin (2006). "Effect of solanine on the membrane potential of mitochondria in HepG2 cells and [Ca2+]i in the cells"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12 (21): 3359–67.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제 조금 끄덕인다. '분자적'으로 들어가서 설명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더 들어가서 어떤 기작으로 솔라닌이 채널을 여는지 등등도 궁금하고, 분자생물학의 끝인 구조생물학자들은 이를 나노구조 수준으로 풀지 않으면 여전히 답답함이 남는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단지 "솔라닌이라는 물질이 독성이 있다."라고 말하는 의사들의 말씀에 조금 더 묻고 싶을 때가 많은 것이다. 하. 지. 만. 의사말씀 안듣고 포타슘 채널이 열리지 않는 기작이 필요하다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하면서 아프다고 징징댈껀가? 분자생물학자들이 메커니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좋으나, 가끔 너무 여기에 빠져 정작 본질을 까먹는 경우가 많다. 본질은 안아프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의사 말을 잘 듣는 것이 답이다. 의사들의 임무는 다양한 질병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지 기작을 일일이 알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권위 자체를 존중해야 하는 경우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면 지식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의대생들도 분자생물학이 전공과목에 있다. 학부 때 의대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분자세포생물학이었다. 물론 노세노세예과때노세들과 같이 들어서 수업 분위기는 상당히 산만했지만.. ㅋㅋ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의사는 분자생물학보다는 생리학처럼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보고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 회사에서도 실무자와 경영층의 역할이 분명히 나눠져 있듯 말이다. 물론 이런 것까지 다 연구하고 공부하시는 훌륭한 의사분들도 많으시다!

덧붙이자면 솔라닌을 줄이는 방법은 얘가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넣고 끓이면 된단다. 전자렌지에 돌리는 것은 효과가 있으나 미미하고, 동결건조나 탈수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또 덧붙이자면, 감자가 왜 솔라닌이 생기는가? 감자가 자연상태에서 흙에서 삐져나와 빛에 노출되면 방어기작으로 솔라닌을 합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안잡아먹히려고. 초록색을 띠는 것은 단지 엽록소가 합성되어서다. 엽록소 자체는 독성이 없으나, 이 정도 엽록소가 만들어졌으면 솔라닌도 아마 많이 합성되었을 것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고구마는 싹이 나도 독성이 없다고 한다. '솔라닌'이라는 이름은 가지과 (Solanaceae; 가지, 감자, 토마토, 담배 등이 포함)에서 온 것이고, 가지과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방어물질이기 때문에 메꽃과 (Convolvulaceae; 나팔꽃 등 포함)의 고구마는 솔라닌을 만들지 않는다.

2016년 7월 10일 일요일

2015 네이처 선정 10대 과학자와 만나다!

직장생활하면서 회사에 고마워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한다. 그나마 나는 즐겁게 다니는 편인데도 막상 회사에 고맙냐고 물어보면 갸우뚱이다.

그런데 그 감정을 최근에 느낀 적이 있다. 회사 덕분에 평소에 꼭 만나뵙고 싶던 과학자들을 뵐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몇몇분들은 회사의 명성 덕에 오히려 나에게 리스펙을 표하기도 하였다 (물론 아직 우리 회사가 Fortune 500에 오른다거나 그런 명성있는 업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tech 업계, 특히 합성생물학계에서는 꽤나 알아준다는 사실에 나도 깜놀).

올해 4월 샌디에고에서 열린 BIO World Congress에 참석하게 되었다. 샌디에고 간 김에 유씨버클리, 스탠퍼드, 칼텍, 유씨샌디에고도 한 번 씩 돌았다. 이 중에서 스탠퍼드에는 최근 네이처 선정 10대 과학자에 이름을 올린 Christina Smolke 교수가 계신다.






출처 (상): 네이처 http://www.nature.com/news/365-days-nature-s-10-1.19018
출처 (하): 한국경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122064511


회사 R&D 분야랑 관계도 있는지라 꼭 한 번 뵙고 싶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연락한다고 만나 주실까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마침 반가운 얘기를 들었다. 최근에 나름 친분이 생긴 경상대 김선원 교수님께서 버클리 포닥 시절 Smolke 교수와 같은 랩에 있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합성생물학계의 대부 유씨버클리의 Jay Keasling 랩이다. 김선원 교수님도 국내 최고의 합성생물학 전문가이시다.) 바로 김교수님께 연락드렸더니 만남을 주선해주셨고 마침 약속을 잡게되었다.

잠깐. Smolke 교수님은 어떤 업적으로 네이처 10대 과학자에 선정되었을까? 작년 8월, 네이처가 아닌 사이언스에 Smolke 교수팀의 논문이 실렸다.




"아편을 생산하는 효모"라고 많이 알려졌다. 여기서 아편은 몰핀 등 의약용으로 사용되는 물질을 말하는 것이고, 수용액으로 만들기 쉽게 용해도가 높아진 몰핀 (hydromorphone) 등도 포함한다. 합성생물학계에서 적지 않은 팀들이 도전했던 과제였고, Smolke팀도 2014년에 동일 연구로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논문을 내기도 했다. 그럼 이번 연구결과의 차별점은? 기존에는 효모의 밥인 당 (sugar or glucose)으로부터 최종 몰핀까지 한 번에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몰핀의 전구체 (thebaine)까지만 만들어내거나, 혹은 thebaine부터 최종물질을 만들어내는 부분부분의 결과는 있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시킨 사례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논문 제목에 'complete'이 들어간다). 무려 효모에 23개의 외래유전자를 집어 넣은 것. 이 유전자들은 동식물로부터 온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식물유래 효소 하나는 효모에서 말을 듣지 않아 마구 지지고 볶아 작동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성공은 다른 팀들은 이루어내지 못한 성과였고, 결국 논문은 사이언스에, 명성은 네이처로부터도 받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이몸이 찾아가서 만나뵙고 왔다는 것..!
요즘 매우 바쁘셔서 스케쥴을 30분 단위로 쓰신다. 나도 겨우 30분 따내서 미팅을 했다. 만난 시간이 오전이었는데도 나와 미팅을 하기 전에 다른 회의에 매우 분주하셨다. 나는 좀 일찍가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의 바이오엔지니어링 파트가 있는 Shriram Center 


Smolke 교수님 랩 (중국여학생이 열실험 중)


괜히 대가를 만나려면 쫄린다. 그래서 전날 샌프란시스코 호텔에서 혼자 열심히 논문을 읽어뒀다 ㅋㅋ 덕분에 나름 자신감이 어느 정도 충족된 상황에서 기분 좋게 만났다.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편하게 임했다. 작년 논문 이야기와 최근 설립한 Antheia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합성생물학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와 향후 네트워크 가능성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그래도 만나기 전에는 이메일 답이 단답형으로 왔다면 이제는 꽤나 정성을 들여서 써주신다 ㅋㅋ

Shall we take a selfie together? Of course! (:D)

암튼 식물학계가 아닌 이런 생물공학계에서 그냥 '나'였으면 만나기 매우 힘들었을 이런 분들을 '회사'의 이름을 빌려 만날 수 있게 되니, 애사심이 조금은 생기는 것이 사실. 회사를 위해 몸을 바치겠다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서 나에게도 자양분이 되게 해야겠다.

2016년 7월 1일 금요일

ICAR2016 Korea (국제애기장대학회) 4일차

ICAR 2016에 참여했다.


ICAR는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rabidopsis Research의 약자로 국제애기장대 학회이다. 애기장대 (arabidopsis)는 식물분자생물학계에서는 모델로 쓰이는 생명체다. 미생물에 대장균, 동물에 초파리나 마우스가 있다면 식물에는 애기장대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기장대 학회라고 함은 그냥 식물분자생물학회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세계적으로 식물 좀 한다는 분들은 다 오시니까.

ICAR는 학위과정 중 2011년에 Wisconsin-Madison에서 열었을 때 한 번 가봤고, 이번이 두 번째 참여다. 이번에는 POSTECH 황인환 교수님이 맡으셔서 경주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CJ제일제당이 처음으로 식물학회에 후원한 건이기도 하고 ㅋㅋ

포닥 나가계신 선배들이 겸사겸사 한국으로 들어오셔서 마치 홈커밍데이를 하는 기분이라 매우 좋다. 또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교수님들, 교수가 된 친구들,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사이언스'를 논의하니 정말 고향에 온 기분이다.



우리 교수님께서 한국대표로 keynote speech를 하셨다. 많이 놀랐다. 몇 년만에 보는 것이긴 하지만 -외람되게 말하자면- 정말 '대가'가 되어 계셨다. ABC transporters 분야에서 교수님 지도로 우리들이 연구한 업적이 많이 쌓이니 정말 한 획을 그으실 수 있는 위치에 오르셨다. 또한 최근에 시작한 미세조류 스터디로 조류와 육상식물 간의 진화론적 관점으로 ABC를 다룰 수 있게 됐다는 점 또한 멋있었다 (예를 들면 육상식물에는 왁스 트랜스포터가 많은데, 이는 해조류가 건조한 육상으로 올라오면서 수분방지를 위한 큐티클 형성에 중요했을 것이라는 멘트를 하셨다!).

세션 이야기를 해보자면, 조금 기대했던 plant-microbe interaction 세션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내용은 물론 좋았지만, 나는 요즘 뜨는 microbiome을 어느 정도 다뤄 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거의 병해충과 식물 면역체계에 관한 이야기여서 so, so.. 그래도 lysine 유래 pipecolic acid (PA)가 SAR 식물방어시스템에 중요하다는 것 하나는 건졌다!

재미있는 분야는 peptide-hormone 세션에서 찾았다. 펩타이드 세션이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마련될 만큼 요즘 핫한 것 같다. 펩타이드들이 LRR 리셉터와 붙어서 시그널링을 통해 이런저런 것을 조절하는 것들이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호르몬"으로까지 불리려는 것 같다. 산업적 적용 여지도 보이고 (외부에서 펩타이드 처리해도 먹더라!), 또한 sRNA도 그렇고 센트럴도그마가 점점 다양하게 진화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마구 드는 세션이었다.

이제 곧 김진수 교수님의 CRISPR 유전자가위 발표가 있다. 식물뿐만 아니라 전 과학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이다. 어디어디서 선정한 10대 유망기술, 미래기술 등등에 빠지는 곳이 없다. 툴젠이랑은 몇 번 미팅을 해봤지만, 김진수 교수님을 실제로 뵙는 건 (아마 학교에서 지나친 것 말고는) 처음이다. 기대된다.

남은 일정 잘 마무리하고, 내일 plant biotech 세션도 잘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