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2일 토요일

글로벌 단국적 기업?

페이스북 2018.8.14. 게시글

글로벌 단국적 기업?

보스턴에 나온지도 이제 두 달이면 이 년이다. 그 동안 작은 오피스를 운영 아닌 운영 해오면서 마주했던 몇 가지 일들 더하기 이곳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현지인, 이곳 다국적대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현지인들을 만나다 보면 "corporate culture"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현지직원들과 본사를 연결시켜주는 것은 전체의 비전과 미션을 동기화 시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는, 결국 사람 일인지라 사람으로 해결이 되지만, 간혹 쉽지만은 않은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Corporate culture, 조직문화. 앞서 내가 겪은 사람들을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분류해봤다. 스타트업 vs. 대기업, 그리고 한국 vs. 현지. 간단히 총 네 가지의 기업체질이 나눠진다. 여기서 간혹 이슈를 혼동하는 소위 "orthogonal issue"가 발생하기도 한다. 즉, 대기업으로서 가져야 하는 조직문화의 당위성을 한국기업이니까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오해들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매니져가 소통을 잘 해야 한다. 잘 하는 건 딴 게 없다. 자주하면 된다.

그런데 저런 종류의 혼동이 아닌 진짜 한국기업이 지니는 이슈들도 있다. 이건 비단 한국기업만의 문제는 아니고 일본, 중국 등 동북아의 기업문화가 유사할 것이다. 도요타나 혼다가 미국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겪었던 많은 충돌들이 그것일테다 (이를 다룬 영화도 있었는데 뭐더라?).

처음 여기 다국적회사에 일하는 연구원들 (연구원이다. 법무, 재무 등은 한국보다 더 빡세게 일하시더라)을 보며 조금 놀랐다. 출퇴근에 대해 물으면 "어, 뭐 딱히 그런 건 없는데 보통 9시쯤 가서 5시쯤 나오나?" 대략 이런 반응이었다. 물론 학위 때 취리히에 잠깐 나갈 기회가 있어 다섯시면 온 학교에 불이 꺼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적잖은 충격을 먹기도 했었으나, 미국의 글로벌 탑 기업-영리기관-의 연구소들도?

하루는 현지 친구가 재밌는 기사를 봤다며 말을 걸어왔다. OECD 국가들의 노동생산성이었다. 한국은 노동시간으로는 최상위급, 생산성으로는 최하위급이었다는 것이다. 자, 내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해주리. 솔까 한국애들이 니들보다 훨 똑똑해. 여기와서 살아보니 확실히 알겠어. 근데 객관적인 지표가 없다. 여기서 한국인의 똑똑함과 생산성을 강조해봤자 그들의 눈에는 파시즘과 크게 달라 보일까. 말을 아낀다.

한국의 조직문화로 비롯된 쓸데 없는 노동시간만이 이를 설명해준다. 아까 스위스에 갔었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 나오는 논문들 양이나 질을 보며 투여시간과 생산성 공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인의 똑똑하다고 믿는 나로서는 능력을 시스템이 저해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그전에, 우리가 생각하는 똑똑함의 기준이 잘못되었나?

그것도 일부 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손이 좋고 머리회전이 빠르지만 가끔 거기에만 너무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거시적인 시야를 똑똑함이라고 정의한다면, 그 부분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게 아니라 정말 똑똑한 게 똑똑한 것이 맞다면, 잘못된 방향으로 인해 똑똑함이 "translation"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똑똑한 사람들을 제대로 이끌어주는 리더의 부재. 매출이나 시총으로 볼 때 미국의 선도기업은 애플, 아마존, 구글, 페북, 마이크로소프트일테다. 이들을 설립한 사람은 문과냐 이과냐. 하이텍뿐 아니라 바이오 분야의 다국적 업체들을 봐도 대부분 과학자들이 세웠고 이들이 리드한다. 혁신의 인사이트는 직원보다 더 전문가인 리더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한국은?

(적어도 기술업체에서) 리더가 과학, 기술적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면 결국 관리 운영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고, 거기서 나오는 것이 관료적 시스템이다.

물론 한국 스타일로 세계를 씹어 먹고 있는 몇몇 기업들이 있다. 서구가 세상을 지배한 게 불과 얼마전이냐. 다시금 아시아로 패권이 넘어올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현 시점만 놓고 보면, 적어도 글로벌에서 정말 글로벌스러운 사업을 하고 싶다면,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테다.

그렇게 외국에만 나오면 내성적인 일본인들. 그런데 Takeda가 세계적인 제약사로 어떻게 성장하였는지. 글로벌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단국적적인 문화를 어떻게 극복할지 깊이 생각해봐야 하겠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한국 조직문화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는 있어야 하겠다.

애국심으로만 현지친구들과 논쟁하기에는, 아직 무언가가 필요하다.

* 페이스북 링크: https://www.facebook.com/illozika/posts/10157587045195278

[선별 댓글] Boston University 경영학부 김종성 교수님 댓글

Jay S. Kim 이를 다룬 영화? Gung Ho, 1986년 개봉된 영화. 일본 자동차 회사가 "망해가는" 미국회사의 공장을 인수한후 생기는 여러가지 culture crash 와 integration 을 다룬 코메디. Michael Keaton 주역. 90년대 한국기업의 글로벌진출을 준비하면서 대기업 임직원에게 보여주기도 했던 classic. 시사점과 해결책을 찾게 도와줍니다.

Jay S. Kim Joon Jin 진준영박사님이 중요한 문제를 제기해 주셨습니다. 한국기업(사람)이 미국(다른나라도 마찬가지)에 진출하면 바로 와닿는 의문입니다.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목표와 전략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 문제. 이곳 보스턴에서 활약하는 한인, 교포, 함께 토론해 보아야겠습니다. 또하나의 포럼을 만들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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