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7일 목요일

데오도란트? 넣어둬 (암내의 유전학)

외국에 나와 살다보니 한국사람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암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부터 한국인에게서 암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고, 이게 유전자 때문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Letz drill it down!

일단 암내가 왜 나나.
겨드랑이 밑에 많이 분포한 땀샘 (apocrine gland) 세포에서 무언가를 분비하기 때문이다. 세포분비 (cell secretion)은 생리적으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아주 중요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분비되는 물질 중에 아로마틱 구조를 가진 물질은 향 혹은 악취를 내게 된다. 겨드랑이 땀샘에 위치한 세포 내에 있는 이런 냄새물질을 밖으로 분비면하서 암내가 발생하는 것.

(출처: https://sites.psu.edu/siowfa12/author/hqc5129/ 펜스테이트 페이지라는데 안뜨네)


그런데 이 세포 내의 냄새물질을 밖으로 퍼내려면 세포가 주머니 같은 걸로 싸서 보내야 하는데, 주머니 안으로 냄새물질을 넣어주는 수송체가 있으니 바로 ABC 수송체다. 크.. 여기서 ABC를 조우하게 되다니 불역락호! ABC 단백질은 이영숙 교수님 랩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7년 동안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 고통-아니 성장이라고 하자-을 주었던 그 ABC 단백질. 어쨌든 암내에 관여하는 ABC 수송체는 ABCC11이라는 MRP 타입의 녀석인데 분자기작은 다음과 같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동경대, 동경공업대, 나가사키대, RIKEN 등 일본 연구진의 리뷰논문이다)


저기 보이는 냄새물질을 수송체 (ABCC11)가 주머니로 잘 넣어주고 있다. 그런데 이 수송체에 문제가 있다면? 냄새물질이 날라지지 않겠지. 그럼 겨터파크에도 냄새물질이 녹아 있지 않겠네. 그렇게 수송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타입이 대부분의 한국인에게서 발견된다는 사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위의 그림이 수송체를 2D로 펼처놓은 그림이다 (그래도 간만에 ABC 수송체 구조를 보니 가슴이 먹먹한 뭔가가 있다). 여러 가지 변이를 위치별로 표시해놨는데, 그중 첫 번째 transmembrane domain의 G180R (180번째 아미노산인 glycine이 arginine으로 바뀐 변이), DNA로 보면 SNP 538G>A이라는 녀석이 유독 한국인에게서 많이 발견된다는 점! 심지어 아래 결과에서는 (대구시민들 조사) 100% A타입, 즉 이 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왔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이 논문에서 인류진화론적으로 설명하기를 옛날옛날에 몽고인들에게서 이 변이가 생겼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것이 동북아시아에 집중되면서, 특히 지금은 몽고인보다도 한국인이 더 많다는 추정. 일본인에서도 많이 발견되니 일본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ABCC11과 인간 표현형 관계를 밝힌 최초 논문도 일본팀에 의해 2006년 Nature Genetics에 실렸다. 전부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그럼 ABCC11이 나르는 냄새물질은 정확히 무엇일까? 일단 연구실 (in vitro)에서 밝혀온 물질 (기질 or substrate)로는 아래와 같은 지용성음이온성 물질이 많다고 한다. 


                                             (출처: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gene.2012.00306/full)


다 링링한 것이 냄새가 솔솔 나게 생겼으나, 정확히 체내 (in vivo)에서 ABCC11이 어떤 녀석을 날라서 여러 가지 표현형을 나타내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저런 변이들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지, 뭐 한국인들 다들 잘 살고 있으니 부작용이랄 것까진 없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이외의 현상은 없는지 궁금하다. 밝혀진 다른 표현형으로는 귀지 (마른 vs 축축한), 유방암 치료 감응성 등이 있다고 한다만 오늘은 체력방전이 궁금함을 앞서서 다음에 보는 걸로..

오늘의 설약 (說約): 한국인은 겨땀 냄새 분비에 관여하는 ABCC11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 암내가 없다

또 재미지다-

2017년 8월 16일 수요일

젖산으로 머리를 풍성하게

Nature Cell Biology재미있는 논문이 떴다. 



머리 모낭의 줄기세포 (hair follicle stem cell=HFSC)가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젖산 (lactate)에 의해 활성화 된다는 연구결과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HFSC에서 다른 곳의 세포들에 비해 젖산생성효소인 lactate dehydrogenase의 발현 및 활성이 높다는 것을 바탕으로, 이 효소의 유전자를 억제했더니 줄어든 젖산에 의해 HFSC의 활성도 없어지고, 젖산생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피루브산수송체 (Mpc1)를 유전적으로 혹은 약 (UK-5099)으로 억제시켰더니 HFSC 활성이 올라간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lactate dehydrogenase를 젖산분해효소라 적어두고 젖산생성효소라고 읽다니 조금 의아할 수 있는데, 위키를 찾아보니 피루브산과 젖산의 상호변환반응 (가역반응)에 모두 관여하며, 산소가 적을 때는 주로  젖산을 생성하는 쪽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머리가 듬성한 분들께 희망을 보여주는 논문이라고 자평하는데, 외부에서 젖산을 처리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 혹은 우유를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되는지 등의 실용적인 내용은 못 찾겠다 (논문을 꼼꼼히 뒤지면 나오려나?). 다만 UK-5099 같은 스몰몰레큘이 모낭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는 내용 정도!

재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