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2일 일요일

변비에 좋다는 프룬(건자두), 진짜에요?

육아는 신경 쓸 것이 참 많기도 하지만, 아이의 장건강은 갓난 때부터 그러하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가 문맥 없이 울부짖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영아산통(baby colic)이라 한다.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대부분 배에 찬 가스가 그 원인이라 보고, 그래서 영아산통을 배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금 커서 재대로 된 배변을 하게 될 쯤이면 이제는 변비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주변에서 이로 고생하는 부모들을 많이 봤다. 내 아이는 기본적으로 배변활동이 좋지만, 얼마 전 살짝 낌새가 있어 신경을 쓴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미국에서는 아이 변비에 prune이라는 건자두를 자주 이용한다. 직접 먹이기도 하고, 약국에서 건자두 농축액(prune concentrate)을 사서 먹이기도 한다. 나도 CVS에서 하나 장만했다.


120 ml 짜리를 10.49불 주고 샀다. 사진에서 보듯 주요성분은 건자두 농축액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왜 자두가 변비에 좋을까?

미지의 이차대사산물을 기대했으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소비톨(sorbitol)과 섬유질. 특히 소비톨이 다른 과일에 비해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섬유질은 미에로화이바 덕에 전국민이 아는 변비약 성분이 되었으나, 소비톨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재미있게도 소비톨은 삼투압 유발로 대장에 수분을 끌여들여 숙변을 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소비톨 자체의 화학적 특성이 아니라 삼투압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물리화학적 특성에 의해 변비를 완화시키는 것이었다! 즉, 소금 등 다른 물질이라도 대장에 삼투압만 유발할 수 있다면 전부 변비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표류됐을 때 갈증이 나도 바닷물 마시지 말라는 이유 역시 삼투로 인한 탈수를 방지하기 위함이니, 적당한 소금물은 변비에 효과가 있을 수도? 다만 여러 부작용이 있을 터이고, 이를 감안할 때 이 자두 속의 소비톨이 적당한가 보다. 그리고 자두 또한 너무 많이 먹이지 말라고 한다. 변비 막으려다 탈수, 설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그런 것으로 보인다.

한 기사에 의하면 변비약은 크게 팽창성 하제(下劑), 삼투성 하제, 자극성 하제로 나뉜다고 한다[1]. 이 기사 글을 그대로 인용한다.

팽창성 하제는 변의 부피를 부풀려 배변을 돕는 약제다. 변비약에 포함된 식이섬유로 인해 변의 부피가 커지면 장벽에 자극을 주고 원활한 배변 활동을 유도한다. 초기 변비 환자에게 적합하지만 복용 때 복부 팽만감과 잦은 가스 생성으로 불편함이 나타날 수 있다.

삼투성 하제는 대장 안의 수분 함량을 높인 후 변을 묽게 만들어 배변활동이 쉽도록 만든다. 팽창성 하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는 삼투성 하제 복용이 추천되지만 대장이 협착 또는 폐쇄된 환자는 대장폐쇄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극성 하제는 작용기전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복용 시 위나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고 대장으로 바로 전달되어 대장 근육신경총을 직접 자극해 배변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변비약이 자극성 하제다. 투약 후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대장 내 수분과 전해질 손실, 장 무력증을 유발해 위험하다.


자두에는 소비톨과 섬유질이 풍부하다니 팽창성 하제와 삼투성 하제의 역할을 모두 할 것으로 보인다. 

문헌을 찾아봤더니 역시 있다. 2012년 유럽의 식약처인 EFSA에서 건자두의 장기능 활성 효능을 입증한 것이다[2].


주요 메시지는 앞서 언급한 바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한 문장 몇 개를 가져와봤다.

  • Sorbitol is poorly absorbed in the small intestine and acts as an osmotic laxative. The Panel considers that there is good evidence for plausible mechanisms by which some components of prunes (i.e. sorbitol and dietary fibre) may contribute to an improvement in bowel function. 
  • ▶ 즉, 소비톨이 소장에서 흡수가 거의 되지 않으므로 대장에서 삼투성 완하제(緩下劑)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 The food that is the subject of the health claim is prunes (dried plums of "prune‟ cultivars (Prunus domestica L.)). The content in prunes of water, total carbohydrates, protein, fat and amino acids, as well as a number of different sugars, minerals, vitamins, carotenoids, organic acids, and phenolic compounds, is given in the literature (Dikeman et al., 2004; Stacewicz-Sapuntzakis et al., 2001). The composition with regard to a number of components with purported effects can be measured. Prunes contain dietary fibre (according to four American studies: average 6.45 g/100 g, range 6.0–7.3 g/100 g) which includes soluble and insoluble fibre, sorbitol (average from six sources/varieties 14.7 g/100 g, range 9.4-19.3 g/100 g), and phenolic compounds (ca. 184 mg⁄100 g) such as neochlorogenic and chlorogenic acids. The water content of dried prunes is about 20-23 %. 
  • ▶섬유질이랑 소비톨이 저 정도 들어있다고 한다. 

  • The Panel concludes that a cause and effect relationship has been established between the consumption of dried plums of "prune‟ cultivars (Prunus domestica L.) and maintenance of normal bowel function. In order to obtain the claimed effect, about 100 g of dried plums (prunes) should be consumed daily. 
  • ▶인과관계가 있음을 확인했고 (즉, 효과가 있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매일 100 g의 건자두를 먹어야 한단다.

오늘의 설약: 변비에 프룬이 효과가 있으며, 이는 섬유질과 소비톨 덕분이다. 

기작을 잘 이해했으니 과다복용으로 부작용이 일어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그리스어로 정화(淨化)를 뜻하는 카타르시스(katharsis)에서 유래한 카타르시스(catharsis). 이 단어의 뜻에 배설, 배변도 포함하고 있으니, 매일 경험하는 이 카타르시스를 항상 고맙게 여겨야겠다. 

References
1. 변비잡는 약, 잘못 먹으면 사람잡는다. (2014, March 01). Retrieved July 12, 2020, from https://www.mk.co.kr/news/it/view/2014/02/321692/
2. Scientific Opinion on the substantiation of health claims related to dried plums of ‘prune’ cultivars (Prunus domestica L.) and maintenance of normal bowel function (ID 1164, further assessment) pursuant to Article 13(1) of Regulation (EC) No 1924/2006. (2012). EFSA Journal, 10(6). doi:10.2903/j.efsa.2012.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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