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5일 월요일

왜 술 마시면 나만 힘들지? (숙취의 유전학)

연말에는 내가 알콜인지 알콜이 난지 잘 모르며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연중이라고 별반 달랐었냐마는. 지금이야 나와 있으니 술자리 횟수가 급락하여 나이에 걸맞는 신체를 되찾고 있으나, 한국에서의 오전은 늘 버티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술자리를 좋아하는 내가 문제였을 터).

사실 술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대학원 진학 후로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나이였고, 늦게 배운 도둑질에 재미 붙여 술에 대한 이것저것을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교수님께서 주간미팅 시간에 one minute speech라고 하여 한 주 간 찾은 재밌있는 논문을 1분으로 요약하여 발표하는 코너를 만드셨다. 정말 토요일 아침 미팅을 죽어라 싫어했던 나는 이 스피치를 도대체 왜 하는지 매번 불만만 늘어놓았던 기억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적잖이 유익한 시간이었다. 논문보다는 매번 다른 류의 이야기, 예컨대 바로 앞의 글인 고기를 구우면 색깔이 변하는 이유 같은 걸 말하곤 했었는데, 술에 대한 관심이 소재를 제공하기도 했었다. 당시 내가 준비한 내용은 술의 대사과정, 왜 우리는 빨개지는가, 외국인들은 별로 안그런 것 같은데 등이었다. 이런 지식들은 이후에도 숱한 술자리에서 가벼운 화제거리로 종종 등장하곤 했으며 그때마다 덕을 보게 해주었기에, one minute speech에 대해 술에 빌어 감사의 마음을 되새긴다. 그때 찾아봤던 내용들을 상기하며 오늘은 연말을 맞아 술에 대한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술은 알콜, 알콜 중에서도 에탄올 (C2H5OH)이다. 흔히 술 잘 먹는 사람들 보고 "알콜분해효소가 대단한데?"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살펴보자.


그림처럼 에탄올 (알콜)알콜분해효소 (alcohol dehydrogenase, 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전환된다. 화학2에서 알데히드기 -CHO를 외운 기억이 있다면 바로 저 가운데 구조에서 -OH가 -CHO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광고에서도 알데히드 알데히드 하는 것이 저거다. 그리고 이는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 (ALDH)에 의해 초산이라고도 부르는 아세트산으로 전환되며, 다시 acetyl-CoA로 전환되어 구연산회로로 들어가서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 등을 부산물로 남긴다 (사실 말이 분해효소지 산화효소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자, 여기서 이제 우리가 술 마신 후 숙취를 느끼게 하는 물질을 규명해야 한다. 숙취라는 단어가 어디까지 포함하는지 모르겠으나, 여기서는 얼굴 빨개짐, 어지러움, 구토 등을 다 포함시키겠다. 이러한 고약한 숙취를 일으키는 물질은 알콜이 아니라 바로 아세트알데하이드다. 그러므로 "알콜분해효소가 대단하다면" 오히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많이 쌓여 술을 마시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어서 아세트산으로 전환되는 사람, 즉 ALDH 활성이 높은 사람은 술이 강하겠다. 주당들을 모셔두고는 "알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가 대단한데?"라고 말하는 것이 이치에 맞으니 제대로 알고 있자.

(구분해야 할 것이, 알콜에 의해 기분 좋게 알딸딸 해지는 alcohol buzz 현상은 알콜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들은 유난히 얼굴이 잘 빨개질까? 다시 아세트알데하이드다.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낮은 사람이 술도 잘 마시고 얼굴도 안빨개진다.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낮으려면 앞서 말했듯이 이를 빨리 분해시킬 수도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에탄올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전환이 더딘 사람도 이에 해당한다. 인풋활성이 낮거나 아웃풋활성이 높아야 한다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을 포함한 일본, 중국인들은 인풋활성이 높고 아웃풋활성이 낮다. 즉, 알콜분해효소는 잘 작동하는데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는 그렇지 않아 숙취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쌓이기에는 아주 최적이다. 이에 대해 고찰한 논문은 무려 1972년에, 또 무려 이곳 보스턴의 하버드메디컬스쿨 병원인 Boston Children's Hospital에서 Science에 발표되었다.

 출처: Science

70년대의 이러한 표현형 연구로부터 현재의 분자유전학 연구로 밝힌 결과, 약 80%의 아시아인들 (태국, 라오스, 인도 제외)은 알콜분해효소의 변이형인 ADH1B를, 그리고 한국, 일본, 중국인들은 다른 변이형인 ADH1C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두 타입 모두 알콜분해효능이 매우 뛰어나며 ADH1B의 경우 일반 알콜분해효소에 비해 40~100배 정도 높다고 하니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아주 잘 공급하겠다. 반면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의 경우를 보면, 약 50%의 동북아시아인들은 미토콘드리아 ALDH2에 우성변이가 있어 활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다시 한번, 숙취에는 아주 최적인 유전형질이다.

반면 이 덕분에 알콜중독에 빠지는 일은 다른 민족에 비해 적다고 한다. 숙취를 느끼면 괴롭기 때문에 술을 잠깐이나마 멀리 하게 되지만, 숙취를 못 느끼는 민족들은 그 만큼 알콜과 더욱 가깝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콜중독치료제인 disulfiram은 아세트알데히드분해효소를 오히려 억제하여 인위적으로 숙취를 유발시켜 술을 멀리하게끔 한다니 이 또한 재미있는 접근 방법이다.

술 얘기하면 생간, 어린간 등 에 대한 말도 많이 나온다. 실제로 80%의 에탄올은 간에 존재하는 알콜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고, 이는 다시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니 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2~10% 정도의 에탄올은 땀이나 소변, 날숨으로 배출되는데 음주측정기에 불 때 측정되는 알콜이 여기에서 기인한다).

참고로 혈중알콜농도가 0.05% 되면 음주운전에 걸리는데, 신체의 에탄올 분해는 20mg/100ml 즉 0.02% 이상의 알콜농도가 되면 포화된다고 한다. 이는 보통 성인이 맥주 한 병 정도 먹으면 도달하는 농도이다. 하지만 맥주 한 잔 했다고 음주에 걸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한 시간에 0.01~0.02%씩 분해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유성호 교수는 0.018%/hr이라고 말씀하셨다). 알콩중독자들은 0.025~0.035%/hr로 분해한다고 하니 하수구처럼 들어가겠네 ㅎㅎ

시중에 나온 숙취해소음료들은 어떤 기작일까 (사실 숙취해소음료도 위와 같은 유전적 이유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고, 이곳 미국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서부터는 확실한 사실은 아니다. 팩트체크 요. 알고 있는 정도만 읊어보면 보통 오르니틴이 많이 거론된다. 역시 숙취해소에는 간인데, 간에서 일어나는 아미노산 대사인 유레아 사이클의 구성물질이 오르니틴이고, 오르니틴을 첨가해주면 간기능이 좋아져서 알콜이나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비타민이나 초콜렛도 많이 거론되는데, 조효소나 당은 에너지대사를 원활히 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회식 때 나랑 일하는 동생녀석이 한미약품의 Fiss를 종종 챙겨주기도 했었는데, 성분에 콩재조합단백질이라고 적혀 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를 직접 넣어준 것이 아닐까 한다. 기분 탓인지 효소를 직접 먹을 때 효과가 가장 나았던 것 같다.


오늘의 설약: 한국인들은 알콜 분해는 잘 하는데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를 잘 못해서 얼굴이 빨개지고 숙취가 많다.


술에 얽힌 과학이 이렇게 많으니 역시 인생에 많은 가르침을 주는 녀석이다. 고마워.




[참고문헌]
https://en.wikipedia.org/wiki/Alcohol_flush_reaction
https://en.wikipedia.org/wiki/Acetaldehyde_dehydrogenase
https://en.wikipedia.org/wiki/Alcohol_dehydrogenase
https://en.wikipedia.org/wiki/Disulfiram
http://tmedweb.tulane.edu/pharmwiki/doku.php/alcohol_alcohol_addiction



2017년 12월 3일 일요일

왜 고기는 구우면 갈색으로, 새우는 빨간색으로 변할까? (구움에 대한 고찰)

고딩의 눈에 비친 생물2 선생님은 세상의 모든 현상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척척박사였다.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 모두 물어보라는 자신감을 비친 선생님께 나는 왜 티비를 통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 띠 같은 것이 깜빡이면서 나타나는지를 질문했었고, 즉석에서 주파수와 인간의 뇌가 어떤 장면을 인식하는 시간으로 답해주실 만큼 해박하신 분이었다. 사실 대학이나 대학원 때 교수님들도 잘 모르시는 내용을 이미 고등학교 때 그분을 통해 배운 것도 많았는데, 광합성 명반응의 순환적광인산화 (Photosystem I)과 비순환적광인산화 (Photosystem II)가 왜때문에 나누어져 있는지, 언제 어떤 놈이 돌아가는지에 대한 그것이 대표적이다.

출처: 내 텍스트생물2

위는 아직도 종종 찾아보는 고등학교 텍스트생물2에서 발췌한 것이다. 교과서 대신 이 책으로 진도에 맞춰서 필기를 했었다. 고1, 고2 때 생물에 대해 배운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고3 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다. 아무튼 아랫 부분의 필기가 바로 위 광인산화 질문에 대한 대답인데, 학부 때든 대학원 때든 이에 대해 알고 계신 교수님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주말에 집에서 고기를 굽다보니 문득 이 선생님이 떠올랐다. 이분이 알려주신 기억나는 상식 중 하나가 고기를 구우면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답부터 말하면 고기 속 미오글로빈의 철이온이 산화가 되어 색깔이 변하는 것이다.

미오글로빈은 헤모글로빈처럼 헴 (heme) 단백질로 구성되어 산소를 보관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에서, 미오글로빈은 근육세포에서 (즉, 고기에는 미오글로빈이 많다) 역할을 한다는 장소의 차이점과, 헤모글로빈은 헴그룹이 네 개로 이루어진 tetramer인데 미오글로빈은 모노머라는 구조의 차이점이 있다.


 출처: https://www.buzzle.com/ (좌), http://slideplayer.com/slide/4462886/ (우)


위의 그림처럼 헴단백질 가운데는 철이온이 자리잡고 있다. 철은 산화환원이 잘 되어서 산소를 붙였다 뗐다 하는데 최적화된 이온이다. 미오글로빈은 바로 이 철이온의 산소와 결합정도, 즉 산화정도에 따라서 색깔이 변하는 것이다.


출처: https://www.slideshare.net/johnncoupland/38-mb-lecturefoodchem 


위에서 보이듯 철의 산화상태와 라이간드 (산소)와 결합정도에 따라 미오글로빈 구조가 변해 빛을 반사하는 성질도 바뀌게 되어 색깔이 달라진다. 굽기 전의 고기는 oxymyoglobin을 가지고 있어 붉은색을 띠는 것이고, 굽게 되면 산화에 의해 metmyoglobin으로 변하여 갈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이후 저 상식을 기억하고 살아오고 있었다. 그러다 새우구이를 조우했을 때 이 상식이 통하지 않음을 발견하고 잔잔한 당황과 함께 그 원인을 찾아본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새우나 게 같은 놈들은 왜 반대일까?

이놈들의 붉은색 물질은 미오글로빈이 아니다. 그러니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새우나 게는 껍질에 아스타잔틴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 원래 아스타잔틴은 푸른 계열의 빛파장을 흡수하고, 그래서 붉은 계열로 보이게 하는 색소이다 (귤이나 토마토의 색도 일부 아스타잔틴이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새우에서 아스타잔틴은 crustacyanin이라는 단백질과 결합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 단백질은 아스탄잔틱을 꽉 잡고 있어 이 색소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평평하게), 이 구조변화에 의해 흡광성질도 달라진다. 그래서 싱싱한 새우는 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열이 가해지면 이 crustacyanin이라는 단백질은 와해 (denaturation)가 되고 아스타잔틴은 비로소 자유가 되어 제 구조를 되찾아 붉은 계열을 띠게 되는 것이다. 재미가 있는 구이의 미학이다.


굽다.

불과 연소라는 것은 적잖은 물리화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는다. 물리적으로 열에너지를 전달하는, 그리고 화학적으로는 산소를 어디에 갖다 붙이는 그런 의미를 지닌 현상이다. 전자에 의해 단백질 와해가 일어나서 아스타잔틴을 해방시켜 빨간색을 띠며, 후자에 의해 미오글로빈의 철이온이 산화되어 갈색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물리와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2017년 11월 26일 일요일

모발재생과 Wnt 신호전달

모발에 대한 이야기를 또 작성한다.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의 남자가 되기 위하여.

지난 10월 연세대 최강열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발표되었다. "모낭을 재생시키는 탈모치료 물질 개발"이라는 타이틀로 각종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일단 요즘 많은 과학인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제목이 너무 앞서나간 건 사실이다. 아직 랩수준의 결과 (마우스와 인간모유두세포 in vivo 결과까지 보이긴 했으나)이고 임상 등 최종 상업화가 되려면 몇 년은 있어야 할 테다. 뭐 이건 교수 측에서 원했든 그러지 않았든 주목을 끌어야 하는 게 기사의 숙명이니 그려려니 한다. 그리고 '개발'이라는 단어가 꼭 상업화 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니 관점에 따라 허위보도는 아닐 듯 하다. 

본론으로 가서 연구결과의 중심에는 Wnt signaling (윈트라고 읽는다)이 있다. 초파리의 wingless 표현형으로 노벨상까지 안겨준, 배아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매우 유명한 유전자이자 신호전달경로이다 (최근 식물에도 상동유전자와 신호전달과정이 존재한다고 밝혀지고 있으며 주로 스트레스 반응기작에 관여한다고 한다. 식물의 2만여개 유전자 중 스트레스에 관여하지 않는 녀석이 얼마나 될까만은). Wnt 신호전달도 GPCR처럼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에 라이간드가 붙음으로써 시작되는데, Wnt 단백질이 외부자극에 의해 직접 라이간드로 역할을 한다. Canonical, non-canonical 경로가 있으나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핵 속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즉, 세포외부의 자극 → 세포막 → 세포질 → 핵 → 유전자 발현 조절이라는 신호전달경로의 정석을 Wnt 신호전달도 따르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 의하면 Wnt 신호전달이 모낭에서 모발형성에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대머리가 진행되고 있는 세포에서는 Wnt 신호전달이 억제되어 있는데, 이 억제에 관여하고 있는 단백질이 CXXC5이다. 억제를 풀어주기 위해 PTD-DBM이라는 펩타이드를 처리하면 CXXC5가 제 역할을 못하고 Wnt 신호전달이 다시 활성화 되어 세포재생이 일어나 모발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앞서 미디어들이 보도한 탈모치료 물질이라는 것이 바로 이 펩타이드이다. 참고로 PTD는 protein transduction domain의 약자로 치료용 펩타이드가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도메인이며, DBM은 Dvl-binding motif의 약자로 Wnt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Dvl (Dishevelled, 디셰벌드)라는 단백질과 결합하는 부위이다. CXXC5는 바로 이 Dvl과 붙어 제 역할을 못하게 하여 Wnt 신호전달을 막는데, PTD-DBM은 CXXC5가 Dvl과 못 붙게, 즉 Wnt 신호전달을 억제하지 못하게 하는 기작이다.

최강열 교수팀은 CXXC5 분야의 선구자이다. 이 단백질의 발견으로 2015년 Nature에 논문을 게재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EMBO Molecular Medicine에 골다공증과 뼈재생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잠깐 이 2016년 논문의 대표그림을 보자.

(출처: EMBO Molecular Medicine)

모발재생과 완전 동일한 접근이다. 다만 이 세포는 뼈조직의 그것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 핵 안에서 발현되는 유전자가 뼈 관련 유전자라는 점만 다르다. 뼈조직 재생을 위해 CXXC5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점도 같다. 다만 여기서는 DBM과 같은 펩타이드가 아니라 KY-02327과 같은 small molecules를 이용했다. 약물로서 펩타이드와 small molecule의 차이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루겠지만 현재까지 대부분의 블록버스터 약들은 small molecules라는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되겠다. 

그러면 이번 모발논문에서 언급된 PTD-DBM은 뼈에서는 역할을 못하느냐 하면 그건 아닐 것이다. 장소만 다를 뿐이지 사용하는 단백질들은 모두 동일하다. 모발에서 Wnt를 억제하는 놈은 뼈에서도 Wnt를 억제하여 자칫하면 모발약이 뼈재생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상업화까지의 적지 않은 해결과제가 있겠지만, 논문을 보며 처음으로 드는 생각은 바로 이 부작용 이슈였다. 국소부위 치료, 그리고 여타 많은 최첨단 drug delivery 기술들이 있으므로 임상에서 잘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여담으로, 여기까지 보면 CXXC5가 "나쁜 놈" 같다. 이런 negative regulator들은 항상 뭔가 억울할 듯하다. 위 그림을 다시보자. CXXC5도 Wnt 신호전달에 의해 발현되는 놈이다. 음성피드백. 자기를 낳아준 부모에게 자기를 더 못낳게 하도록 방해하는 녀석이다. 또 나쁜 놈 같네; 그런데 사실 negative regulator들은 생명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신호전달과정은 대부분 negative regulation이 해제되는 기작을 통한다. 신호가 왔을 때 처음부터 만들어 내는 것 보다, 다 만들어 놓고 허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관리자가 없어지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다. 또한 어떤 신호가 왔을 때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과유불급. 이런 역할들이 없다면 브라질과 왁스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찾는 단어가 될 지도 모르며, 혹은 많은 이들이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야 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간은 우리 몸에 필요 없는 유전자나 단백질은 최소화 하도록 진화해 왔을 것이다. 하나하나 기능에 감사하며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 

오늘의 설약: 모발형성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놈을 억제하면 모발재생의 길이 열릴 것이다.

또 재미질세!

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독극물의 분자생물학적 사유 (비소 이야기)

어제 지인들과 식사를 하는데, 잠깐 중금속 이야기가 나왔다. 한 분이 중금속이 동물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줄기세포와 유전자가위로 연구하고 있다고 하셨고, 그런 중금속으로 납이나 비소 등을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랩도 애기장대에 각종 중금속을 치고 표현형, 유전자형, 전사체 등등 분석하는 일을 루틴하게 했었기에 쉬이 내용이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비소 (Arsenic, As).

미국에서는 비소가 많은 이슈가 된다. 미국쌀에 비소함량이 높다는 언론의 보도들이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예전 목화재배 때부터 바구미 박멸을 위해 비소함량이 높은 살충제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나.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비소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에 PNAS에서 비소 관련 논문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우리 박지영 박사도 2010년에 이 주제로 PNAS에 논문 내고 그해 코짜렐리상을 받았었고 (She deserves it, even more!). 그 근처로 우주친구 NASA에서도 비소에 관심을 표명했었으니, 이름에 As가 들어가는 기관들은 다 비소를 좋아하나 보다라고 날카롭게 추정한 기억도 있다.

나는 비소를 연구주제로 삼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깨너머 관심은 있었다. 특히 조선시대 사약에 사용됐던 비상 (비소의 산화버전)의 성분이라는 점이 왠지 매력있었다. 왜 식물은 문제의 비소를 잘 흡수할까?

해답은 수송체와 주기율표에 있다.

일단 식물의 3대 비료는 질소, 인산, 가리라고 중고등 때 배, 아니 외웠다 (배움이 늘 수록 가리는 칼륨이고, 칼륨은 포타슘이라는, 최근 들은 포타슘은 pot ash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에 의한 잔잔한 센세이션의 기억도 있다). 이중에서 비소와 관련이 높은 놈이 있으니, 주기율표를 한번 들여다 보자.


(출처: https://sciencenotes.org/printable-periodic-table/)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수헤리베 비씨엔오플네 나만알지펩시콜라 칼카. 무작정 암기도 언젠가는 써먹을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칼카 다음에 전이원소들 지나서 4주기 15족에 As이 보인다. 근데 바로 위에? 인 (P)이 있다. 동족. 최외각전자수가 같은, 그래서 화학적 성질이 유사한 서로인 것이다. 비소와 관련이 높은 비료는 인산이었다. 

식물이 손꼽아 필요로 하는 세 개의 영양소 중 하나이니 수송체는 얼마나 발달했겠는가. 그런데 이 화학적 성질이 유사한 비소가 인산수송체를 도용할 수 있으니 식물은 또 이를 얼마나 쭉쭉 빨아들이겠는가. 그래서 작물에 포함된 비소가 많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같은 족에 있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수송체로 흡수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흡수된 후에 체내에서도 인을 사용하는 자리에 비소가 대체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른 게 아니라 이게 바로 '독'이다. 인은 우리가 잘 아는 생물의 에너지통화인 ATP에도 들어가니까 말 다했다. 지인분이 체내에 미치는 분자생물학 기작을 더 자세하게 분석해주실 테니 나중에 논문 나오면 안읽고 설명해달라 해야지 ㅎㅎ

(여담, 아파요아파요병을 일으키는 중금속인 카드뮴 (Cd)도 아연 (Zn)과 같은 족인데, 결국 우리 몸에 아연이 들어갈 자리에 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연은 징크핑거 등 DNA에 붙어서 일하는 단백질들에게 매우 중요한 놈이니까 굉장히 심각해질 수 있어 보인다.)

조금 더 들어가자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흔한 비소의 형태는 arsenate와 arsenite 이 두 가지다. 인산을 닮은 놈은 arsenate이고, 산화정도에 따라 다른 형태도 존재하는데 물이 많아 질퍽질퍽한 논 같은 곳에서는 arsenite 형태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arsenite는 인산을 닮지 않았으니 인산 수송체를 통해서 흡수되지 않는다. 식물이 흡수를 못하면 참 좋을텐데 또 기어이 들어온다고 하니 바로 아쿠아포린을 통해서다. 징펭마 선생이 2008년에 이걸 밝혀내서 저널클럽으로 다뤘던 기억이 난다. 역시 피나스 논문에.

수송체 연구실에 있었으니 수송체가 익숙하고 그나마 재미도 있다. 이론으로는. 그런데 난 수송체 실험의 역량은 0이다. 몇 번 해봤으나 어렵고 특히 손이 나쁜 나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스트레스를 주는 실험이었다. 식물세포 껍데기를 벗겨서 수송체를 발현시키거나, 효모에 발현시키거나, 개구리 오오사이트에 발현시킨다. 보통 ABC수송체 연구하므로 ATP를 넣어줘야만 작동한다. 가장 힘든 경우는 발현시킨 다음에 세포 안팎을 뒤집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ATP와 붙는 부분이 세포 내에 있으면 ATP 주기가 힘들기 때문에 뒤집어서 세포 밖에 ATP를 줘도 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이놈이 펌핑하는 방향도 바뀐다. 내뱉던 놈이 흡입하는 놈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ATP뿐만 아니라 이 수송체가 나르는 대상물질인 기질을 넣어줄 때도 비슷한 이슈가 있다. 더군다나 이 기질은 트래킹이 돼야하기 때문에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식이 되어있고, 이때문에 실험도 방사성동위원소실에서 이상한 거 뒤집어 쓰고 진행해야 된다. 아...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스트레스가 마구 쌓이는 걸 보니 난 확실히 실험이랑 맞지 않나보다.

그래도 랩동료들의 훌륭한 성과들 덕분에 머리속에는 많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며, 또 어제 재미있는 얘기를 해준 지인분께도 감사드리며, 그분 논문이 나오면 즐거이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알려줘야지. 재미지다!

(동의보감에는 비소가 말라리아 치료 등의 목적으로 한약재로 쓰였다고 하는데. 신기한 게 참 많다.)


2017년 10월 7일 토요일

SynBioBeta SF 2017

샌프란시스코 SynBioBeta 다녀왔다.

한국 다녀온지 일주일만에 서부를 다녀오려니 시차가 완전 꼬여서 내내 힘들었지만, 이를 보상할 만큼의 구성과 참여진이었다. 업체로는 Ginkgo, Modern Meadow, AMSilk, Synlogic 등 요즘 합성생물학계, 아니 전체 업계를 놓고 봐도 "핫"한 이름들이다. 더군다나 George Church와 Jim Collins가 왔으니 알차지 않기도 힘들어 보인다.



늘 논문과 기사로만 접하던 분들의 목소리와 제스쳐를 직접 접한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 묘한 일이다. Jim Collins는 날렵한 외모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그보다도 더 말이 빠르고 아이디어의 번뜩임이 느껴졌다. Church는 최고권위자로서 말 그대로 권위적인 태도를 보일 줄 알았으나, 상당히 부드럽고 교양있고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이게 진정한 권위자의 위엄일지도. Reshma Shetty는 작년 봄 샌디에고에서 보고 약 1년 반만에 봤는데, Jason Kelly와 더불어 Ginkgo는 언변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인물이다. 물론 언변만큼 실력이 뒷받쳐 주니 어마무시한 펀딩을 이끌어 오고 있는 것이겠지만.

이번에 확인한 합성생물학계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Food   #Consumer  

합성생물학이 적용되는 산업키워드다. 이번에 Memphis가 왔지만, Impossible Foods로 대표되는 대체뭐시기들. 지금은 Perfect Day로 이름을 바꾼 Muufi (효모로 우유 생산)도 참여했으며, 이번에 처음 알게된 Finless Foods라는 업체도 인상 깊었다 (cell culture로 생선 생산). 줄기세포와 세포배양 분야의 연구개발로 이제 별걸 다 만든다. Consumer 분야의 대표주자인 Modern Meadow의 세포로 배양한 가죽 (원래 동물세포였으나 여러 유전자 발현 이슈로 지금은 효모로 생산한다고 함)은 ZOA라는 브랜드명으로 며칠 전부터 뉴욕 MoMA에서 전시된다고 한다. 아디다스와 협업하는 AMSilk, 그리고 이런 textile을 염색하려는 Colorifix와 아예 잉크를 만드는 Living Ink 등이 눈에 띈다. 

#Cell-free process

작년에 비해 올해 눈에 띄는 기술키워드다. 이제 대사공학을 아예 세포 없이 진행하는 업체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곳 보스턴의 Greenlight Biosciences도 있지만 Jim Collins도 본인 연구실에서 cell extract (lysate)로 이런 걸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아예 cell-free 워크샵이 따로 마련돼 Synvitrobio (Church도 설립에 관여)와 Invizyne이 발표했다. 합성생물학계에서도 미니멀리즘 바람이 부는 것인가. 


아무튼 "합성생물학"이라는 용어의 힘은 기존 산업바이오의 실패를 완벽하게 덮고 있다는 데에서도 분명 기인할 것이다. 바이오에너지와 바이오화학으로 대표되었던 1세대 산업바이오의 실패. 기술이 다른가? 물론 요즘은 AI나 머신러닝 등을 바이오에 접목 시키는 등 확실히 기술측면에서도 진전이 있긴 하지만, 사실 미생물과 같은 생명체를 유전공학, 대사공학으로 개량하여 목표물질을 생산한다는 기본 프레임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이나 투자자들에게 1세대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상기시키면 이 업계는 커가기 힘들테고, 마침 합성생물학이라는 용어를 빌어 완전 새로운 산업처럼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Church가 세웠던 LS9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려하지 않는다. 1세대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건 모두 알다시피 유가이다.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를 만들고 석유화학을 대체하는 화학물질을 만들려고 했는데, 유가가 이렇게 낮으면 바이오메리트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나는 "생산"에만 집중했던 사업모델 자체도 실패의 큰 원인이라고 본다. 만들 수 있다면 누군가는 사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지금 컨슈머나 음식 쪽으로 향하고 있는 이런 흐름은 1세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항상 고객이 원하는 것을 -B2B든 B2C든- 밤낮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지금의 이 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인하게, 마치 아무도 더이상 1세대 산업바이오를 언급하지 않듯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SynBioBeta는 여느 컨퍼런스와는 달리 일반인들도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매우 고무적이다. 마치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IT업계처럼,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인식의 바람을 일으키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특히 내년에는 컨퍼런스를 일주일간 열면서 일반인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금문교를 DNA 나선으로 그릴 생각을 하다니.. 한참을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그림의 신선함만큼이나 내년 프로그램 기획 또한 인상적이므로, 사뭇 기대된다. 합성생물학 화이팅.

2017년 8월 17일 목요일

데오도란트? 넣어둬 (암내의 유전학)

외국에 나와 살다보니 한국사람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암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부터 한국인에게서 암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고, 이게 유전자 때문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Letz drill it down!

일단 암내가 왜 나나.
겨드랑이 밑에 많이 분포한 땀샘 (apocrine gland) 세포에서 무언가를 분비하기 때문이다. 세포분비 (cell secretion)은 생리적으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아주 중요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분비되는 물질 중에 아로마틱 구조를 가진 물질은 향 혹은 악취를 내게 된다. 겨드랑이 땀샘에 위치한 세포 내에 있는 이런 냄새물질을 밖으로 분비면하서 암내가 발생하는 것.

(출처: https://sites.psu.edu/siowfa12/author/hqc5129/ 펜스테이트 페이지라는데 안뜨네)


그런데 이 세포 내의 냄새물질을 밖으로 퍼내려면 세포가 주머니 같은 걸로 싸서 보내야 하는데, 주머니 안으로 냄새물질을 넣어주는 수송체가 있으니 바로 ABC 수송체다. 크.. 여기서 ABC를 조우하게 되다니 불역락호! ABC 단백질은 이영숙 교수님 랩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7년 동안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 고통-아니 성장이라고 하자-을 주었던 그 ABC 단백질. 어쨌든 암내에 관여하는 ABC 수송체는 ABCC11이라는 MRP 타입의 녀석인데 분자기작은 다음과 같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동경대, 동경공업대, 나가사키대, RIKEN 등 일본 연구진의 리뷰논문이다)


저기 보이는 냄새물질을 수송체 (ABCC11)가 주머니로 잘 넣어주고 있다. 그런데 이 수송체에 문제가 있다면? 냄새물질이 날라지지 않겠지. 그럼 겨터파크에도 냄새물질이 녹아 있지 않겠네. 그렇게 수송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타입이 대부분의 한국인에게서 발견된다는 사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위의 그림이 수송체를 2D로 펼처놓은 그림이다 (그래도 간만에 ABC 수송체 구조를 보니 가슴이 먹먹한 뭔가가 있다). 여러 가지 변이를 위치별로 표시해놨는데, 그중 첫 번째 transmembrane domain의 G180R (180번째 아미노산인 glycine이 arginine으로 바뀐 변이), DNA로 보면 SNP 538G>A이라는 녀석이 유독 한국인에게서 많이 발견된다는 점! 심지어 아래 결과에서는 (대구시민들 조사) 100% A타입, 즉 이 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왔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이 논문에서 인류진화론적으로 설명하기를 옛날옛날에 몽고인들에게서 이 변이가 생겼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것이 동북아시아에 집중되면서, 특히 지금은 몽고인보다도 한국인이 더 많다는 추정. 일본인에서도 많이 발견되니 일본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ABCC11과 인간 표현형 관계를 밝힌 최초 논문도 일본팀에 의해 2006년 Nature Genetics에 실렸다. 전부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그럼 ABCC11이 나르는 냄새물질은 정확히 무엇일까? 일단 연구실 (in vitro)에서 밝혀온 물질 (기질 or substrate)로는 아래와 같은 지용성음이온성 물질이 많다고 한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다 링링한 것이 냄새가 솔솔 나게 생겼으나, 정확히 체내 (in vivo)에서 ABCC11이 어떤 녀석을 날라서 여러 가지 표현형을 나타내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저런 변이들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지, 뭐 한국인들 다들 잘 살고 있으니 부작용이랄 것까진 없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이외의 현상은 없는지 궁금하다. 밝혀진 다른 표현형으로는 귀지 (마른 vs 축축한), 유방암 치료 감응성 등이 있다고 한다만 오늘은 체력방전이 궁금함을 앞서서 다음에 보는 걸로..

오늘의 설약 (說約): 한국인은 겨땀 냄새 분비에 관여하는 ABCC11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 암내가 없다

또 재미지다-

2017년 8월 16일 수요일

젖산으로 머리를 풍성하게

Nature Cell Biology재미있는 논문이 떴다. 



머리 모낭의 줄기세포 (hair follicle stem cell=HFSC)가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젖산 (lactate)에 의해 활성화 된다는 연구결과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HFSC에서 다른 곳의 세포들에 비해 젖산생성효소인 lactate dehydrogenase의 발현 및 활성이 높다는 것을 바탕으로, 이 효소의 유전자를 억제했더니 줄어든 젖산에 의해 HFSC의 활성도 없어지고, 젖산생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피루브산수송체 (Mpc1)를 유전적으로 혹은 약 (UK-5099)으로 억제시켰더니 HFSC 활성이 올라간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lactate dehydrogenase를 젖산분해효소라 적어두고 젖산생성효소라고 읽다니 조금 의아할 수 있는데, 위키를 찾아보니 피루브산과 젖산의 상호변환반응 (가역반응)에 모두 관여하며, 산소가 적을 때는 주로  젖산을 생성하는 쪽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머리가 듬성한 분들께 희망을 보여주는 논문이라고 자평하는데, 외부에서 젖산을 처리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 혹은 우유를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되는지 등의 실용적인 내용은 못 찾겠다 (논문을 꼼꼼히 뒤지면 나오려나?). 다만 UK-5099 같은 스몰몰레큘이 모낭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는 내용 정도!

재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