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다룰 GMO의 스콥은 식품에 초점을 둘 것이므로 대부분 GM식물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LMO처럼 살아있는 (living) 상태를 강조하는 용어도 있지만 (GMO는 가공처리 후 죽은 상태까지 포함) 여기서는 구분 없이 GMO로 통일한다.
GMO가 뭐길래?
유전자변형생물체이다. 그럼 유전자변형은 뭐냐?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것처럼 DNA가 있으면 그것으로부터 세포하나하나가
만들어지고 세포가 모여서 동물이나 식물 같은 개체가 된다. DNA가 달라지면 세포의 특성도 달라지고
그럼 개체도 달라진다. ‘DNA=유전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즉, GMO는 DNA에
변형이 생긴 생물체이다.
유전자나 DNA의 변형이 위험해?
요 부분이 핵심인데, 답부터 말하면 ‘모르겠다’.
안전하다는 입장부터 보자.
이 입장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것이 ‘전통육종’이다. 우리 조상들이 농사지으면서 우수한 놈을 선발하기 위해 교배를 시켜온 과정을 전통육종이라 한다 (원래 그냥 육종 (breeding)이라고 하는데 분자생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런 기술과 구분하기 위해 ‘전통’이라는 꼬리표가
붙음). 우리가 지금 먹는 쌀이나 사과나 토마토 등등 인간이 아주 먹기 편하게 자라준 것들은 다 육종의
산물이라고 보면된다. 원시인들이 발견했을 이들 야생종은 정말 보잘 것 없었다. 전통육종의 메커니즘은 뭘까? 유전자변형이다. 이 역시 유전자변형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요즘 GMO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일부 차이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전통육종으로 교배해온 작물을 먹는 것은 안전한데 GMO를 먹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친GMO
쪽의 가장 강력한 이론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무기는 ‘자연변이’이다. 자연적으로도 유전자의 변이가 일어나는데 GMO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자연적 변이로 생명체는 조금씩 변해가기 때문에 ‘진화’의 큰 기동력이 된다. 가장
흔한 변이원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을 많이 쬐면 DNA의 변형이
일어나며, 실제로 여러 실험실에서 자외선을 이용하여 변이를 인위적으로 일으키기도 한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원전이 터졌을 때 일어나는 돌연변이도 변이원은 다르지만 자연변이 범주에 속하겠다 (다만 이때는 변이를 일으키는 양이 방대하여 현재 환경이 수용하지 못하는 생명체가 나타날 수 있는 우려가 큰
것이다. 보통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이는 긴 시간을 두고 일어나므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주 서서히
도태되는 양상이다). 이 이론은 조금 더 일반인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부분이지만 업자들 사이에서는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변이를 일으키는 기작과 유사한 방법으로 만든 유전자변형생물체는 보통 GMO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GMO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외선이나 플라즈마, NTG, EMS 등을
이용하여 변이체를 만들어낸다. 다만 요런 변이원들은 DNA에
변형을 직접 가하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암세포를 만들어내는 기작과 유사하여 발암물질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실 이런 변이원을 이용하여 만든 변이체들은 게놈 내에 어느 부분이 변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잠재적인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규제와 따로가는 위험성..
어쨌든 이런 이유들을 주장하며 국내외 유명한 생물학자들은 GMO가
안전하다는 주장을 한다. 이런 팩트들을 일반인들이 이해를 못하고 막연한 두려움만 가지고 있다고 답답해한다.
그럼 내 생각은? 지금부터 조심스레..
안전성··· 겸손하게, 하지만 냉철하게 살펴보자.
위 사실들이 대부분 팩트인 것은 인정. 하지만 나는 분자단으로 내려가서
GM식물을 만드는 기작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GMO를 만드는
방법, 즉 원하는 형질을 얻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하는 방법은 1) 자기유전자 강화, 2) 자기유전자
억제, 3) 외래유전자
도입,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보통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GM식물들은 1) 혹은 3)의
경우가 많다. 자기유전자인지 외래유전자인지에 대한 이슈도 GMO규제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접어둔다. 실험단에서 보면 둘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식물에 이런 유전자를 도입 (형질전환)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것이 Agrobacterium tumefaciens라는
미생물이다. 이름을 보면 종양 (tumor)가 떠오르는 이
균은 실제로 식물에 근두암종이라는 종양을 일으킨다. 종양을 일으킬 때 이 녀석이 보여주는 엄청난 기작이
식물학계를 뒤집어 놓은 툴이 된다. 바로 식물에게 DNA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T-DNA라는 DNA 전이 (Transfer:
T-DNA의 T) 부위를 지니고 있어 이 부위에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으면 알아서
식물에 집어 넣어준다. 원하는 DNA를 만들어서 이걸로 Agrobacterium tumefaciens를
형질전환시키고, 이 형질전환된 Agrobacterium tumefaciens를 이용해 다시 식물을 형질전환 시키는 것이다. 흔히 binary vector 시스템을 쓰는데 복잡하니 이건 생각하지
말고, 이 벡터 내에 존재하는
LB (left border), RB (right border) 사이에 유전자를 삽입한다는 것만
알아두자. 최종적으로 식물 게놈 안에 원하는 유전자가 박힐 때 유전자뿐만 아니라 LB, RB 염기서열까지 같이 박힌다는 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흔히들 벡터시퀀스 혹은 scar가 남는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 방법으로 원하는 유전자가 식물 게놈 안에 박히는 양상이 랜덤이라는 점이다. 즉 어떤 특정 부위에
특이성 (specificity)을 지니고 박히는 것이 아니라, 게놈
내에 아무 곳에나 박힌다는 것이다. 어떤 유전자 내에 박힐 수도 있고,
프로모터나 UTR 같은 조절부위에 박힐 수도 있으며, 아직
인간이 알지 못하는 부위에 박힐 수도 있다. 또한 같은 유전자가 게놈 내에 여러 군데 박힐 수도 있고
한 군데에만 박힐 수도 있다. 멀티카피, 싱글카피가 그럴
때 쓰는 말이다. LB, RB 같은 지표를 활용해서 게놈 내 어느 부분에 박혔는지 찾을 수 있고 요즘에는
게놈 염기서열 전체를 시퀀싱할 수 있으니 그렇게 찾는 방법도 있겠으나, 랜덤으로 박혀버린 유전자와 LB, RB가 식물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예컨대 새로운 cis
element로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단백질을 발현시켜 버릴 수도 있다. 주변
DNA의 methylation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처음
보는 small RNA를 발현시켜 버릴 수도 있다. 즉, GM을 통해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전통육종도 유전자변형이라며?
그렇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통육종도 유전자변형을 통해 원하는
특징 (형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교배다. 우수한 놈들끼리 교배시켜서 더 우수한 자손을 얻는 것이다. 동물이나 심지어 인간도 우수한 자손을 만들기 위해 이런 일을 일삼는 경우도 있지 않는가. 쨌건 교배를 통해 원하는 유전형질을 얻어가는
기작은 염색체의 크로스오버에 기반을 둔다. 즉 엄마 아빠로부터 각각 받은 염색체가 나란히 있으면
이를 상동염색체라고 하고, 감수분열 시 상동염색체끼리는 유사한 염기서열이 있을 때 서로 팔을 섞어 교환하기도
한다. 이런 크로스오버가 염색체의 조합과 더불어 유전적 다양성을 일으키는 근원이다. 그런데 크로스오버로 교환되는 염색체 영역에는 하나의 유전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유전자를 포함한다. 음.. 사람의 염색체가 23개이고
유전자는 약 3만개 정도 되므로 염색체 하나에는 유전자가 평균
1,000개 정도 있는 것이니, 염색체 팔이 조금 섞이더라도 그 팔에는 얼마나 많은 유전자가
들어있겠는가. 그래서 전통육종에서는
우수형질을 부여하는 것을 유전자라고 하지 못하고 유전부위 (locus)라고 퉁쳐서 말한다. 염색체의 어느 특정 부위, 어느 유전자가 우수형질에 기여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형질을 양적형질 (quantitative
trait)이라고 하고 이런 양적형질을 부여하는 유전부위를 지칭하는
것이 그 유명한 QTL (Quantitative Trait Locus)이다.
어쨌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크로스오버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육종이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는 GM식물과 비교해 안전한가?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GM식물 만들 때 남는 scar가 남지 않고, 또한 외부유전자가 게놈 상에 아무데나 박히지 않으며, 또한 크로스오버는
염기열 유사성을 기반으로 일어나므로 (homologous recombination) 유전자의 프레임시프트
같은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적다는 점 등에서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또한 사람의 생식세포에서도 크로스오버가 수시로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일어나는 유전질병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 사람이 GM식물을 먹으면 안전해?
위에서 “GM을 통해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건 식물입장에서 한 얘기다. 즉, 내 몸에 GM기술을
통해 우수 유전자를 도입하면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되겠으나, 나를 잡아먹는 거인에게도 안전한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즉,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GM식물을 먹으면 안전한가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러니 잊어라.
다시, GM식물을 먹으면 안전한가? 대학교 때 친구가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왜 위험한 것 같냐고
반문했더니 DNA가 사람 몸에 들어오면 위험한 것이 아니냐고. 우리가
먹는 쌀, 사과, 고기 등등에 모두 DNA가 들어있다고 그거랑 다를 것이 뭐냐고 했더니 끄덕. 대중들이
걱정하는 것이 이런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오해는 일단 불식시키고 가는 것도 맞다.
하지만 조금 안다는 업자들이 질문하는 것은 GM식물을 만들 때 유전자를
도입하기 위해 벡터를 통해 Agrobacterium
tumefaciens를 형질전환 시키고 또 이놈으로 식물을 형질전환 시키는데, 그
벡터 시퀀스가 남아있는 식물을 먹으면 사람 몸도 형질전환 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 즉 그 유전자가
사람 게놈에도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벡터의 전이능력을 우려하는 것이다. 일단 대부분의 유전자는 사람의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분해된다. 그러므로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형질전환 과정에서 유전자를 전이시키는 능력을 지닌 부위 (vir 유전자 부위)는 식물로 옮겨지지 않는다 (T-DNA만 전이). 그러므로 벡터의 전이능력도 무력화된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일부 동물 실험에서 섭취한 유전자가 동물의 체세포에 전이가
된 것 같다는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이는 벡터 뭐시기가 아니라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수평전이 (HGT, Horizontal Gene Transfer)에 의해서 발생한 경우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생식세포까지 변형된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HGT도
얘기할 것이 많으나 여기서는 생략.
다 필요 없고, GMO는 독 있는 거 아냐?
GM식물이 독성을 띨 수 있는가? 이건
과학의 문제라기 보다는 규제의 문제로 풀어야 할 것 같다. 일단 내 경험을 말하면 학위과정 때는 GM식물 만드는 일을 매일매일
한다. 특별한 게 아니라 분자생물학계에서는 연구의 툴이자 스터디의 방법이다. 어떤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특허를 쓰거나 아무튼 랩 밖으로 나갈 일이 있으면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알레르기 위험성 예측이다. 각국의
국가기관 사이트에 가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서열이 DB화 되어 있어서, 내가 도입하고자 하는 유전자 염기서열과 비교하여 상동성이 낮아야지만 규제를 통과할 수 있다. 이런 안전성 법규와 제도를 수립하는데 정말이지 깊은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똑똑이들이 이런 쪽으로 많이 가야 한다.
그리고 외래유전자를 도입하는 경우 안전성
이슈도 있다. 예를 들면 해충 저항성을 부여하기 위해 유명한 Bt gene을 옥수수 등에 도입한다. Bt gene은 Bacillus thuringiensis라는
미생물의 유전자로, 크리스탈 단백질 (crystal proteins 혹은 Cry proteins)을 발현시킨다. 해충이 이 GM식물을 먹으면 크리스탈 단백질도 섭취하게 되는 것이고, 이 단백질이
해충 장 속에서 장을 마비시키고 장막에 구멍을 내서 소화기능이 망가져 벌레는 굶어 죽는다. 그럼 이런
크리스탈 단백질과 같은 외래유전자로부터 발현된 단백질은 사람한테 안전한가? 케바케다. 그러므로 안전성 테스트가 정말정말 중요하겠다. 이건 또다시 법규와
제도를 잘 만들고 잘 지켜주기를 바랄 수 밖에.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GM을 통해 scar나 프레임시프트 등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도, 그러면
그 식물은 이미 비정상적인 성장을 할 것이므로 상업적으로 우수한 종으로 선발될 확률은 매우 미미할 것이고, 더군다나
안전성 테스트가 이를 걸러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식탁에 올라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무튼 규제가 바로 서고 잘 지켜진다면, 독성 부분은 안전성 여부가 비교적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유통되는 GM식물은
뭐가 있어?
소비자에게 다가오는 제품이나 브랜드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많은 브랜드가 쓰고 있다. 농부들이 재배하는 종자는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GM종자 회사는 Monsanto, DuPont, Syngenta이다 (신젠타는 최근
차이나켐에 합병됐다). 1위 업체 몬산토의 대표적인 GM식물은
Roundup Ready라는 대두 (soybean)다. GM계의 전설의 레전드다. 몬산토는 일단 Roundup이라는 제초제를 만들었다. 요 제초제는 glyphosate라는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Glyphosate는
아로마틱 아미노산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효소인 EPSPS를 방해하여 식물을 죽인다 (EPSPS는 사람에는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최근에
glyphosate가 WHO에 의해 발암물질로 규명되어 몬산토는
아니라는 실험결과로 받아치는 등 진흙탕 싸움 중이다). 어쨌건 이렇게 무작위로 식물을 죽이는 제초제인
Roundup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도록 만든 GM식물이 바로
Roundup Ready이다. 대두는 식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니 GM이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있는지는..
이외에도 위에서 말한 Cry 단백질을
넣은 옥수수도 유명하고, 맛을 증대시킨 GM작물도 많다. 대학원 때 듀폰, 신젠타,
Bayer 같은 업체가 한국에 있는 대학 순회하면서 우리 랩에도 와서 유전자 특허를 브리핑 한 적도 있다. 끊임없이 우수 유전자를 찾아 다니며, 실제로 우리 랩에서 특허 하나는
꽤나 괜찮은 금액으로 라이선스 된 적도 있다.
미국에는 GM규제가
비교적 유하다. 유럽은 빡세다. 유럽 중에서도 스페인처럼
경제가 약한 나라에서는 비교적 유하다. 중국은 의외로 빡세다. 하지만
중국에 그 어느 곳보다 GMO가 많을 것이라는 데에는 보통 이견이 없다.
CRISPR와 non-GMO 클레임...?
작년 Nature
Biotechnology에 서울대 논문이 하나 실렸다. 생명과 최성화 교수님과 요즘 유전자가위
CRISPR로 잘 나가시는 화학과 김진수 교수님의 공동논문이었다. 최성화
교수님은 애기장대를 연구하시는 식물학자이시다. 논문 제목에는 non-GMO와 유사한 용어가 들어간 것으로 기억한다. 유전자를 변형하지만 GMO가 아니다? 전통육종도 아닌데? 실험방법부터 살펴보자. 일단 식물세포를 분리하여 원형질체로 만든다. 여기에 CRISPR-Cas9을 유전자가 아닌
단백질 형태로 세포로 집어 넣는다. 트랜스펙션으로. 그러면
단백질이 세포 내로 들어가 유전자가위가 타깃 부위를 싹둑. 그러면 그 부위의 유전자는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유전자변형은 성공. 그리고 수 일 내로 CRISPR-Cas9 유전자가위
단백질은 분해된다. 원래 세포 내에서 모든 단백질은 수시로 분해된다.
하지만 DNA가 있으며 그 단백질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CRISPR-Cas9은 유전자로 넣어준 것이 아니니 단백질로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핵심은 이것이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원래 식물이 가지고 있던 유전자 중 하나만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Scar도 남지 않으며, CRISPR라는 타깃정확도가 높은 툴을 썼으므로 랜덤으로 아무
유전자에나 유전자가위가 작동하지는 않는다 (는 점이 무조건 담보되어야 하고, 논문에서는 실험으로 어느 정도 이를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유로 non-GMO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변형 식물은 non-GMO로 규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듀폰은 이미 CRISPR종자를 개발 중이다.
덧붙이자면, 저렇게 변형을 가한 세포를 다시 식물로 만든다. 아시다시피 식물은 꺾꽂이나 휘묻이가 가능한, 즉 꽃가루 같은 생식세포를 거치지 않고도 번식이 가능한 (이를 영양번식이라 한다) 대단한 생명체다. 모든 세포가 사람의 줄기세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고 (탈분화 후 재분화가 가능하다는..) 이를 전형성능 (totipotency)이라고 한다. 결국 CRISPR-Cas9로 세포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그 세포를 다시 캘러스를 거쳐 식물체로 만들어내면 유전자가 교정된 식물체가 완성되는 것이다!
환경에도 안좋은 영향 끼칠 수 있다며?
그렇다. GM식물의 꽃가루가 날아가서 자연의 야생종과 교배가 되어 환경에 퍼뜨려질 수도 있다. 좋은 유전자든 나쁜 유전자든 생태계에 변화를 가한다는 자체는 올바른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GM식물을 키우는 것은 굉장히 제한되어 있고 정부의 허가가 떨어진 곳에서만 가능하다 (GM미생물도 마찬가지). 이것도 규제가 매우 엄격히 세워지고 지켜져야 하겠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대학원 때 산림과학원과 함께 GM포플러를 야생포장에서 테스트한 적이 있다. 중금속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 환경정화용 포플러였다. 이때도 야생에서 키우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했는데, 우리는 '봉화'라는 꽃가루를 만들지 못하는 자연변이 포플러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했다. 즉, 대조군은 '봉화'를 사용하고, 실험군은 이 '봉화'에 중금속 흡수 유전자를 도입한 GM포플러를 이용한 것이었다. What an idea!
아무튼 결론은 GMO가
무조건 위험하지는 않다. 다만 과학자 여러분들이 대중들 앞에서 그렇게 자만할 것도 없다. 전문가라면 전문가답게 분자적, 심지어 원자적 수준까지 아주 세밀하게
보자. 동시에 후성유전학 같은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시야도 갖추자. 그렇게 자신하는 분자생물학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은 겸허히 받아들이자. 겸손하지만 냉철하게.
(틀린 사실은 규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