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암내가 왜 나나.
겨드랑이 밑에 많이 분포한 땀샘 (apocrine gland) 세포에서 무언가를 분비하기 때문이다. 세포분비 (cell secretion)은 생리적으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아주 중요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분비되는 물질 중에 아로마틱 구조를 가진 물질은 향 혹은 악취를 내게 된다. 겨드랑이 땀샘에 위치한 세포 내에 있는 이런 냄새물질을 밖으로 분비면하서 암내가 발생하는 것.
(출처: https://sites.psu.edu/siowfa12/author/hqc5129/ 펜스테이트 페이지라는데 안뜨네)
그런데 이 세포 내의 냄새물질을 밖으로 퍼내려면 세포가 주머니 같은 걸로 싸서 보내야 하는데, 주머니 안으로 냄새물질을 넣어주는 수송체가 있으니 바로 ABC 수송체다. 크.. 여기서 ABC를 조우하게 되다니 불역락호! ABC 단백질은 이영숙 교수님 랩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7년 동안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 고통-아니 성장이라고 하자-을 주었던 그 ABC 단백질. 어쨌든 암내에 관여하는 ABC 수송체는 ABCC11이라는 MRP 타입의 녀석인데 분자기작은 다음과 같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동경대, 동경공업대, 나가사키대, RIKEN 등 일본 연구진의 리뷰논문이다)
저기 보이는 냄새물질을 수송체 (ABCC11)가 주머니로 잘 넣어주고 있다. 그런데 이 수송체에 문제가 있다면? 냄새물질이 날라지지 않겠지. 그럼 겨터파크에도 냄새물질이 녹아 있지 않겠네. 그렇게 수송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타입이 대부분의 한국인에게서 발견된다는 사실!
위의 그림이 수송체를 2D로 펼처놓은 그림이다 (그래도 간만에 ABC 수송체 구조를 보니 가슴이 먹먹한 뭔가가 있다). 여러 가지 변이를 위치별로 표시해놨는데, 그중 첫 번째 transmembrane domain의 G180R (180번째 아미노산인 glycine이 arginine으로 바뀐 변이), DNA로 보면 SNP 538G>A이라는 녀석이 유독 한국인에게서 많이 발견된다는 점! 심지어 아래 결과에서는 (대구시민들 조사) 100% A타입, 즉 이 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왔네..
이 논문에서 인류진화론적으로 설명하기를 옛날옛날에 몽고인들에게서 이 변이가 생겼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것이 동북아시아에 집중되면서, 특히 지금은 몽고인보다도 한국인이 더 많다는 추정. 일본인에서도 많이 발견되니 일본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ABCC11과 인간 표현형 관계를 밝힌 최초 논문도 일본팀에 의해 2006년 Nature Genetics에 실렸다. 전부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그럼 ABCC11이 나르는 냄새물질은 정확히 무엇일까? 일단 연구실 (in vitro)에서 밝혀온 물질 (기질 or substrate)로는 아래와 같은 지용성음이온성 물질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저런 변이들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지, 뭐 한국인들 다들 잘 살고 있으니 부작용이랄 것까진 없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이외의 현상은 없는지 궁금하다. 밝혀진 다른 표현형으로는 귀지 (마른 vs 축축한), 유방암 치료 감응성 등이 있다고 한다만 오늘은 체력방전이 궁금함을 앞서서 다음에 보는 걸로..
오늘의 설약 (說約): 한국인은 겨땀 냄새 분비에 관여하는 ABCC11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 암내가 없다
또 재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