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에 정말정말 관심이 많다.
진가의 가족력으로 어렸을 때부터 잠이 많았을 뿐더러, 특히 수년 째 시달리고 있는 '식곤증'이 이런 관심을 극대화 시켰다. 내 주변에서 조금 친분이 있다면 나의 식곤증에 대한 푸념을 귀찮게 들었을 것이라 조금 죄송스럽기도 하다만 ㅋㅋ 내가 재차 강조하는 이유는 식곤증이 '졸리다'라는 느낌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소화 시 위에 혈액이 쏠려 머리가 둔해진다고는 하지만,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지배하는 느낌이다.
나의 증상은 대략 이렇다. 아침, 저녁은 큰 문제가 없지만 유독 점심을 먹고 나면 눈 주변이 뜨거워진다. 머리도 약간 피곤한 느낌인데, 단순히 졸린 기분과는 확연히 다르다. 눈과 전두엽 쪽에 뭔가 '쌓이는' 느낌이다.
이는 잠으로 곧 해결된다. 잠이라기 보다는 수면유사상태로도 씻은 듯이 해결된다. 말그대로 '쌓인' 무언가가 '씻겨진' 느낌이다. 약 1~2분 간의 수면유사상태라도 있으면 거짓말 같이 사라진다. 수면유사상태란 내가 지어낸 말인데, 음.. 의식이 완전 없어진 상태는 아니지만 의식적인 사고 (예컨대, 있었던 일 회상)와는 다른 phase이다. 이 때는 뇌의 다른 부위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회상을 할 때는 눈동자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우측상단을 주로 향하고 있는데, 수면유사상태에서는 중앙 혹은 좌측을 향하고 있다 (나는 불면증에 걸렸을 때 의도적으로 눈동자 방향을 조절하여 잠을 유도할 때 이용하기도한다 ㅎㅎ). 이런 phase를 지나고 나면 머리가 정말 맑아지고 오후 업무에 탄력이 받는다.
쌓인 것이 씻겨진다.
나의 이런 현상에 대한 정확한 답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도움이 되는 영상을 소개 받았다.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조교수 Jeff Iliff의 작년 테드 강의 영상이다.
우리 몸은 노폐물을 보통 림프관을 통해서 처리하는데, 특이하게도 뇌에는 림프관이 없다. 뇌가 우리 몸의 25%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에 따른 노폐물도 상당할 것인데 그 노폐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Jeff 연구그룹은 뇌의 노폐물은 혈관에 버려진다는 것을 알았고, 이것을 매개하는 것이 CSF (cerebrospinal fluid)로 불리는 액체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CSF는 혈관을 따라 분포되어 뇌 세포 사이사이의 노폐물을 혈관으로 버리는 역할을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CSF는 수면상태의 뇌에서만 분비가 된다. 즉, 수면이 뭔가 '쌓인 것'을 '씻어내게'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Jeff는 노폐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또다시 놀랍게도 노폐물 중 하나는 베타아밀로이드였다. 이는 알츠하이머의 주범인 물질이다. 아직 수면부족과 알츠하이머의 상관관계에 대한 결과는 없지만, 이 정도의 사실들이면 충분한 수면을 하는 것이 왜 좋지 않겠는가.
테드를 요약하면 이렇다.
1. 우리 뇌는 CSF라는 액체를 통해서 노폐물을 제거한다.
2. CSF는 수면 시에 분비된다.
3. 대표적인 노폐물은 베타아밀로이드이다.
1. 우리 뇌는 CSF라는 액체를 통해서 노폐물을 제거한다.
2. CSF는 수면 시에 분비된다.
3. 대표적인 노폐물은 베타아밀로이드이다.
이런 연구는 정말 해보고 싶다. 전공이 이런 분야였다면, 내가 평소에 너무 궁금한 것들이었다면, 실험이 재미있었을까.
쨌건 남은 부분은 수면이 어떻게 CSF 분비를 유도하는지가 될 것 같다. 그러면 나의 짧은 '수면유사상태'가 왜 효과적인지 설명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노폐물에 대한 연구도 더 있으면 좋겠다. 수면 부족 시 뇌에 노폐물이 주로 어디에 쌓이는지, 이것이 내가 눈주변이 뜨거워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 베타아밀로이드 외에 다른 녀석들도 이런 현상에 가담하는지, 왜 아침/저녁 보다 점심 때 이런 현상이 발발하는지 등등.
수면에 관한 마인드맵도 그렸었는데 ㅋㅋ
이 분야는 평생 follow up 하면서 궁금증을 간접적으로나마 하나씩 해결해 나가봐야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