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5일 토요일

Modular Body? 닭고기 조각이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 그리고 오가노이드

닭고기 생명체는 아직까진 가짜다!

예전에 과외했던 학생이 오늘 아침 페북 영상을 하나 공유해줬다.



음.. 고맙다, 준만 ㅋㅋ

페북 댓글들을 보니 원리에 대한 논쟁이 많던데, 결론부터 말하면 저 영상은 sci-fi, 즉 가짜다. 그러니 속지마시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루겠다.)



(그러니 영상에 나오는 이분도 소설 속의 주인공일뿐이다. 
생물학자라길래 구글에서 열심히 뒤져봤다는..)


그래도 뭔가 호기심이 생겨 이 영상의 출처에 대해 찾아보았다. The Modular Body.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아래와 같은 수 많은 영상 조각이 뜬다 (모바일용은 이 기능이 지원이 되지 않는듯).



그리고 왼쪽에 'about'을 클릭해보면 나오는 첫 문장은 "The Modular Body is an online science fiction story about the creation of OSCAR, a living organism built from human cells."이다. 즉 OSCAR라는 인공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다룬 공상과학소설이라는 것이다. 머리, 몸통, 팔다리를 레고조각처럼 '모듈화'시켜서 여기저기 갖다 붙여 만드는 생명체.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람은 네덜란드의 필름메이커이자 비쥬얼아티스인 Floris Kaayk이다. 아티스트가 만든 스토리이니 탄탄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진 않았겠다. 그래도 최근 줄기세포와 재생의학, 오가노이드 등에 대한 과학기사들에 착안하여 OSCAR 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하니 나름 시사하는 바는 많을 것 같다.

위에 홈페이지 사진처럼 다양한 영상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영상을 보여주는 나름의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즉 아무 영상이나 찍어서 보면, 이야기의 논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다음 영상을 제안해준다고 한다. 나중에 시간나면 한번 봐야지..


현재 과학기술로는 어디까지 만들 수 있나?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할 것 같다. 사실 요즘 3D 프린팅으로 연골조직을 만든다거나 인공성대까지 만들어 내기도 한다.

위스컨신 대학의 Nathan V Welham 박사가 만든 인공성대에 관한 연구 결과는 작년 말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됐으며 Science에서 뉴스로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기사에 동영상도 있으니 한번 보시길.. 좀 징그럽지만.

(작년 논문에 발표된 인공성대)


3D 프린팅으로 연골조직 만드는 스위스 연구진의 2014년 설명 동영상도 있다.



위의 동영상에서 설명되었지만 3D 프린팅 기술로 생체조직을 만드는 것의 원리는 이렇다. 프린터에 여러 색깔의 잉크를 넣는 대신 여러 세포로 구성된 바이오잉크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3D 맵을 입력해주면 프린트는 3차원의 위치 (xyz 축이 있겠죠?)에 각각 적합한 세포타입을 넣어주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시라.


(바이오잉크에는 세포뿐만 아니라 펩타이드, plasmid DNA (!), growth factors도 들어있다고 한다. 재밌을세..)

아무튼 이렇게 인공기관이나 조직을 만들 때에는 줄기세포가 두루두루 쓰인다. 만들려고 하는 조직에 적합한 세포로 분화를 시키려면 줄기세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건도 있었고, 일본에서는 교토대에서 몇 년전에 노벨상도 타고 또 오보가타 사건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줄기세포. 아무튼 요즘에는 교토대 교수에게 노밸상을 준 iPS세포 (역분화줄기세포)가 회자가 많이 된다.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인데, 이건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우리 몸의 세포를 아무거나 뜯어서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큰 이슈가 되었다. 성체세포도 유전자 몇개를 잘 건드리면 줄기세포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즉 팔에 있는 세포를 뜯어서 심장을 만들 수도 있다는..! 아무튼 이런 iPS세포의 발견으로 이런 인공기관이나 조직을 만들어내는 연구가 더욱 불이 붙었다. 거기다 3D 프린팅 기술까지 나오니, 융합의 시대에는 기술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아무튼 이런 기술들로 인해 '오가노이드 (organoid)'라는 용어가 요즘 유행이다. 이를 다룬 브릭리포트에서 문구를 빌려오면 아래와 같이 오가노이드를 설명하고 있다.

"조직에서나 혹은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된 세포를 이용하여 이를 3D 형태로 배양을 하여 마치 인공장기와 같은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오가노이드 (organoid)라고 한다. 오가노이드는 장기의 ‘organ’과 -와 같은 이라는 의미를 가진 접미어로 ‘장기와 유사한 것’이라는 말을 지니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3차원 배양 방법을 통하여 세포와 세포의 기능이 좀더 잘 배열되고, 기능성을 가지는 기관 같은 형태와 기능을 지닌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위와 같이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지만, 공통된 목소리는 이제 겨우 시작단계라는 것이다. Long story short, 닭고기 생명체는 아직 멀었다. 생체로 구성된 조각을 뭐 움직이게는 할 수 있겠으나.. 정말 생명체처럼 자극에 반응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뇌와 신경에 대한 이해도 더욱 필요하겠고, 또한 모듈과 모듈을 수 많은 신경과 혈관으로 잘 이어주는 기술이 필요할텐데.. 언젠가는 가능하겠으나 아직은 먼 이야기 같다는 것이 내 결론.

곤충을 삼등분하면? 아직까지는 (죽)(는)(다)가 맞겠다 ㅎㅎ


[참고]
1. https://www.nextnature.net/projects/the-modular-body/
2. http://thecreatorsproject.vice.com/blog/sci-fi-vlog-tells-the-anatomically-strange-story-of-the-modular-body
3. http://www.sciencedump.com/content/modular-bodys-oscar-science-fiction-almost-come-life



2016년 6월 20일 월요일

GMO에 대한 나의 생각

여기서 다룰 GMO의 스콥은 식품에 초점을 둘 것이므로 대부분 GM식물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LMO처럼 살아있는 (living) 상태를 강조하는 용어도 있지만 (GMO는 가공처리 후 죽은 상태까지 포함) 여기서는 구분 없이 GMO로 통일한다.

GMO가 뭐길래?

유전자변형생물체이다. 그럼 유전자변형은 뭐냐?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것처럼 DNA가 있으면 그것으로부터 세포하나하나가 만들어지고 세포가 모여서 동물이나 식물 같은 개체가 된다. DNA가 달라지면 세포의 특성도 달라지고 그럼 개체도 달라진다. ‘DNA=유전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 GMODNA에 변형이 생긴 생물체이다.


유전자나 DNA의 변형이 위험해?

요 부분이 핵심인데, 답부터 말하면 모르겠다’.


안전하다는 입장부터 보자.

이 입장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것이 전통육종이다. 우리 조상들이 농사지으면서 우수한 놈을 선발하기 위해 교배를 시켜온 과정을 전통육종이라 한다 (원래 그냥 육종 (breeding)이라고 하는데 분자생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런 기술과 구분하기 위해 전통이라는 꼬리표가 붙음). 우리가 지금 먹는 쌀이나 사과나 토마토 등등 인간이 아주 먹기 편하게 자라준 것들은 다 육종의 산물이라고 보면된다. 원시인들이 발견했을 이들 야생종은 정말 보잘 것 없었다. 전통육종의 메커니즘은 뭘까? 유전자변형이다. 이 역시 유전자변형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요즘 GMO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일부 차이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전통육종으로 교배해온 작물을 먹는 것은 안전한데 GMO를 먹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친GMO 쪽의 가장 강력한 이론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무기는 자연변이이다. 자연적으로도 유전자의 변이가 일어나는데 GMO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자연적 변이로 생명체는 조금씩 변해가기 때문에 진화의 큰 기동력이 된다. 가장 흔한 변이원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을 많이 쬐면 DNA의 변형이 일어나며, 실제로 여러 실험실에서 자외선을 이용하여 변이를 인위적으로 일으키기도 한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원전이 터졌을 때 일어나는 돌연변이도 변이원은 다르지만 자연변이 범주에 속하겠다 (다만 이때는 변이를 일으키는 양이 방대하여 현재 환경이 수용하지 못하는 생명체가 나타날 수 있는 우려가 큰 것이다. 보통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이는 긴 시간을 두고 일어나므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주 서서히 도태되는 양상이다). 이 이론은 조금 더 일반인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부분이지만 업자들 사이에서는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변이를 일으키는 기작과 유사한 방법으로 만든 유전자변형생물체는 보통 GMO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GMO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외선이나 플라즈마, NTG, EMS 등을 이용하여 변이체를 만들어낸다. 다만 요런 변이원들은 DNA에 변형을 직접 가하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암세포를 만들어내는 기작과 유사하여 발암물질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실 이런 변이원을 이용하여 만든 변이체들은 게놈 내에 어느 부분이 변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잠재적인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규제와 따로가는 위험성..
어쨌든 이런 이유들을 주장하며 국내외 유명한 생물학자들은 GMO가 안전하다는 주장을 한다. 이런 팩트들을 일반인들이 이해를 못하고 막연한 두려움만 가지고 있다고 답답해한다.
그럼 내 생각은? 지금부터 조심스레..

 

안전성··· 겸손하게, 하지만 냉철하게 살펴보자.

위 사실들이 대부분 팩트인 것은 인정. 하지만 나는 분자단으로 내려가서 GM식물을 만드는 기작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GMO를 만드는 방법, 즉 원하는 형질을 얻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하는 방법은 1) 자기유전자 강화, 2) 자기유전자 억제, 3) 외래유전자 도입,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보통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GM식물들은 1) 혹은 3)의 경우가 많다. 자기유전자인지 외래유전자인지에 대한 이슈도 GMO규제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접어둔다. 실험단에서 보면 둘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식물에 이런 유전자를 도입 (형질전환)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것이 Agrobacterium tumefaciens라는 미생물이다. 이름을 보면 종양 (tumor)가 떠오르는 이 균은 실제로 식물에 근두암종이라는 종양을 일으킨다. 종양을 일으킬 때 이 녀석이 보여주는 엄청난 기작이 식물학계를 뒤집어 놓은 툴이 된다. 바로 식물에게 DNA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T-DNA라는 DNA 전이 (Transfer: T-DNA T) 부위를 지니고 있어 이 부위에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으면 알아서 식물에 집어 넣어준다. 원하는 DNA를 만들어서 이걸로 Agrobacterium tumefaciens를 형질전환시키고, 이 형질전환된 Agrobacterium tumefaciens를 이용해 다시 식물을 형질전환 시키는 것이다. 흔히 binary vector 시스템을 쓰는데 복잡하니 이건 생각하지 말고, 이 벡터 내에 존재하는 LB (left border), RB (right border) 사이에 유전자를 삽입한다는 것만 알아두자. 최종적으로 식물 게놈 안에 원하는 유전자가 박힐 때 유전자뿐만 아니라 LB, RB 염기서열까지 같이 박힌다는 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흔히들 벡터시퀀스 혹은 scar가 남는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 방법으로 원하는 유전자가 식물 게놈 안에 박히는 양상이 랜덤이라는 점이다. 즉 어떤 특정 부위에 특이성 (specificity)을 지니고 박히는 것이 아니라, 게놈 내에 아무 곳에나 박힌다는 것이다. 어떤 유전자 내에 박힐 수도 있고, 프로모터나 UTR 같은 조절부위에 박힐 수도 있으며, 아직 인간이 알지 못하는 부위에 박힐 수도 있다. 또한 같은 유전자가 게놈 내에 여러 군데 박힐 수도 있고 한 군데에만 박힐 수도 있다. 멀티카피, 싱글카피가 그럴 때 쓰는 말이다. LB, RB 같은 지표를 활용해서 게놈 내 어느 부분에 박혔는지 찾을 수 있고 요즘에는 게놈 염기서열 전체를 시퀀싱할 수 있으니 그렇게 찾는 방법도 있겠으나, 랜덤으로 박혀버린 유전자와 LB, RB가 식물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예컨대 새로운 cis element로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단백질을 발현시켜 버릴 수도 있다. 주변 DNAmethylation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처음 보는 small RNA를 발현시켜 버릴 수도 있다. , GM을 통해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전통육종도 유전자변형이라며?

그렇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통육종도 유전자변형을 통해 원하는 특징 (형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교배다. 우수한 놈들끼리 교배시켜서 더 우수한 자손을 얻는 것이다. 동물이나 심지어 인간도 우수한 자손을 만들기 위해 이런 일을 일삼는 경우도 있지 않는가. 쨌건 교배를 통해 원하는 유전형질을 얻어가는 기작은 염색체의 크로스오버에 기반을 둔다. 즉 엄마 아빠로부터 각각 받은 염색체가 나란히 있으면 이를 상동염색체라고 하고, 감수분열 시 상동염색체끼리는 유사한 염기서열이 있을 때 서로 팔을 섞어 교환하기도 한다. 이런 크로스오버가 염색체의 조합과 더불어 유전적 다양성을 일으키는 근원이다. 그런데 크로스오버로 교환되는 염색체 영역에는 하나의 유전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유전자를 포함한다. .. 사람의 염색체가 23개이고 유전자는 약 3만개 정도 되므로 염색체 하나에는 유전자가 평균 1,000개 정도 있는 것이니, 염색체 팔이 조금 섞이더라도 그 팔에는 얼마나 많은 유전자가 들어있겠는가. 그래서 전통육종에서는 우수형질을 부여하는 것을 유전자라고 하지 못하고 유전부위 (locus)라고 퉁쳐서 말한다. 염색체의 어느 특정 부위, 어느 유전자가 우수형질에 기여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형질을 양적형질 (quantitative trait)이라고 하고 이런 양적형질을 부여하는 유전부위를 지칭하는 것이 그 유명한 QTL (Quantitative Trait Locus)이다.
어쨌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크로스오버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육종이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는 GM식물과 비교해 안전한가?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GM식물 만들 때 남는 scar가 남지 않고, 또한 외부유전자가 게놈 상에 아무데나 박히지 않으며, 또한 크로스오버는 염기열 유사성을 기반으로 일어나므로 (homologous recombination) 유전자의 프레임시프트 같은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적다는 점 등에서자연스러워보인다. 또한 사람의 생식세포에서도 크로스오버가 수시로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일어나는 유전질병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 사람이 GM식물을 먹으면 안전해?

위에서 “GM을 통해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건 식물입장에서 한 얘기다. , 내 몸에 GM기술을 통해 우수 유전자를 도입하면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되겠으나, 나를 잡아먹는 거인에게도 안전한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즉,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GM식물을 먹으면 안전한가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러니 잊어라.
다시, GM식물을 먹으면 안전한가? 대학교 때 친구가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왜 위험한 것 같냐고 반문했더니 DNA가 사람 몸에 들어오면 위험한 것이 아니냐고. 우리가 먹는 쌀, 사과, 고기 등등에 모두 DNA가 들어있다고 그거랑 다를 것이 뭐냐고 했더니 끄덕. 대중들이 걱정하는 것이 이런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오해는 일단 불식시키고 가는 것도 맞다.
하지만 조금 안다는 업자들이 질문하는 것은 GM식물을 만들 때 유전자를 도입하기 위해 벡터를 통해 Agrobacterium tumefaciens를 형질전환 시키고 또 이놈으로 식물을 형질전환 시키는데, 그 벡터 시퀀스가 남아있는 식물을 먹으면 사람 몸도 형질전환 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 즉 그 유전자가 사람 게놈에도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벡터의 전이능력을 우려하는 것이다. 일단 대부분의 유전자는 사람의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분해된다. 그러므로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형질전환 과정에서 유전자를 전이시키는 능력을 지닌 부위 (vir 유전자 부위)는 식물로 옮겨지지 않는다 (T-DNA만 전이). 그러므로 벡터의 전이능력도 무력화된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일부 동물 실험에서 섭취한 유전자가 동물의 체세포에 전이가 된 것 같다는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이는 벡터 뭐시기가 아니라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수평전이 (HGT, Horizontal Gene Transfer)에 의해서 발생한 경우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생식세포까지 변형된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HGT도 얘기할 것이 많으나 여기서는 생략.


다 필요 없고, GMO는 독 있는 거 아냐?

GM식물이 독성을 띨 수 있는가? 이건 과학의 문제라기 보다는 규제의 문제로 풀어야 할 것 같다. 일단 내 경험을 말하면 학위과정 때는 GM식물 만드는 일을 매일매일 한다. 특별한 게 아니라 분자생물학계에서는 연구의 툴이자 스터디의 방법이다. 어떤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특허를 쓰거나 아무튼 랩 밖으로 나갈 일이 있으면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알레르기 위험성 예측이다. 각국의 국가기관 사이트에 가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서열이 DB화 되어 있어서, 내가 도입하고자 하는 유전자 염기서열과 비교하여 상동성이 낮아야지만 규제를 통과할 수 있다. 이런 안전성 법규와 제도를 수립하는데 정말이지 깊은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똑똑이들이 이런 쪽으로 많이 가야 한다.
그리고 외래유전자를 도입하는 경우 안전성 이슈도 있다. 예를 들면 해충 저항성을 부여하기 위해 유명한 Bt gene을 옥수수 등에 도입한다. Bt geneBacillus thuringiensis라는 미생물의 유전자로, 크리스탈 단백질 (crystal proteins 혹은 Cry proteins)을 발현시킨다. 해충이 이 GM식물을 먹으면 크리스탈 단백질도 섭취하게 되는 것이고, 이 단백질이 해충 장 속에서 장을 마비시키고 장막에 구멍을 내서 소화기능이 망가져 벌레는 굶어 죽는다. 그럼 이런 크리스탈 단백질과 같은 외래유전자로부터 발현된 단백질은 사람한테 안전한가? 케바케다. 그러므로 안전성 테스트가 정말정말 중요하겠다. 이건 또다시 법규와 제도를 잘 만들고 잘 지켜주기를 바랄 수 밖에.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GM을 통해 scar나 프레임시프트 등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도, 그러면 그 식물은 이미 비정상적인 성장을 할 것이므로 상업적으로 우수한 종으로 선발될 확률은 매우 미미할 것이고, 더군다나 안전성 테스트가 이를 걸러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식탁에 올라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무튼 규제가 바로 서고 잘 지켜진다면, 독성 부분은 안전성 여부가 비교적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유통되는 GM식물은 뭐가 있어?

소비자에게 다가오는 제품이나 브랜드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많은 브랜드가 쓰고 있다. 농부들이 재배하는 종자는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GM종자 회사는 Monsanto, DuPont, Syngenta이다 (신젠타는 최근 차이나켐에 합병됐다). 1위 업체 몬산토의 대표적인 GM식물은 Roundup Ready라는 대두 (soybean). GM계의 전설의 레전드다. 몬산토는 일단 Roundup이라는 제초제를 만들었다. 요 제초제는 glyphosate라는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Glyphosate는 아로마틱 아미노산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효소인 EPSPS를 방해하여 식물을 죽인다 (EPSPS는 사람에는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최근에 glyphosate WHO에 의해 발암물질로 규명되어 몬산토는 아니라는 실험결과로 받아치는 등 진흙탕 싸움 중이다). 어쨌건 이렇게 무작위로 식물을 죽이는 제초제인 Roundup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도록 만든 GM식물이 바로 Roundup Ready이다. 대두는 식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니 GM이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있는지는..
이외에도 위에서 말한 Cry 단백질을 넣은 옥수수도 유명하고, 맛을 증대시킨 GM작물도 많다. 대학원 때 듀폰, 신젠타, Bayer 같은 업체가 한국에 있는 대학 순회하면서 우리 랩에도 와서 유전자 특허를 브리핑 한 적도 있다. 끊임없이 우수 유전자를 찾아 다니며, 실제로 우리 랩에서 특허 하나는 꽤나 괜찮은 금액으로 라이선스 된 적도 있다.
미국에는 GM규제가 비교적 유하다. 유럽은 빡세다. 유럽 중에서도 스페인처럼 경제가 약한 나라에서는 비교적 유하다. 중국은 의외로 빡세다. 하지만 중국에 그 어느 곳보다 GMO가 많을 것이라는 데에는 보통 이견이 없다.


CRISPRnon-GMO 클레임...?

작년 Nature Biotechnology에 서울대 논문이 하나 실렸다. 생명과 최성화 교수님과 요즘 유전자가위 CRISPR로 잘 나가시는 화학과 김진수 교수님의 공동논문이었다. 최성화 교수님은 애기장대를 연구하시는 식물학자이시다. 논문 제목에는 non-GMO와 유사한 용어가 들어간 것으로 기억한다. 유전자를 변형하지만 GMO가 아니다? 전통육종도 아닌데? 실험방법부터 살펴보자. 일단 식물세포를 분리하여 원형질체로 만든다. 여기에 CRISPR-Cas9을 유전자가 아닌 단백질 형태로 세포로 집어 넣는다. 트랜스펙션으로. 그러면 단백질이 세포 내로 들어가 유전자가위가 타깃 부위를 싹둑. 그러면 그 부위의 유전자는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유전자변형은 성공. 그리고 수 일 내로 CRISPR-Cas9 유전자가위 단백질은 분해된다. 원래 세포 내에서 모든 단백질은 수시로 분해된다. 하지만 DNA가 있으며 그 단백질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CRISPR-Cas9은 유전자로 넣어준 것이 아니니 단백질로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핵심은 이것이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원래 식물이 가지고 있던 유전자 중 하나만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Scar도 남지 않으며, CRISPR라는 타깃정확도가 높은 툴을 썼으므로 랜덤으로 아무 유전자에나 유전자가위가 작동하지는 않는다 (는 점이 무조건 담보되어야 하고, 논문에서는 실험으로 어느 정도 이를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유로 non-GMO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변형 식물은 non-GMO로 규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듀폰은 이미 CRISPR종자를 개발 중이다.
덧붙이자면, 저렇게 변형을 가한 세포를 다시 식물로 만든다. 아시다시피 식물은 꺾꽂이나 휘묻이가 가능한, 즉 꽃가루 같은 생식세포를 거치지 않고도 번식이 가능한 (이를 영양번식이라 한다) 대단한 생명체다. 모든 세포가 사람의 줄기세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고 (탈분화 후 재분화가 가능하다는..) 이를 전형성능 (totipotency)이라고 한다. 결국 CRISPR-Cas9로 세포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그 세포를 다시 캘러스를 거쳐 식물체로 만들어내면 유전자가 교정된 식물체가 완성되는 것이다!


환경에도 안좋은 영향 끼칠 수 있다며?

그렇다. GM식물의 꽃가루가 날아가서 자연의 야생종과 교배가 되어 환경에 퍼뜨려질 수도 있다. 좋은 유전자든 나쁜 유전자든 생태계에 변화를 가한다는 자체는 올바른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GM식물을 키우는 것은 굉장히 제한되어 있고 정부의 허가가 떨어진 곳에서만 가능하다 (GM미생물도 마찬가지). 이것도 규제가 매우 엄격히 세워지고 지켜져야 하겠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대학원 때 산림과학원과 함께 GM포플러를 야생포장에서 테스트한 적이 있다. 중금속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 환경정화용 포플러였다. 이때도 야생에서 키우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했는데, 우리는 '봉화'라는 꽃가루를 만들지 못하는 자연변이 포플러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했다. 즉, 대조군은 '봉화'를 사용하고, 실험군은 이 '봉화'에 중금속 흡수 유전자를 도입한 GM포플러를 이용한 것이었다. What an idea!


아무튼 결론은 GMO가 무조건 위험하지는 않다. 다만 과학자 여러분들이 대중들 앞에서 그렇게 자만할 것도 없다. 전문가라면 전문가답게 분자적, 심지어 원자적 수준까지 아주 세밀하게 보자. 동시에 후성유전학 같은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시야도 갖추자. 그렇게 자신하는 분자생물학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은 겸허히 받아들이자. 겸손하지만 냉철하게.


(틀린 사실은 규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